섬유 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대 10%를 차지하지만 의류의 1% 미만만 새 옷으로 재활용되는 가운데, 혼방 원단을 원래 섬유로 분리해 재생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CNBC는 24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기반 스타트업 서크(Circ)가 폴리에스터와 면 혼방 원단을 화학적 공정으로 분해해 버진급 소재로 재생하는 기술을 상용화했다고 보도했다.

폐의류와 산업용 직물을 확보해 공정에 투입하고, 재생 원료를 방적·염색·직물 제조업체 등 기존 섬유 공급망으로 다시 공급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출처= Circ 홈페이지
폐의류와 산업용 직물을 확보해 공정에 투입하고, 재생 원료를 방적·염색·직물 제조업체 등 기존 섬유 공급망으로 다시 공급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출처= Circ 홈페이지

서크는 2011년 설립 이후 폴리코튼 소재를 원래 성분으로 분리하고 이를 신소재 수준으로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피터 마저라노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케이크를 굽기 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과 비슷하다"며 "폴리에스터를 기본 구성 요소로 분해하고 면과 분리한 뒤, 공급망 맨 앞단에 투입해 새 옷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폴리에스터와 면은 전 세계 섬유 시장의 약 77%를 차지한다. 서크의 수열 기술은 두 섬유를 각각 재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혼방 비율도 처리 가능하다. 기존 재활용 방식은 한쪽 섬유를 손상시켰지만, 서크는 두 소재를 모두 온전히 회수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파타고니아·자라 등 글로벌 브랜드 줄줄이 채택

서크는 중고 판매나 수선이 불가능한 폐의류를 구매하거나 기증받아 섬유를 분해한 뒤, 방적업체와 염색업체, 원단 제조사에 판매한다. 올버즈(Allbirds), 자라(Zara), H&M 등이 서크 재활용 원단을 일부 제품에 사용 중이다.

가격은 일반 원단보다 소폭 높지만, 환경을 중시하는 브랜드에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서크에 투자한 파타고니아(Patagonia)의 매튜 드와이어 글로벌 제품 발자국 담당 부사장은 "면과 폴리에스터 혼방처럼 중요한 원료를 공략하는 것이 우리 의사결정의 최우선 순위"라며 "시장 규모로 확대돼야 하는 혁신에서 높은 가격은 예상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진출만이 아니라 파트너들이 확장 가능한 구조를 갖추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컨셉트카만 만들어서는 지구를 구하는 비즈니스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크는 파타고니아를 비롯해 테마섹(Temasek), 타라니스(Taranis), 마루베니(Marubeni), 인디텍스(Inditex),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 등으로부터 총 1억달러(약 1460억원)를 유치했다.

 

프랑스에 세계 첫 산업 규모 공장 건설

서크는 한때 미국 최대 섬유 공장이 있던 버지니아주 댄빌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올해 5월 프랑스에 첫 산업 규모 섬유 재활용 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파리에서 동쪽으로 4시간 거리의 생타볼드에 5억달러(약 7300억원)를 투입해 건설되는 이 시설은 연간 7만 톤의 소비 후·산업 후 폴리코튼 폐기물을 처리할 계획이다.

마저라노스키 CEO는 "우리의 첫 상업 규모 시설은 순환 패션을 세계 경제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섬유 산업의 미래가 탈탄소화되고 폐기물이 거의 없으며 재생 가능한 설계로 이뤄질 수 있음을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활용 생산물이 석유나 목재로 만든 소재와 동등하거나 더 나은 품질을 제공하면서도 탄소 발자국은 훨씬 낮고 새로운 자원 추출이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서크는 프랑스 공장을 글로벌 확장의 모델로 삼고 북미와 아시아에 추가 공장을 계획 중이다. CNBC는 패스트패션이 막대한 물 소비와 높은 탄소 배출, 미세플라스틱 및 섬유 폐기물 급증을 야기하는 주요 환경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