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이 지난 7월 31일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우리 기업들은 일단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당초 예고된 25% 상호 관세가 15%로 낮아졌고, 자동차 관세 역시 같은 수준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ESG 실무자에게 이번 협상 결과는 단순한 관세율 조정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한다. 공급망 구조의 근본적 변화와 함께 ESG 관리의 패러다임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무역 환경의 축은 '효율성' 중심에서 '회복력'과 '안보'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정학적 긴장,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한 공급망 붕괴, 그리고 특정 국가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적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이번 협상은 ‘미국 제조업 부활(Revitalizing American Manufacturing)’과 안정적인 공급망(supply chain) 구축을 위해 정치·경제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로 재편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의 구체적인 실행 사례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픽 1. ‘거시환경의 변화’, 작성 자료 기반 AI 활용 이미지화
그래픽 1. ‘거시환경의 변화’, 작성 자료 기반 AI 활용 이미지화

 

한미 FTA 무력화가 가져올 ESG 지각변동

이번 협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미 FTA의 위상 변화, 사실상 무력화이다. 그간 한국 자동차는 FTA 덕분에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일본·EU와 동일한 15%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우리 기업들이 누려온 경쟁우위는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쌀, 쇠고기 등 민감한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막아낸 것과 EU, 일본 등과의 경쟁의 장에서 동등한 위치를 확보하였다는 것은 국내적으로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번 관세 협상은 안정성 확보의 대가였다는 측면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ESG 관점에서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기업들이 비용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급망을 재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지 생산을 늘리거나 새로운 협력사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ESG 실사 범위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둘째, 전반적인 비용 압박으로 인해 ESG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할 상황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3500억달러 투자 약속이 던지는 ESG 과제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약 492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는 그 자체로 거대한 ESG 이슈다. 특히 조선업 협력을 위한 1500억달러(약 211조원) 전용 펀드는 친환경 조선기술 개발과 탄소중립 조선업 생태계 구축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미국 현지 투자가 확대되면서 미국 내 규제는 현지 고객 및 투자자등의 ESG 공시 요구사항에 대한 대응도 필수가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1000억달러(약 1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약속이다. 이는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망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변화로, 탄소배출량 산정과 스코프 3 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ESG 실무자들은 새로운 에너지 공급망이 가져올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LCA(Life Cycle Assessment) 등을 재산정하고, 미국산 LNG 등 화석연료 비중 증가가 탄소중립 목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공급망 ESG 관리의 새로운 차원

이번 관세 협상 결과는 공급망 ESG 관리의 중요성을 한층 부각시켰다. 원청기업의 관세 부담 증가는 협력사에 대한 원가 관련 압박과 ESG 리스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공급망 재편 가능성이 커질 것이며, 이로 인해 신규 및 기존 협력사에 대한 ESG 실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며, 비용 압박에 따른 협력사의 ESG 성과 저하 가능성도 관리해야 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관세 변동성 자체가 중요한 공급망 ESG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ESG 실무자는 단순히 협력사의 환경·사회적 성과를 넘어, 관세와 같은 거시적 변수가 공급망 전체의 ESG 성과에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래픽 2. ‘주목해야 할 Point’, 작성 자료 기반 AI 활용 이미지화
그래픽 2. ‘주목해야 할 Point’, 작성 자료 기반 AI 활용 이미지화

 

실무자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

첫째, 공급망 ESG 리스크를 전면 재평가해야 한다. 관세 영향을 받는 주요 협력사들의 ESG 현황을 점검하고, 공급망 재편 시나리오별로 어떤 ESG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둘째, ESG 공시 자료에 관세 관련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 관세 변화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ESG 관점의 대응 계획을 이해관계자들에게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셋째, 협력사 행동규범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새로운 거래 조건을 반영한 ESG 요구사항을 정립하고, 관세 부담으로 인한 협력사의 ESG 성과 저하를 방지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업종별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자동차 업계는 미국 혹은 관세의 영향을 덜 받는 생산 기지 확대에 따른 글로벌 ESG 표준 적용과 주요 제품 전환의 가속화에 대비해야 한다.

반도체·IT 업계는 미국 현지 투자 확대에 따른 RE100 등 친환경 에너지 조달 필요성이 커졌다.

조선업계는 1500억달러 펀드와 연계한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저탄소 생산 공정 도입을 통해 '탄소중립 조선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ESG 전략

결국 이번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은 ESG 실무자들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관세 부담 증가라는 외부 압박이 있지만, 이를 계기로 더 체계적이고 선진화된 ESG 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복잡해진 공급망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 ESG 관리 디지털화와 고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복잡해진 공급망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ESG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 도입이 필수다.

ESG는 이제 단순한 컴플라이언스를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이 되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이 가져온 변화의 파도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ESG 실무자들의 전략적 사고와 선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 김형주 엠케이전자(주) 팀장은

김형주 팀장은 2006년 보광그룹에 입사하여, 현재 엠케이전자(주)에서 IR, M&A, ESG를 담당하는 미래전략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엠케이전자는2020년 ESG 선포를 했으며, 2022년 환경부 스마트 생태공장 구축 사업 운영, 업계 최초 POST 100% 재생제품 UL인증을 취득했으며, 현재 LCA One cycle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반도체 소재 기업이다. 실무형 관리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 관련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으며, ISO37301인증심사원 활동도 하고 있다.

 

☞ 장정민 매니저는

 장정민 매니저는 2008년 동아제약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이크레더블과 금호석유화학을 거쳐 현재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이크레더블에서 공급망 ESG 평가 사업을 준비하며 지속가능경영과 ESG라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금호석유화학 ESG경영관리팀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ESG 관련 업무를 시작했으며 현재 지속가능경영 관련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다. 실무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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