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기본 계획은 경제급전 계획이라기보다는 환경급전 계획에 가까웠다.”

정동욱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 위원장이 26일 개최된 국회 공청회에서 한 말이다. 환경급전은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배출권의 거래 비용을 반영한다는 의미다. 

정 위원장은 제11차 전기본 실무안을 수립할 때 경제성보다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이 가장 높은 우선순위로 고려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전력 수급 계획을 짜면서 기본적으로 환경성, 경제성, 공급 안정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탄소중립과 관련된 환경성이 최우선 사항이 되면서 사실상 선택지가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NDC 목표에 따라, 제11차 계획은 이전 계획 시기보다 400만 톤의 탄소를 더 줄여야 하는데, 줄일 방법을 찾는 게 막막했다”고 덧붙였다.

정동욱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장이 실무안과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국회기후변화포럼 유튜브 채널

 

국회, 재생에너지와 원전 대결 프레임 지워야…민생 에너지 3법 제정하라

그는 환경성, 경제성, 공급 안정성을 모두 고려한 계획이 이뤄지려면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포함된 무탄소 전원 믹스가 잘 이뤄져야 하지만 국내 여건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진영논리가 너무 심각하다”며 “원전은 원전대로 재생에너지는 재생에너지대로 양쪽으로부터 욕먹을 각오를 했었는데 예상대로 됐다”고 말했다. 

위원장에 따르면, 무탄소 전원의 비중은 우리나라와 세계의 수준이 비슷한 38.5%이고, 미국은 40%, EU는 67% 정도로 조사됐다. 정 위원장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노르웨이가 전기 1KWh당 탄소 30g이 나와서 전력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을 가장 적게 내는 국가인데, 이는 발전원 비중은 수력이 90%이고 풍력이 10%이기에 가능한 부분”이라며 “5, 6위인 벨기에와 스페인은 각각 무탄소 전원 비율이 73%와 71%다. 이처럼 그 외의 국가들은 대부분 원전 믹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전기본 계획은 2038년까지 무탄소 전원의 비중을 70%로 상정했는데, 계획대로 된다면 앞서 언급한 다른 국가들의 수준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력 생산량이 많은 OECD 20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녹색 막대그래프)과 탄소 집약도(빨간색 막대 그래프)를 나타내는 그래프로 가장 오른쪽에 에너지 믹스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국회기후변화포럼 유튜브 채널
 전력 생산량이 많은 OECD 20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녹색 막대그래프)과 탄소 집약도(빨간색 막대 그래프)를 나타내는 그래프로 가장 오른쪽에 에너지 믹스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국회기후변화포럼 유튜브 채널

정 위원장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믹스하지 않고서는 탄소중립을 이룰 수 없음을 알아야 하며, 둘 사이의 대결 프레임으로 계획을 끌어가서는 안 된다”며 “국회가 이견을 잘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롭게 열린 22대 국회가 해야 할 일로 민생 에너지 3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은 ▲전력망확충특별법 ▲해상풍력특별법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다. 또한 무탄소 전기를 인증받을 수 있는 제도도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관계부처 협의와 공청회,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를 거쳐서 전력정책심의회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패널토론, 화두는 역시 전원 믹스

패널토론에서는 역시 전기본이 제시한 전원 믹스를 두고 여러 이견이 나왔다. 

전기본 계획의 전원 믹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김윤경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계획은 특정 전원에 의존하기보다는 전원 간의 대체성과 보완성을 함께 고려하여 균형 있는 전원 구성을 갖추려고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무탄소 전원의 확대는 동의하지만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을 이룰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남태섭 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도 “제11차 전기본 실무안의 기본적인 방향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수급할 수 있다는 이상주의는 버려야 한다”며 “탄소중립과 에너지수급의 인정 사이에서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태규 GS EPS 상무는 “특정전원이 발전량 비중 30%를 넘으면 꼭 문제가 생겼다. 석탄과 재생에너지가 그랬다”며 “특정 전원이 30% 이상을 차지하지 않는 수급계획을 고려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황 상무는 또한 “원래 전기본 계획은 모든 연도에 전원별 발전량 비중이 표기했었으나, 6차 전기본 계획부터는 중간연도나 종료연도에만 표기되고 있다”며 “12차 계획부터는 다시 연도별로 전원 비중을 표기해준다면 발전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패널토론 좌장은 김일중 포럼 공동대표(환경정의 고문)가 맡았고, 토론 패널로는 신동원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 황태규 민간발전협회(GS EPS 상무), 남태섭 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 문양택 산업부 전력산업정책 과장이 참석했다./국회기후변화포럼 유튜브 채널
패널토론 좌장은 김일중 포럼 공동대표(환경정의 고문)가 맡았고, 토론 패널로는 신동원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 황태규 민간발전협회(GS EPS 상무), 남태섭 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 문양택 산업부 전력산업정책 과장이 참석했다./국회기후변화포럼 유튜브 채널

계획에 수요 관리 목표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기본이 공급 측면에서 대책을 고려해 오다 보니, 급변하는 전력시장에 대응하기 어렵기에 수요관리 목표를 계획에 전향적으로 담자는 입장이다.

신동원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 구조적 변화가 예상보다 빠르거나, 전력화 수요가 더욱 커진다면 여기에 급하게 대응하기 위해 고비용 혹은 반친환경적인 전력 생산의 활용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며 “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강화된 에너지 수요관리가 중요하고, 이를 계획에서도 명료하게 담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태섭 처장도 “수요관리에 대한 목표와 의지가 담겨있지 않다. 전기화 진행과 전력 사용량도 늘어나겠지만 이를 넋 놓고 수요 전망에 반영해선 안 되며 수요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차 전기본에서 제시한 수요관리 목표 17.7GW와 비교해서 11차 실무안의 16.3GW는 오히려 낮아진 수치”라고 꼬집었다. 

문양택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장은 패널들의 토론을 듣고 “모든 전원이 강점과 약점이 있다”며 “수요관리에 관련한 의견이 많은데, 측정할 수 없는 의지와 목표라는 수치를 제거하고자 했다. 이 수치는 높이더라도 증빙이 되지 않으며, 피크전력과 수요관리 실적치 간 차이의 원인이 됐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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