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바뀌는 EU의 에너지효율 라벨
새롭게 바뀌는 EU의 에너지효율 라벨

 

오는 3월 1일부터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냉장고, 세탁기, TV, 식기세척기 등의 에너지 라벨에서 A등급은 사라진다. EU의 새로운 에너지 라벨 정책(EN 50597)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EU 산업계에선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에너지효율 등급에서 A+, A++ 등이 사라지고, A~G등급 기준이 적용된다. 단, 어떤 가전제품도 라벨 부착 초기에는 A나 B등급을 받을 수 없다. 즉, 현재 유럽에서 판매되는 삼성냉장고나 LG세탁기의 에너지효율 등급이 A++에서 D등급 혹은 E등급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냉장고, 세탁기 90%가 A+ 등급 이상"... 에너지 효율 판별 못해

EU는 왜 이런 에너지 라벨 정책을 도입했을까. EU 웹사이트에는 “2050년까지 EU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데 에너지 절약은 기본 원칙이며,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면 탄소 배출량과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탄소 중립 때문이라는 것이다.

EU의 에너지 라벨이 도입된 건 1994년. EU 보고서는 “조명, 난방, 냉장고, TV와 같은 일상 전기 제품뿐 아니라 보일러, 타이어, 에어컨 등에 에너지효율 등급을 표시함으로써, 제품 수명에 비해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해왔다”며 “추후 건물, 자동차, 식품에 유사한 라벨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고, 다른 나라도 확산됐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라벨은 분명 성공했지만, 또 한편 실패했다는 게 EU의 평가다. 제조업체들은 A로도 충분치 않아 점점 A+, A++, 심지어 A+++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일부 제품군의 하위등급(E, F, G)는 단계적으로 폐지되거나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EU는 “2006년 판매된 냉장고와 세탁기의 3분의 2가 A등급으로 표기된 반면, 2017년 판매된 냉장고와 세탁기의 90% 이상이 A+, A++, A+++ 등급”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에너지 효율 판별 기준으로의 기능을 상실한 셈이다.

‘소비자에게 어떻게 '진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찾도록 할 수 있을까?’ ‘제조업체들에게 어떻게 에너지 소비량을 낮은 제품을 개발하도록 장려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 속에 탄생한 게 바로 이번 EU 에너지 라벨 규정이다.

2017년 EU는 'EU에너지 라벨링 프레임워크'를 업데이트해, A부터 G까지만 사용하는 단순 분류체계를 도입키로 했다. 주요 원칙은 ▲초기에 어떤 제품도 에너지효율 A등급에 속하지 않도록 할 것 ▲A등급과 B등급 부여를 엄격하게 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이 높은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촉진하는 것이다. EU는 대부분의 제품이 A등급에 속하게 될 추정 시간을 최소 10년 후가 되도록 설계했다.

IT전문매체 와이어드는 “하이센스(HiSense) TV의 A+++ 등급이 D 등급으로 하향 조정되고, 한때 스메그(SMEG) 식기세척기가 A+ 등급에서 덜 인상적인 E 등급으로 떨어지는 사례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스메그 제품은 복고풍 디자인으로 한때 ‘강남 아줌마’들이 열광하던 제품으로 유명하다.

 

QR코드 누르면  EU의 제품 환경DB에 연결돼

3월 1일에는 가정용 냉장고, 세탁기, TV, 식기세척기 등에 적용되고, 9월 1일부터는 조명에, 2024년부터 건조기와 진공청소기, 오븐 등에, 2026년부터 난방기기에 새로운 규정이 적용된다. 

EU는 소비자들에게 제품 에너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QR코드도 의무화했다. 오른쪽 상단 모서리에 QR코드를 표시, 제품에 관한 에너지 및 환경 세부정보를 담은 유럽위원회 DB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라벨에는 에너지 소비량 표기가 연간소비량이 아닌 100사이클당 측정되고, 물 소비나 소음 정도도 표시된다.

특히 이번에 변화된 규정에는 가전제품의 재활용을 높이기 위한 요소도 포함돼있다. 예비 부품을 보다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했고, 제품에 따라 최소 7~10년 동안 소비자와 전문수리점에 주요 부품 수리 및 유지보수 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광고 마케팅을 할 때도, ‘기존 A++ 등급으로 평가된 제품’과 같은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했다.

https://ec.europa.eu/info/energy-climate-change-environment/standards-tools-and-labels/products-labelling-rules-and-requirements/energy-label-and-ecodesign/rules-and-requirements_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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