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Net-zero)이 글로벌 어젠다로 떠오르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수립하는 한편,  국민들도 탈석탄, 탈원전 등의 이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관심은 턱없이 부족하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 애머리 로빈스(Amory Lovins)에 따르면, 1975년부터 지금까지 에너지 효율 강화를 통해 절약한 에너지의 양은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의 60배에 달하고 석유 사용량보다도 많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에너지 효율 문제를 다루는 비중은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매우 낮다. 실제로, 한국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이나 환경 정책에서도 에너지 효율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국내 기업들 또한 에너지 효율에 대한 구체적 목표를 수립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에너지 효율 강화가 탄소중립의 핵심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8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효율화 시장보고서를 발간하며 "에너지 효율 강화를 통해 2050탄소중립을 위한 탄소배출의 약 40%를 감축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공급 위주가 아닌 수요 중심의 탄소중립 전략도 필요해"

에너지 연구기관 로키 마운틴 이니셔티브(Rocky Mountain Institute) 대표 애머리 로빈스/ 美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에너지 연구기관 로키 마운틴 이니셔티브(Rocky Mountain Institute) 대표 애머리 로빈스/ 美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애머리 로빈스는 현재의 탄소중립 전략에 대해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전략의 99%가 공급 중심이지만 실제 전력망 내 활동의 3분의 2는 수요자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지적한다. 수요자의 에너지 사용에 대한 관리 없이 단순 친환경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에너지 효율에 대한 관심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으며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설치는 가시적인 효과가 있어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에너지 절약은 그렇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애머리 로빈스는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관심이 적은 지금이 사업 기회를 잡을 적기라고 말한다. 그는 "에너지 효율 강화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많은 잠재력과 비용 효율을 보여준다"며 "이는 신재생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사업자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소세,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에너지 사용에 대한 비용이 높아질 수록 에너지 효율 강화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IEA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세계 에너지 효율이 3% 증가할 경우, 약 2.6조달러(한화 2992조원 상당)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효율 강화를 통해 산업 활동의 탄소배출 감축 56% 가능"

산업계의 탄소배출감축 잠재력 비중/ 美 에너지효율경제위원회 (ACEEE)
산업계의 탄소배출감축 잠재력 비중/ 美 에너지효율경제위원회 (ACEEE)

美 환경보호청(EPA)의 산업에너지효율 프로그램(Energy Star Industrial Partnerships) 총괄 엘리자베스 듀트로우(Elizabeth Dutrow)는 "2050년까지 산업 활동(전력사용을 제외한 산업 공정)의 탈탄소화가 86%까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중 직접적 에너지 효율 강화와 자재 효율 증가를 통한 간접적 에너지 효율 강화는 각각 34%와 22%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듀트로우는 "에너지 효율 강화는 단순히 탄소배출 감축 뿐만이 아니라 기업의 운영비용 절감에도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절약된 비용으로 다른 탄소감축 활동 또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에너지 효율이 기업 탄소중립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엘리자베스 듀트로우는 에너지 집약도와 탄소배출이 높은 중공업, 제철, 화학, 시멘트 섹터를 지목하며 해당 섹터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 효율 강화 기회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를 위한 방법으로 ▲전력발전 구성요소 개선▲생산공정 최적화 ▲통합적 제품설계 (Intergrative Design) ▲폐열 회수율 증가를 제시했다.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 시작... 앞으로의 행보는?

냉방 시스템 효율성 증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2019 비아리츠 선언/ 기후 및 청정대기 연합 (CCAC) 
냉방 시스템 효율성 증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2019 비아리츠 선언/ 기후 및 청정대기 연합 (CCAC) 

국제 무대에서도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정상회담에서는 G7국가들이 비아리츠 선언 (Biarritz Pledge for For Fast Action on Efficient Cooling)을 통해 냉방 시스템 에너지 효율성 강화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지난 14일 EU집행위원회가 발표한 '핏 포 55 (Fir for 55)'는 2030년까지 36%의 에너지 효율 증가를 목표로 제시하며, 국제 무대에서 처음으로 에너지 효율에 대한 정량적 목표가 언급됐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제26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COP26)에서도 에너지 효율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 질것을 기대하고 있다.

애머리 로빈스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에너지 효율 강화 분야에서 어떠한 혁신이 이루어지는지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국제 리더들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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