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여러분. 챗GPT를 저의 개인비서로 둔 이후 저의 만족도와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교육용 PPT를 만들 때나 프로젝트 기획안을 브레인스토밍할 때나, 심지어 외신기사를 번역해서 기사화하는 문장 정리를 할 때 등 활용도가 계속 확장되고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 편하게 글을 쓰다가, 칼럼 앞 문장을 위해서 무슨 글을 쓸까 고민을 하려니까, 예전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원래 글이라는 건 어렵게 쓰는 것’이라는 대명제를 갖고 살다가, ‘글이 이렇게도 쉽게 나올 수 있구나’ 혹은 ‘대부분의 글은 어떤 형식적 틀 안에서 완성되는구나’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까요? ‘글쓰기가 어렵지 않은데, 왜 이렇게 머리를 쥐어짜고 있을까’ 생각하니,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 신문사 선배 중 몇 몇이 ‘글쓰기’ 책으로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기도 하고, 글쓰기 강의를 업으로 삼기도 했는데, 챗GPT 이후 그 분들의 강의나 책은 사양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거든요. 이런 현상을 보면, 아마도 스스로 생각하는 힘,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조금씩 퇴화되는 것일까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실험을 계속 해보긴 해야 할 것 같네요. 오늘도 3가지 픽을 갖고 왔습니다. 

 

  EU 플라스틱 제조업체, 생산 감소가 의미하는 것

먼저, 유럽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의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고, 유럽 전역에서 공장들이 폐쇄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FT의 소식입니다. 

산업협회에 해당되는 ‘플라스틱 유럽(Plastics Europe)’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유럽의 플라스틱 생산량이 8.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플라스틱의 가장 흔한 재활용 방식인 기계적 재활용 또한, 수요 감소로 인해 2018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유럽 플라스틱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28%에서 지난해 12%로 감소했다고 FT는 밝혔습니다. 유럽 플라스틱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방증하고 있지요.

왜 그랬을까요? 크게는 두 가지 이유입니다. 버지니아 얀센 플라스틱 유럽 전무이사는 "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에서 '유럽의 탈산업화'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는 점, 지속 가능성이 낮은 수입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먼저, 유럽연합은 야심찬 기후목표로 인해 에너지 집약적 산업의 원가 부담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화학 및 폴리머 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올레핀을 생산하는 이네오스의 롭 잉그램 최고경영자는 “유럽의 관료주의적이고 규제적인 부담은 자발적 상처"라고 지적하며, "새로운 투자가 없다면 생산자들은 지속가능한 생산 전환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럽은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을 고수하는 반면, 미국이나 아시아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받다 보니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국가 쇼핑을 한다는 것입니다. 잉그램 CEO는 "많은 경쟁사들이 유럽 자산에 대한 전략적 검토를 마감했거나 발표한 상황”이라며 “모두가 쇼핑을 하고 다른 곳으로 간다면 유럽의 ‘친환경’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신규 투자가 미국과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독일은 유럽 최대의 플라스틱 생산국으로서 타격이 컸습니다. 엑손모빌과 사빅을 비롯한 에너지 대기업들은 올해 유럽에서 석유화학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화학 기업인 라이온델바젤(LyondellBasell), 베르살리스(Versalis), 트린서(Trinseo) 등은 공장 시설을 검토하거나 폐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플라스틱 생산을 확대했습니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는 플라스틱 생산이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데이터 제공업체 S&P 글로벌에 따르면, 중국이 2023년 석유화학 생산 능력 증가의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할 유인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버진 플라스틱(virgin plastic) 과잉 공급은 재활용 소재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재활용업체 유럽은 "많은 재활용 기업이 폐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플라스틱 협상을 통해, 전 세계적인 플라스틱 규제 정책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이 나오지 않을 경우 앞으로 이러한 ‘제로섬 게임’과 ‘공유지의 비극’은 점점 심해질 것입니다.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유엔의 5차 플라스틱 협상 결과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칼럼 이후 플라스틱 협상 결과를 보니, 합의에 실패했네요.)

 

순환성 비즈니스모델 도입 Top 10위 기업은?

두 번째 흥미로운 소식은, ‘리드 이노베이션(Reed Innovation)의 새로운 연구 보고서’를 인용한 지속가능미디어 트렐리스의 보도입니다. 2024년 포춘 100대 기업 중 60개를 분석했으며, 탄소배출량 감축 공개 약속 및 순환경제 관행을 통해 10개 기업을 선정했습니다. 이들이 ‘제품 및 서비스의 전체 수명주기에 걸쳐 순환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 10개 기업과 이들의 주요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스코(Cisco): 2025년까지 모든 신제품에 순환성 디자인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며, 금융 모델인 ‘그린 페이(Green Pay)’를 도입했습니다.

▶존 디어(John Deere): 재제조 농기계 장비와 관련, 2030년까지 매출을 50% 성장시킬 계획입니다. 

▶펩시코(PepsiCo): 순환성은 플라스틱 패키징에 재활용 콘텐츠를 50% 사용하는 등 패키징 지속 가능성 전략의 핵심 요소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서큘러 센터(Circular Center)’를 통해 데이터 센터 장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IBM: IT 조직이 컴퓨터 하드웨어를 재활용, 재판매, 재사용하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AT&T: 다양한 보상판매 프로그램을 통해 2023년에 1290만 대의 전자 기기를 수집하고 재활용했습니다.

▶나이키(Nike): 중고 물품 기부 및 오래된 제품 정리, 재활용을 통해 고객들이 제품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한 실과 플라스틱을 재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버라이즌(Verizon): 2023년에 4700만 파운드의 전자 폐기물을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했습니다. 

▶인텔(Intel): 용매 재사용, 재사용 및 귀금속 재활용을 통해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고 최소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오라클(Oracle): 데이터 센터에서 기술 하드웨어를 재배치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제품의 수명 주기를 제어하고 모든 상태에서 가치를 찾기 위한 폐쇄형 루프 생태계, 2)렌탈, 리퍼비시, 재제조 등 제품 소유권을 재고하는 판매 모델, 3)제품 수명 주기 관리를 위한 테이크백 프로그램 도입, 4)교체하거나 갱신하기 쉬운 재료 또는 구성 요소를 수용하는 제품 재설계, 5)에너지, 물, 포장 재사용과 같은 효율성 전략 등입니다.  

딜로이트와 서클 이코노미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경제 관행의 단 7.2%만이 '순환형'으로 간주되며, 이는 2020년의 8.6%에서 감소한 수치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순환 경제 원칙을 사용해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이은 특히 섬유, 포장, 자동차 부문에서 가시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업체는 부품을 재제조하고 배터리 같은 부품을 재활용하여 자재 배출량을 57~7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COP29, 화석연료업체 홍보대행사들 논란 거세

 마지막 소식은 이제 기후활동가들의 공격 대상이 화석연료 기업만이 아니라, 해당 기업을 둘러싼 생태계 전반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가 홍보대행사에 대한 공격입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올해 COP29 국제 기후 정상회의에는 1700명 이상의 석유, 가스, 석탄 로비스트가 등록했습니다. 사우디 아람코, 엑손모빌, 셸 등 거대 석유 기업들과 협력하는 홍보 대행사의 수십 명의 컨설턴트들이 참석했습니다. 이들 홍보 기관에는 에델만, 덴츠, 플라이쉬만 힐러드, 버슨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일부 직원들은 일본, 브라질, 튀르키예, 영국, 아랍에미리트 대표단과 함께 등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클린 크리에이티브의 던컨 마이젤 디렉터는 "기후 정상회의에서 화석 연료 고객을 확보하는 기관은 이해 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홍보 회사들에 화석 연료 고객과의 협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클린 크리에이티브에 따르면, 2023년 초부터 홍보 및 광고 업계에서는 1000건 이상의 화석 연료 관련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뉴욕에 본사를 둔 버슨은 사우디 아람코와 협력해왔습니다.버슨은 힐 앤 놀튼과의 합병을 통해 세계 최대 홍보 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으며, 화석 연료 관련 고객사와도 활발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를 지원한 미국 홍보 회사 테네오의 직원 22명이 아제르바이잔과 뉴질랜드 대표단에 등록되었으며, 이는 이번 회의에 가장 많은 홍보 직원이 참여한 사례입니다. 테네오는 COP29를 앞두고 아제르바이잔을 기후 행동의 리더로 묘사하는 홍보 캠페인을 벌였으며, 이를 통해 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 대표단에는 도쿄에 본사를 둔 대기업 덴츠의 직원 5명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최근 2년 동안 엑손모빌, BP 등과 최소 27건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플라이쉬만 힐러드의 직원도 브라질 대표단에 등록되어 있으며, 화석 연료 관련 기업들과 협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 COP에 참석한 홍보대행사들에 대한 공격과 논란이 벌어지지는 않았는데, 점점 더 ‘기후민감성’이 높아지면서 예민함도 커지는 것 같습니다. 화석연료산업도 탄소중립을 위해 COP에 참석하고 홍보대행사도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할 수 있지만, 많은 기후활동가들은 아직 ‘가해자’에 대한 의심과 불신의 눈초리가 가득한 모양입니다. 

어렵습니다. 정치는 서로 의견이 다른 다양한 집단을 공동체를 위해 의견을 모으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정치가 더 사회와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기후 정치 또한 의견이 모이기는 커녕, 더 분열되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머스크를 보면, ‘정경분리’는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다시 X에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고 하는 보도까지 나옵니다. 이기심 가득한 우리 인류 공동체를 위한 해법은 정치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해법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모두 평안하세요.  


                         박란희 대표 & 편집장
                         박란희 대표 &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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