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테슬라

애플·테슬라·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MS)·델 등의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지난 2019년 국제권리변호사회(IRA)로부터 일제히 소송을 당했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공급망에서 아동 노동 착취가 이뤄지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도 방조한 혐의다. 코발트는 스마트폰과 전기차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를 만드는 핵심 광물이다. 전 세계에 공급되는 코발트의 절반 이상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산된다.

IRA는 "이 기업들은 아동 노동자의 죽음이나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지는 노동 착취와 연계된 공급망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소송 당사자인 어린이 14명 중 6명은 광산 터널 붕괴로 사망했고, 나머지 어린이들은 마비 등 심각한 장애를 동반한 부상을 입었다. 

사고 이후 테슬라는 '2019 임팩트 보고서'에서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코발트 프리' 배터리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테슬라 배터리에 니켈 함유량을 높이고 코발트 비중을 줄여 100% 니켈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공급망 내 근로자 인권을 보호하고,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겠다는 약속이 담겼다. 

 

자사 뿐만 아니라 공급망 내

협력업체에도 ESG 강화 요구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공급망 내 인권·윤리·환경보호 등을 위한 협력 기구를 만드는 등 움직임이 활발하다. 

애플은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캠페인인 'RE100' 참여기업으로 협력업체 청정에너지 프로그램 계획을 발표했다. 애플의 협력사는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만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애플은 공급망 내 모든 단계의 협력업체에 노동권, 인권, 건강, 환경보호 등 행동수칙 마련하고 성과 평가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2019년 기준 49개국 1142개의 협력업체를 평가했고 100만 톤 이상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했다. 협력업체 중에서 고득점을 받은 비율은 2014년 26%에서 2017년 47%로 증가, 2019년에는 82%까지 올라가는 등 개선 결과가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0 환경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감사 관리 시스템인 'Microsoft Power BI'를 통해서 공급업체들의 사회적 성숙도와 사업의 지속가능성 등을 추적하고 지원 및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협력 업체에게 탄소 배출량 공개를 요구하는 공급 업체 행동강령을 새로 만들어 공급업체의 정보 공개 투명성을 높이고 탄소 저감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독일의 글로벌 화학 기업 바스프는 공급업체 행동수칙을 제정했다. 국제노동기구 등의 원칙 및 글로벌 화학산업 책임관리 프로그램에 기반해 협력사들은 ESG 표준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공급망 내 지속가능성과 협력사 ESG 기준 강화를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의미에서 2011년 화학기업인 바이엘, 헨켈, 솔베이와 함께 공동의 화학산업계 이니셔티브인 'TfS'를 설립했다. 이 이니셔티브는 공동의 공급업체 평가와 감사를 진행하고, 나아가 이 기준을 글로벌 표준으로 인정받는 걸 목표로 한다. 리스크 매트릭스 기반으로 자체적인 TfS 프로그램을 만들어 협력사 현장 실사 및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도 한다. 2019년 협력사의 81%를 대상으로 ESG 평가를 실시했고, 재평가를 통해 52% 기업의 성과를 개선했다. 

 

RBA 이니셔티브 가입 국내기업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삼성전자
삼성전자

국내에서도 공급망 관리를 위해 이니셔티브에 가입하는 경우가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 SK하이닉스 등이 RBA에 가입돼있다. RBA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연합이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강제 노동에 취약한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이니셔티브인 RBA 산하 RLI에도 가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는 협력회사의 선정, 운영, 평가 등 모든 단계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공급망 리스크와 기회를 관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규 협력회사 선정 시 구매·품질, 환경안전, 노동인권, 에코파트너, 재무현황의 5개 영역을 중점적으로 평가해 모든 영역에서 80점(100점 만점) 이상을 받은 경우에만 협력회사로 등록한다. 환경안전, 노동인권 영역은 RBA 스탠다드를 준용한 체크리스트를 활용해서 점검하고 있다.

분쟁 및 고위험 지역에서의 광물 채굴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인권침해, 환경파괴 등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쟁지역 광물의 책임있는 공급망에 대한 OECD 실사 지침'도 따르고 있다. 일례로 콩고민주공화국을 포함한 아프리카 10개국에서 채굴되는 분쟁광물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분쟁광물 미사용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LG전자는 협력회사 제품 및 부품에 포함된 4대 분쟁 광물(탄탈륨, 텅스텐, 주석, 금)의 원산지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공급망 내 제련소를 대상으로 RMAP(분쟁광물 미사용 제련소에 대한 실사 및 보증 프로그램)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책임있는 광물 사용에 대한 인식개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 협력회사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전체 협력사를 대상으로 CSR 리스크 자가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고위험 협력사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심층자가점검 설문 문항을 사용하여 생산사업장에서 발생 가능한 노동, 인권, 안전, 보건, 환경 등의 항목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발견된 위험사항은 저위험, 불안정, 고위험군으로 구별하여 관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무료 ESG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41개 협력사에서 2019년도 81개사로 대상 협력사를 확대했다. ESG 컨설팅 결과 노동 및 SHE(안전·보건·환경) 분야에서 리스크가 발견되면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고 안정적으로 솔루션이 실행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까지 하는 제도다. 

리스크가 발견된 협력사엔 재방문을 해 개선여부도 지속적으로 검증한다. 협력사가 희망하는 경우 해당 협력사에 ESG 툴과 전문가 교육 등을 제공해 협력사가 ESG 리스크를 명확히 인식하고 자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대제철, 국내 최초 리스판서블 스틸 가입

철강분야 ESG 이니셔티브

현대제철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국내 최초로 철강업계 글로벌 이니셔티브 '리스판서블 스틸'에 가입했다. 리스판서블 스틸은 호주에 있는 다국적 비영리단체 '스틸스튜어드십 위원회'가 운영하는 철강 분야 ESG 이니셔티브다. 아르셀로미탈, 아페럼, 블루스코프 등 철강업체를 비롯해 BMW와 광산업체인 BHP 및 글로벌 은행 HSBC 등 철강 및 관련 기업 71곳이 참여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매년 '공급망 ESG 평가'를 통해 협력사의 노동·인권, 환경·관리, 윤리·준법, 안전·보건 등 잠재적인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또한 공급망 ESG 평가 결과에 따라 고위험 협력사를 선정해 개선안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개선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2019년 총 300개의 협력사를 대상으로 지속가능성 평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하위 5%와 안전평가 70점 미만의 협력사 26곳을 고위험 공급업체로 분류해 해당 업체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후관리에도 신경썼다. 공급망 실사를 통해 해당 리스크에 대해 개선 계획을 제출한 곳은 17개사, 이 중 14개사가 리스크를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 ESG 평가는 '안전·보건, 노동·인권' 영역 등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해당 결과는 입찰 제한과 같은 불이익과 연결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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