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1위 TSMC가 미국의 관세 정책이 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밝혔다.
위츠제(C.C. Wei) 최고경영자(CEO)는 3일 대만 신주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관세는 TSMC에 직접 부과되지 않지만, 가격 상승을 통해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AI 수요는 여전히 공급을 앞질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 부담 인정하면서도 AI 수요 강세 지속
위 CEO는 “관세는 수입자에게 부과되기 때문에 수출 중심 기업인 TSMC에는 직접 적용되지 않지만, 가격 상승으로 수요가 줄면 TSMC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투자 환경에 대한 부담도 언급했다. 그는 “일부 장비가 아시아에서 생산돼 미국 내 공장 설비 투자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미 상무부와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TSMC는 현재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 약 1650억달러(약 227조원)를 투자 중이며, 지난 3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1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위 CEO는 “이 프로젝트를 5년 안에 마무리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동 진출설 부인…지정학적 리스크는 “정부 차원 문제”
최근 일부 외신을 통해 다시 제기된 중동 진출설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에 고객이 거의 없어 가능성이 낮다"고 선을 그었다. 이 설은 원래 지난해 9월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서 TSMC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에 반도체 생산기지 건설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으로 처음 보도됐으며, 당시 TSMC는 이를 즉각 부인한 바 있다. 최근 미·중 기술갈등과 대만해협 긴장 고조 속에서 TSMC의 생산기지 다각화 가능성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중동 진출설이 재차 언급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화웨이 계열사로 알려진 중국 소프고(Sophgo)에 대한 납품 중단에 대해서는 “대만 및 미국 정부와 협조하며 법적 요건을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중국의 AI 반도체 기업에 대해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소프고 또한 제재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환율 변동의 영향도 언급됐다. 위 CEO는 “최근 대만 달러 강세로 인해 총이익률이 3%포인트 이상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질문에는 “대만 해협에서 원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면, 이는 정부 차원의 문제이지 TSMC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주주총회 내용을 인용해 “TSMC가 미국 관세로 인한 간접적 부담을 인정하면서도, 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