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부문은 전체 온실 가스 배출량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성공적인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석 연료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중요하지만,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던 화석 연료 사용량은 올해 다시금 증가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IEA)는 2021년 전 세계 석탄과 석유 사용량이 전년 대비 각각 4.5%, 6.2%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팬데믹 이후 예상보다 빠른 경제 회복, 이상 기후 현상, 지정학적 이슈 등으로 많은 국가들의 에너지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공급이 전체 수요에 못 미치자 발전 원가가 저렴한 화석 연료의 가격이 급등했다. 10월 국제 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는 배럴 당 84달러 수준으로 7년 만에 최고점을 달성했고,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1년 사이 4배 가까이 올랐다. IEA는 2021년 CO2 증가량이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수치'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영국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회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6)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COP26 개최에 앞서 많은 국가들이 자체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시했지만,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C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수정된 NDC를 기반으로 계산한 143개국의 탄소 배출 감축 규모는 2030년 기준 9%에 불과하다.
여전히 부족한 청정 에너지 투자
APS(Announced Pledges Scenario)는 COP26 개최 이전 각 국가들이 발표한 새 감축 공약을 기반으로 작성된 새로운 시나리오다. 50개 이상의 국가와 유럽 연합 전체가 탄소 순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로 약속했다.
APS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청정 에너지 투자 및 자금 조달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역시 목표를 달성하기엔 부족한 규모다. IEA가 10월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World Energy Outlook 2021)'는 그 원인 중 하나로 "APS에 반영된 기후 공약과 에너지 전환 계획이 국가 간 급격한 차이를 드러낸다는 점"을 꼽는다. 일례로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COP26에 불참한다. COP26의 중국 대표로는 시젠화 중국 기후 특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APS와 2050년 목표와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030년까지 청정 에너지 프로젝트 및 인프라에 대한 연간 투자가 거의 4조 달러(4600조원)로 급증해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추가 지출의 약 70%는 선진국이 아닌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번 COP26의 핵심 논의 중 하나는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1000억 달러(117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이다.
불안정한 에너지 시장
보고서는 에너지 전환의 위험 요인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에너지 수요와 그로 인한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을 지목했다. 공급 조절 중심의 에너지 전환이 지속하는데 대한 지적이다.
한동안 투자자들은 친환경 에너지 회사를 선호하고 화석 연료 생산업체로부터 투자를 철회하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올해와 같이 친환경에너지 공급이 전력 수요와 큰 차이를 보이며 에너지 시장이 불안정해지면 투자 전략을 바꿀 수 있다.
지난 달 S&P 500 지수는 약 3%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전통 에너지 회사들의 주가지수는 평균 19% 급등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수년 동안 엑손 모빌과 셰브론 같은 회사를 쉽게 기피할 수 있었던 투자자들은 이제 수익 가능성과 기후 고려 사항 중 무엇이 더 중요한 지 선택해야만 한다"고 보도했다.
엑손 모빌의 최고 경영자인 대런 우즈는 지난 주 러시아에서 열린 회의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빠른 성장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훨씬 적다"라고 말하며 “수요 방정식의 균형을 맞추지 않고 공급만 다루면, 추가 변동성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IEA는 청정 에너지 기술 및 인프라 투자 증대가 에너지 시장의 안정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정책입안자들이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