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란으로 인해 글렌코어의 석탄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대비 6배 이상 상승했다. /블룸버그
에너지 대란으로 인해 글렌코어의 석탄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대비 6배 이상 상승했다. /블룸버그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에너지 대란이 발생하자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화석연료업체가 많은 이익을 벌어들였다. 

특히, 세계최대 광산업체 글렌코어(Glencore)의 석탄사업부는 작년 상반기에만 약 89억달러 (약 11조3100억원)의 수익을 기록하며, 역대 반기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2021년 상반기에 14억달러(약 1조7700억원)의 석탄사업매출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유럽의 주요 발전소에 공급하는 석탄의 단가 또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에 주주들 또한 단기적으로 많은 이익을 보았으나, 기관투자자들은 글렌코어의 장기적 기후변화 대응 행동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글렌코어가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발표하며, 석탄 생산을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던 것과 반대로 오히려 석탄생산의 매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난 5일, 글렌코어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은 주주 결의안을 공식 제출하여 ‘글렌코어의 석탄 생산계획이 파리기후협약의 1.5C도 어젠다와 자사의 기후변화 대응목표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상세히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2050 탄소중립계획 발표했지만...

석탄 생산 계획 지속하고 있는 글렌코어

글렌코어가 2021 기후변화전략을 통해 밝힌 탄소중립 로드맵/ 글렌코어
글렌코어가 2021 기후변화전략을 통해 밝힌 탄소중립 로드맵/ 글렌코어

지난 2020년, 글렌코어는 기후변화 전략을 발표해 2026년까지 탄소배출을 15%(2019년 대비), 2035년까지 4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으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21년 기후변화전략에서는 해당목표를 상향해 2035년까지 탄소배출을 50%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의 석탄 생산계획을 들여다보면 탄소배출감축 목표와 부합하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글렌코어의 2023-2025 예상 석탄 생산량은 약 1억1000만톤으로 추산된다. 이는 석탄사업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작년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장 2026년까지 탄소배출을 15% 줄여야 하지만, 석탄 생산량의 감소추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또한 글렌코어는 2025년 이후의 석탄생산계획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실제, 2021년도 글렌코어의 탄소배출량은 무려 2억8000만톤으로 이는 스페인의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석탄 생산 지속으로 인한 환경 리스크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때문에 작년 10월에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약 25%의 주주들이 글렌코어의 기후변화 행동계획에 반대표를 던져 이슈가 되기도 했다.

 

기관투자자들, 미래 석탄생산 및 탄소배출감축 계획 상세공개 요구

글렌코어의 주주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기 중인 투자자/ 로이터 통신
글렌코어의 주주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기 중인 투자자/ 로이터 통신

기관투자자들은 처음으로 기후변화행동에 대한 공식 결의안을 제출하며 글렌코어 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결의안 제출의 목적이 글렌코어에 대한 환경 리스크 평가를 확실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글렌코어의 지분 약 1.5%를 보유한 LGIM(Legal & General Investment Management)의 글로벌 ESG 분석가 드롤 엘카얌 (Dror Elkayam)은 “현시점에서 글렌코어의 석탄생산계획이 파리기후협약의 1.5C 어젠다와 부합한다는 분명한 증거가 없다” 며 “때문에 우리는 저탄소전환의 기조에서 글렌코어가 적절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호주의 펀드회사 비전 슈퍼(Vision Super)의 최고투자책임자 마이클 뷔어쉬(Michael Wyrsch)는 “에너지 전환의 시기에 글렌코어는 니켈, 구리, 재활용 사업 등을 통해 친환경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며 “하지만 석탄 사업에만 집중해 파리기후협약에 부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결의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기관은 HSBC자산운용, LGIM, 스위스 에토스 재단(Ethos Foundation) 등으로 이들의 총자산운용규모는 약 2조2000억달러 (약 2794조원)에 달한다. 이번에 발의된 결의안은 향후 5월에 열릴 주주총회에서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기후변화행동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가 이어지자, 글렌코어는 “이번 3월에 기후변화행동 경과보고서를 발간하여 지난 2020년 수립한 기후변화행동전략의 경과사항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만약 해당보고서 및 결의안 제출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행동에 대한 뚜렷한 진전이 없을 경우, 석탄사업부 분사 등 주주들의 강경한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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