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에선 가스레인지 사용 금지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논란이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한 곳이 캘리포니아다. 새로 짓는 주택과 아파트에서 천연가스 연결을 금지하는 규정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레스토랑협회(이하 협회) 등와 캘리포니아공제법인이 버클리시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공제법인은 콘도협회, 주택소유자협회, 시내사업협회 등 사업 협회를 위한 법인이다.
협회측이 버클리시를 상대로 한 항소 사건에서 미 연방 순회법원은 협회측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로이터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사건이 중대한 이유는 미 전역에 미치는 파장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버클리시가 신규 건물에 천연가스 연결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자 이후 뉴욕시, 샌프란시스코, 새너제이, 시애틀 등 수십 개 다른 지자체도 유사한 제한규정을 만들었다.
가스레인지 사용 찬반 논란 뜨거워
다양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가스레인지로 요리할 경우 인간의 머리카락 굵기보다 30배 이상 작은 PM2.5 크기의 공기 입자와 함께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및 포름알데히드 등의 유해 가스가 방출되고, 이로 인해 폐를 자극해 소아 천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 발표된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연구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발생하는 소아 천식 사례의 12% 이상이 가스레인지 사용에서 기인한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가스레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2023년 하반기에 가스레인지 위험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 가정의 약 38%가 가스레인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와 뉴저지 등은 그 수가 전체의 70%에 달한다.
이러한 금지 규정 때문에 당장 주택이나 건물을 관리하는 협회, 가스레인지로 요리를 해야하는 레스토랑협회 등은 강력히 반발해왔다. 캘리포니아 레스토랑 협회는 "이 조례가 사업주에게 비용과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천연가스 유틸리티 및 주택 건설업체를 포함한 다른 그룹과 함께 2019년 법원에서 이 조례에 이의를 제기했다. 캘리포니아 레스토랑 단체는 이 금지가 식당들이 더 이상 인기 있는 음식을 준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상황에서 연방법원은 "버클리시의 2019년 새로운 가스 연결장치 금지조치는 사실상 이 연료를 사용하는 가전제품(가스레인지)을 금지하는 것이며, 이 조치는 연방법률인 미국 에너지정책 보존법(EPCA)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레스토랑협회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미 에너지정책 보존법은 미국 내 에너지 공급 및 가용성 증대, 에너지 수요 억제, 에너지 비상사태 대비와 기타 목적 등을 위한 법률이다.
레스토랑 협회 대변인은 "버클리시의 조례는 어느 도시의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조치"라고 말하며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최소 20개주, 천연가스 연결 금지 규칙 제정
하지만 가스레인지 사용 금지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가스 사용 금지 지지자들은 기후 변화를 촉진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천식과 다른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전기 난방과 요리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이번 결정은 연방법률이 버클리시의 조례를 선점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린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Yvonne Gonzalez Rogers) 미국 지방법원 판사의 2021년 결정을 뒤집는 것이다.
한편, 캘리포니아주는 2045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목표를 세웠다. 공화당 주도의 주 의회가 있는 애리조나, 오하이오, 텍사스를 포함한 최소 20개 주는 천연 가스 연결을 금지하는 규칙을 제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