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와 임팩트온은 올해 '그린워싱 탐사대 2기'를 운영한다. ESG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는 청년 기자단을 중심으로, 이들을 직접 멘토링하고 이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도한다.
‘케이팝포플래닛(지구를 위한 케이팝, kpop4planet)’은 케이팝 팬들의 기후행동 플랫폼으로, 작년부터 국내 대표 음원스트리밍 기업인 ‘멜론’에 재생에너지 전환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음원이나 영상을 파일 다운로드 없이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스트리밍 과정에서 데이터 센터의 전력 사용과 탄소 배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특히 케이팝포플래닛은 지난해 멜론, 지니뮤직, 플로, 바이브, 벅스 등 음악스트리밍 기업들에게 친환경 스트리밍을 요구하면서, 각 기업의 공개답변을 케이팝팬들에게 소개했다. 투표 결과, 케이팝 팬들이 꼽은 '2022 최악의 스트리밍' 1위는 멜론이었다.
멜론은 모회사인 카카오의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라 친환경 재생에너지 도입계획을 밝히며 204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케이팝포플래닛은 유튜브 뮤직이나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타 글로벌 서비스를 언급하며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는 적극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는데, 왜 멜론은 그렇게 운영을 못하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멜론, 데이터센터 건립의 5가지 어러운 이유
멜론은 여러 가지 이유로 당장의 전환은 약속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왜 멜론은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건립하지 못하는 걸까?
우선 멜론을 포함한 여러 기업들이 자체적인 데이터센터를 건립하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존재한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컬리어스에 따르면,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 리포트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의 어려움에는 총 5가지가 있다.
첫째, 전기공급 규제로 인한 수도권 건립 제한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야 접근성과 통신 인프라 활용 등 여러 부분에서 유리하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데이터센터의 60%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고 특히 상업용 데이터센터는 81%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약 7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앞으로 정부는 수도권을 ‘전력수요밀집지역’으로 지정하고 전기사용과 부지사용에 대한 허가를 받아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주민 민원문제로 인해 부지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대부분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건립되다 보니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려면 송전탑과 같은 초고압선을 부설해야 하는데 고압전기가 흐르는 송전탑의 위험성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네이버는 경기 용인시에 제2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해당 지역주민들이 “특고압 전기공급시설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비상발전시설·냉각탑 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주민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네이버가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중단한 것이다.
셋째, 높은 건축비용이 요구된다. 데이터센터는 랙(Rack Enclosure, 내부에 국제 표준 규격의 장비 등을 설치하여 시스템 구성에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고 장비의 보호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장비)당 서버 및 온도와 습도 유지를 위한 공조, 전기, 배관설비 역시 잘 갖춰야 하기 때문에 타 대체투자 자산 대비 초기 구축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든다. 실제로 데이터 센터 1개 건축 및 운영에 5000억~8000억 원 정도가 투자된다.
넷째, 데이터센터 운영과 영업인력 확보문제다. 데이터센터는 운영의 안정성, 운영의 효율화, 유동성을 보장해주는 사업자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앞으로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다섯째, 데이터센터 개발로 인한 수익률을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 개발의 경우 기존의 상업용 부동산 수익률계산과 기준이 다르다. 공사비도 평 당 공사비가 아닌 메가와트 당으로 계산하는데 메가와트 당 100억 정도의 높은 공사비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고려할 요소들이 여럿 존재하다 보니 데이터센터 개발로 인한 수익을 정확한 수치로 나타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낮아, 친환경 데이터센터 걸림돌
멜론은 보도자료를 통해 “친환경 데이터센터의 한계의 원인은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낮은 비중에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8.29%이다. 이는 OECD 평균인 30%에 한참 못미치는 수치이다. 신재생에너지는 국내에서만 사용되는 개념으로 국제 기준의 재생에너지로 분류되지 못하는 수치가 합산된 결과임을 고려하면 더욱 낮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의 높은 단가도 친환경 데이터센터의 걸림돌이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른 태양력 발전의 단가는 213.5원이며, 풍력 발전 211.3원, 수력발전 240.7원 등으로 원자력 발전 단가인 50.5원의 평균 4배의 금액이다.
그러나 국내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상황을 좀 더 둘러보면 100% 친환경 전환에 가능성이 보인다. 2022년 부품 가격의 인플레이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요로 인해 전년 대비 태양광 발전 설치량이 40% 증가한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가에서는 2021년부터 K-RE100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K-RE100은 한국형 재생에너지 전기 100% 실행 제도이며 사업내용으로는 녹색 프리미엄, 제 3자 PPA 등이 있다. 즉, 앞서 밝힌 친환경 데이터 센터 변환의 한계들을 돌파할 가능성이 생겨나고 있다.
국내기업인 네이버는 이미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건립한 경험이 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013년 6월, 12만대 규모의 데이터 센터 ‘각’ 춘천을 준공했다. 냉각장치를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의 특성을 고려해 평균 기온이 낮은 춘천에 부지를 선정했고, 찬바람을 활용하기 위해 네 개의 동을 V자로 배치하는 등 자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건립했다. 국내의 재생에너지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각' 춘천의 경우 여름철에만 춘천의 수력발전소를 통해 전력을 친환경적으로 조달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 특성 때문에 멜론 측에서는 "구글, 애플 등이 위치한 미국과 유럽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60%대에 이르지만 한국은 5.8%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는 환경"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멜론은 언제쯤 친환경 데이터센터로의 이전을 진행하는 것일까. 멜론의 모기업인 카카오는 2040년까지 연결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사업 운영 과정에서 이용하는 전력 사용량의 60%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자체 데이터센터에 대한 PPA(전력구매계약) 추진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2023년 준공될 예정인 카카오의 안산 데이터센터에 대해 카카오는 "자연 조건의 활용, 다양한 에너지 절감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통합 설계를 통해 친환경 데이터센터로서 정체성을 구현할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냉각 전력 효율 향상을 위한 고효율 에너지 설비를 적용하며, 우수 및 중수, 폐열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ESG보고서에서 밝히기도 했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힘쓸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유럽연합의 경우 2020년 이미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20%를 초과했다. 특히 스웨덴은 2019년부터 재생에너지 비중이 54%를 돌파했으며, 스웨덴의 데이터 센터 Bahnhof의 경우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운영되고 있다. 인프라 구축이 잘 되어 있기에 페이스북 역시 첫 유럽 데이터 센터로 스웨덴의 북부 도시 룰레를 선택했다.
* 그린워싱 탐사대 김단비, 강나윤, 박수진, 이지연, 표지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