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정부가 기후단체와의 법정 싸움에서 패소했다.
18일(현지시각) 기후단체가 노르웨이 정부와의 소송에서 승리하면서, 노르웨이의 해저 유전 및 가스전 개발 계획이 무산됐다고 블룸버그 및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노르웨이, 전쟁 후 유럽 최대 에너지 공급국으로 부상…
신규 화석연료 개발 위한 세제 혜택도 도입
노르웨이는 2022년 기준 1인당 GDP 세계 2위 국가로, 북유럽의 대표적인 부자나라다. 특별히 내세울 만한 산업이 없는 노르웨이가 세계적인 부국이 된 배경에는 화석연료가 있다. 노르웨이 연안인 북해에 다량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구 550만명의 노르웨이 경제 생산량 중 3분의 1은 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유럽에 에너지 위기가 발발하자, 노르웨이는 유럽연합(EU) 최대 에너지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2022년 노르웨이 국영 석유기업 페토로(Petoro)의 수익은 2021년의 3배인 500억달러(약 66조5700억원)를 기록했고,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Equinor) 또한 750억달러(약 99조8700억원)라는 기록적인 이익을 남겼다. 이러한 수익은 운용자산 1조4000억달러(약 1865조3600억원)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로 흘러간다.
환경단체들은 노르웨이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전쟁으로 발발한 에너지 위기를 새로운 석유 및 가스전 개발을 위한 명분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노르웨이는 2020년 석유 투자에 세제 혜택을 도입하는 등 신규 화석연료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2023년에는 유럽 수요 대응 및 화석연료 생산 기간 연장을 위해 2000억노르웨이크라운(약 185억1000만달러, 약 24조6627억원) 규모의 19개 유전 및 가스전 개발을 승인한 바 있다.
오슬로 지방법원, 정부의 화석연료 개발 프로젝트에 제동…
“환경영향평가 없었고 절차적 과정도 부적절해”
2023년 6월 그린피스 노르웨이와 지구의 벗 등 기후단체는 노르웨이 정부의 신규 유전 및 가스전 개발을 막기 위해 법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진행 중인 브레이다블릭(Breidablikk), 이그드라실(Yggdrasil), 티르빙(Tyrving) 등 북해 해상 유전 세 곳의 개발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그린피스는 노르웨이 정부의 3곳 유전 개발 승인은, 노르웨이 헌법, 유럽경제지역법, 노르웨이의 국제 인권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너지부가 환경 영향 평가를 소홀히 하거나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노르웨이 에너지부는 관련 승인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기후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18일(현지시각) 오슬로 지방법원은 세 개의 유전과 가스전 승인은 모두 무효라는 판결문을 발부했다. 주 정부에는 유전을 건설하고 생산하기 위한 신규 허가 승인 금지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정부가 환경 영향 평가를 받지 않음으로써 노르웨이 대법원의 법적 선례를 위반했고, 승인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도가 부족하다며 이는 유럽연합(EU)법에도 부적절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그린피스 노르웨이 지부 책임자 프로 데 플레임(Frode Pleym)은 “법원의 긍정적이고 철저한 판결이 매우 기쁘고 다행스럽다"며 “추가적인 모든 유전 및 가스전 개발이 중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정부는 이번 법원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