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국내주식을 넘어 채권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ESG 기준을 강화하면서, 자본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국내주식 ESG 평가체계 개선 및 국내채권 ESG 평가체계 구축' 외부 연구용역을 보고 받고 이를 향후 투자에 참고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국내주식에 적용하던 ESG 평가 체계를 개선하고 국내채권에도 ESG 평가 체계를 신설하고자 연구 용역을 발주했는데 이를 최근 마무리한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위탁운용의 전략 중 하나인 '책임투자형' 펀드에 적용할 벤치마크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국내 주식 직접운용과 위탁운용, 국내 채권의 직접·위탁운용에서 ESG 평가를 어떻게 확대할지 파악하는 작업이었다.
연구용역을 진행한 대신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채권에 대해서는 책임투자를 적용할 때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책임투자 자산군을 채권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ESG 원칙을 어떻게 활용할지 기준을 정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는 비공개 처리 후 내부 참고용으로만 활용될 예정이다. 기금운용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에 대외공개 시 시장에 불필요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자산시장의 최대 투자자인 만큼 연구 결과가 공개되면 ESG 평가 기준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개별 자산 가격이 출렁거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국내 주식과 더불어 채권까지 ESG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2019년 11월 마련한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국민연금은 그간 국내 주식에 대해 책임투자를 강조하며 ESG 평가 체계를 도입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투자배제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등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국내 채권에 대해선 ESG 요소를 평가하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 용역으로 전통적인 국내 투자자산은 모두 ESG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기금자산은 총 772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국내주식은 139조2천40억원, 국내채권은 325조7천490억원이다. 두 자산군만 합쳐 464조9천53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 자산들에 대해 앞으로 ESG 기준을 더 강하게 적용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기업과 기관들도 관련 요소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최근 기금운용 전문가를 공개모집하면서 책임투자 관련 인력도 충원하기로 했다. 전체 충원 예정 인력 20명 가운데 책임투자와 관련해 수탁자책임 인력 1명과 대체투자 관련 법률위험을 검토하는 기금법무 인력 3명 등 총 4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