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ETF 수익 Top 10 중 7개는 친환경...

시장 이끈 친환경 열풍

2020년 미국 ETF 수익률 상위 10곳/The Street (임팩트온 정리)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주식 시장은 대폭락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증시는 다시 급반등했고, 2021년말까지 황금기를 맞았습니다. 이 기간에 미국 주식에 관심을 가졌던 분이라면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의 대표  캐시 우드(Cathie Wood)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텐데요. 테슬라를 비롯해 첨단기술기업에 대거 투자해 큰 수익률을 기록하며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실제, 캐시우드의 ARK ETF시리즈 3개는 2020년 미국 ETF수익률 순위에서 4-6위를 나란히 기록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친환경 주식들입니다. ARK인베스트의 ETF를 제외하면 2020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미국 ETF 상위 10개 중 7개는 모두 친환경ETF였습니다.

실제, 여러 친환경 기업들이 두각을 보이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는데요. ‘서학개미 열풍’을 불러왔던 전기차의 선두주자 테슬라, ‘마이크로 인버터’ 기술 상용화로 태양광 시장에서 급성장한 엔페이즈 에너지(Enphase Energy) 등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열풍이 일면서 재무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초기 기업들의 기업가치도 급등했습니다. 그린 수소, 전고체 배터리 등 아직까지도 상용화되지 못한 기술을 연구하는 초기기업의 가치도 급상승하면서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수소차 전문회사 니콜라(Nikola)는 테슬라에 비견되며,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는데요. 단 한 대의 차량도 팔지 못했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무려 시가총액 300억달러(40조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회사 포드보다도 높은 시가총액이었습니다.

 

2021년 이후 친환경 주식 반토막... 닷컴버블과 유사한 양상 보여

친환경 열풍이 꺼진 2021년 이후, 친환경 주식들은 하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시장 수익률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Factset
친환경 열풍이 꺼진 2021년 이후, 친환경 주식들은 하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시장 수익률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Factset

하지만 이러한 친환경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금리인상 ▲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이슈 등의 악조건으로 인해 친환경 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됐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난이 가속화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산업에 대한 지원정책이 주춤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반ESG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친환경 산업에 대한 여론이 더욱 약화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2021년 고점 이후, 친환경 기업들은 재무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실제 증시에서도 친환경 주식들은 50% 이상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상은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을 경험했던 IT섹터의 모습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1990년대 말,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인터넷 산업은 사람들에게 초유의 관심을 받았는데요. 이에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을 표방하는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나스닥 종합지수는 무려 400%나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뎀이나 케이블 인터넷 등의 저속 인터넷망을 사용했고 이에 당시의 온라인 서비스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대하던 수익을 거두지 못했고, 2001년부터 시작된 닷컴버블로 인해 나스닥 지수는 고점대비 무려 78% 하락했습니다.

 

"디지털 혁명 사례로 보는 친환경 산업의 미래...

새로운 생태계 구축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림) 연도별 시가총액 상위 IT기업/ 임팩트온 정리
(그림) 연도별 시가총액 상위 IT기업/ 임팩트온 정리

하지만 닷컴 버블이 터졌다고 해서 '디지털 혁명'이라는 거대한 어젠다가 사라졌던 것은 아닙니다. 닷컴버블 이후 퀄컴, 인텔, 애플 등 첨단장비 및 반도체 기술로 무장한 IT하드웨어 기업들이 새로운 IT열풍을 이끌었기 때문인데요.

해당 기업들의 첨단기술로 인해 온라인과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할수 있는 기반환경이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아마존, 메타, 알리바바 등의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되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제시되었던 디지털 생태계의 모델이 완성된 것이죠.

친환경 산업 또한 이러한 IT산업의 변화 트렌드를 유사하게 따라가고 있습니다. 

2010년대 중반까지 친환경 업계가 증명해야했던 어젠다는 산업의 경제성이었는데요. '화석연료와 비교했을 때, 경제성의 측면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였습니다. 이에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ㆍ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의 전기 생산비용이 같아지는 시점)를 달성한 지역이 속속 등장하면서 친환경 산업이 각광받기 시작했는데요. 일례로 태양광 업계의 경우, 2010년 이후 10년 동안 태양광 모듈의 비용을 무려 90% 가량 감축하면서 경제성 측면에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디지털 혁명에 대한 기대감으로 닷컴 버블이 발생한 것처럼, 친환경 생태계 구축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자, 시장에는 그린 버블(Green Bubble)이 형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에 대한 경제성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산업에는 여전히 여러가지 문제들이 산재해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사업의 보틀넥은 전력망 인프라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2022년 기준, 유럽 및 미국에서 전력망에 연결되지 못해 대기 중인 재생에너지 인프라의 규모는 무려 1500GW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3년 전세계에 설치된 재생에너지 용량의 무려 3배에 달하는 양입니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기술 개발이 늦어지면서, 태양광이나 풍력을 중심으로 전력망을 개편했던 유럽이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독일과 영국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발생해 재생에너지 전력요금이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대란이 발생하자 이러한 친환경 생태계의 문제점들이 부각됐고, 이는 친환경 산업이 위축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재생에너지 인프라에서 기후테크로... 친환경 산업의 새로운 물결

2023년 기후테크 투자에서 '산업 전환'분야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Sightline Climate
2023년 기후테크 투자에서 '산업 전환'분야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Sightline Climate

하지만 닷컴버블 이후 첨단장비,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IT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듯, 친환경 산업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친환경 시장 전문 리서치 업체 사이트라인 클라이밋(Sightline Climate)의 2023 기후테크 투자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해 기후테크 분야의 투자금액은 전년 대비 약 30% 가량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친환경 산업의 미래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는데요. 보고서를 살펴보면, 친환경 산업 전반에서 투자가 감소했지만 유일하게 작년 투자금액이 10% 증가한 분야가 '산업 전환' 분야 입니다. 여기에는 ▲수소환원제철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플라스틱 및 화학 ▲제조공정 개선 등이 포함됩니다. 

전세계의 에너지 전환 투자를 살펴보면, 좀더 명확한 큰 그림을 볼 수 있는데요. 블룸버그 NEF의 2024 에너지 전환 투자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전기차에 대한 투자가 재생에너지를 넘어섰습니다. 또한 전력망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전기차,재생에너지에 이어 친환경 산업에서 세번째로 높은 투자규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ESS (76%), 탄소포집 및 저장 (100%), 수소(200%) 분야는 가파른 투자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이는 산업의 포커스가 단순히 재생에너지 설비를 저렴한 가격에 대량 설치하는 것을 넘어  ▲업종별 사업공정 개선 ▲송배전 ▲에너지 저장 등 각 분야에서 첨단기술을 적용하는 것으로 넘어갔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혁명의 기반을 갖추기 위해 모뎀을 사용하는 저속인터넷 망에서 5G를 활용하는 스마트폰으로 기술이 발전한 것처럼 말이죠.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 등의 기반 시설은 여전히 필요하며, 그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지만 시장을 선도하는 ‘게임 체인저’의 역할은 기후테크 기업이 맡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실제 작년 9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의 파트너 아니르반 무케르지 (Anirban Mukherjee)는 “지난 10년간 친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는 2000억달러(약 267조원)에서 6000억달러(약 802조원)로 급상승했으며, 앞으로의 10년 간 이러한 투자가 결실을 맺어 기후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 이상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본다”며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각 분야마다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많으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힌바 있습니다.

사이트라인 클라이밋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설립된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유니콘 기업이 되는 데 걸리는 평균기간은 4년이라고 하는데요. 기존 유니콘 기업들이 이를 달성하는데에 걸린 평균 기간이 7년인 것을 감안하면, 기후테크 분야가 얼마나 각광받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국내기업들도 차세대 배터리, 가상발전소, 그린 수소 등 미래 친환경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닷컴버블 이후,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을 중심으로 한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었듯이, 친환경 부문에서도 테슬라를이어 새로운 시장 선도기업이 등장할 수 있을까요? 관심있게 지켜볼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임팩트온 송선우 에디터

임팩트온 송선우 에디터는 분석 기사를 통해 ESG 공시, 프레임워크, 트렌드 등 글로벌 ESG 주요 현안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네이버의 ‘E커머스 ESG전략 사내 세미나’, SK경영경제연구소의 ‘탄소중립 사례연구’ 등 ESG 관련 리서치와 국제 표준 분석 등의 연구작업도 함께 참여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에서 지속가능경영과 재생에너지 분야를 공부했다.

저작권자 © 임팩트온(Impact O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