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대표변호사 강석훈)이 3일 개최한 ‘ESG: 글로벌기업 대응사례 및 법적 쟁점’ 웨비나에는 무려 1700명이 참석했다. 국내 대기업을 포함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ESG에 관한 높은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다. 이날 웨비나에는 글로벌 ESG 흐름, 국내 규제 동향, 국내 기업들의 ESG 평가와 관련한 몇 가지 주요 사안이 논의됐다. <임팩트온>은 이날 나온 논의의 핵심만 발췌, 정리한다.
ESG, 한국에선 새롭지만 글로벌 50년 역사
마이크 월래스(Mike Wallace) ERM 미국(USA) 파트너와 서현정 ERM코리아는 각각 글로벌 동향을 공유했다. 월래스씨는 “ESG와 관련된 투자자연합조직과 네트워크의 역사는 무려 50년이 넘었다”며 “ESG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두고 평가기관들은 인수합병을 계속해왔고, 국제기구와 이니셔티브들의 초기 창립자 및 관련된 인사들이 중복된 기구를 설립해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1997년 GRI라는 세계 최초의 ESG 표준 프레임워크가 등장한 이후 2000년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2005년 PRI(유엔 책임투자원칙), 2010년 IIRC(국제통합보고위원회), 2011년 SASB(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 2015년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태스크포스), 2016년 SDGs(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 2020년 Capitals Coaltition(자본연합)과 WEF의 SCM(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매트릭스)까지 현재 논의중인 ESG 글로벌 표준 또한 20년도 넘는 역사를 지닌다는 것이다.
무엇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ESG 실행 정도를 평가할 지를 두고 회계의 계정항목을 정하듯, 지속적으로 논의를 거듭해왔다는 것이다. 현 상황을 봤을 때, ESG는 비재무적인 요소가 아니라 재무제표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재무적인 요소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날 월래스씨는 블룸버그 터미널에 존재하는 각 기업별 ESG 데이터와 평가점수의 실제사례를 그대로 보여줬다. DJSI지수를 만드는 로베코샘, 서스테이널리틱스, ISS Quickscore, CDP, ESG 공시점수 및 다양한 ESG 팩터(이사회독립성, 여싱임원비율, 에너지집약도 등등)들이 테이블에 한눈에 펼쳐졌다. 삼성, LG, 아마존, 애플, MS, 인텔, 노키아, 지멘스 등의 중간등급에 포진한 그룹들의 점수와 등급을 한눈에 볼 수 있었으며, 중국 화웨이나 독일 로버트 보쉬(Robert Bosch GmbH) 등은 제대로 된 공시가 없어서인지, 모든 테이블이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ESG 항목의 세부 데이터별로 살펴보면, G(지배구조)와 달리 E(환경)와 S(사회)의 항목 테이블이 비어 있는 기업이 상당히 많았다. 월래스씨는 “ESG기업데이터, 공개점수와 비율, 타사데이터 등은 투자의사결정을 위한 중요한 자료로 제공된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이 취할 3단계 전략을 설명했다. 1단계로, ESG 에코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자신의 기업이 속한 ESG등급과 순위의 에코시스템 현황을 이해하고, 자사가 공개하지 않은 항목에 대해 경쟁사가 공개했는지 여부를 파악한 후 그 항목에 대한 공개 가능여부를 판단하라는 것이다.
2단계로, ESG리서치 기업, 주주 매핑 및 평가를 해야 한다. 우리 기업에 관해 문의하고 주시하는 외부 담당자를 파악하고, ESG에 관심있는 최대주주를 파악하고, 또 우리회사 오너가 ESG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우선순위를 판단하라. 3단계는 전략적이고 통합적인 정보공개가 필요하다. 공개대상 중 아직 공개하지 않은 정보 여부를 확인하고, 가장 중요한 ESG 이슈와 자사의 ESG 정보를 측정 관리하는 내부 담당자를 파악한 후 정보 공개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원 보상과 ESG실적 연계한 로얄더치쉘
ERM코리아 서현정 대표는 “캘리포니아 산불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PG&E 기업의 사례만 봐도 ESG는 기업의 재무적 요소에 영향을 미친다”며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준법경영)) 외에도 탄소세와 탄소배출권 등 재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외에도, 명성이나 인력관리, 환경 등 유무형의 기업 자산가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서부 최대 전력회사인 PG&E는 캘리포니아 산불 발화책임과 관련, 낡은 장비와 과실 등의 책임으로 인해 희생자들의 피해 변제를 위해 135억달러(16조600억원)의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한 후 파산신청을 했다. 서 대표는 “글로벌에서는 E(환경)에 관한 논의는 많이 진행되어서, 이제는 인권(Human Right), 즉 S(사회) 부문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한국은 초기여서 환경 부문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기업 사례 중 로얄더치쉘을 소개하며, “각 평가기관별 자사의 ESG등급을 살펴보고, ESG 중에서 어느 부문이 약한지 파악하고, 이를 임원 보상과 연계한 시스템을 잘 설계했다”고 밝혔다. 로얄더치쉘의 임원 보상 기준치를 살펴보면, 50%의 운영실적과 함께 30% CFFO(Cash Flows From Operations), 20% 지속가능발전(10%안전, 10% 온실가스배출)이 포함돼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등 ESG 규제 더 늘어날 전망
윤용희 율촌 변호사는 “규제 권한이 강화되고, 집단소송이 늘어나고, 징벌적 손해배상이 많아지는 등 ESG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사적집행이 확대되고 처벌이 강화될 수 있어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도입해 사고 발생 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규제 강화와 관련, 환경안전분야를 중심으로 위반행위에 대해 허가 취소, 조업정지 등 강력한 처벌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조업정지, 사용중지, 폐쇄명령 등이 64.6% 급증했으며, 허가취소는 476%(2014년 83건이었으나 2018년 478건)나 늘었다.
이뿐 아니다. 법무부가 지난해 9월 입법예고한 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대폭 확대된다. 윤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2011년 하도급거래법에 도입된 이래 환경보건법, 제조물책임법, 공정거래법 등 약 20개 법률에 이미 도입돼 있으나, 향후 상법이 개정되면 전 분야에 일괄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집단소송제 또한 대폭 확대되며, 소송전 증거조사(한국형 디스커버리)도 도입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집단소송제가 없었기 때문에 혼자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에 임해야 한다는 부담과 함께 배상 액수도 적었지만, 집단소송제가 일반화되면 미국처럼 소송이 증가하고 과의 중과실일 경우 기업이 해당 피해의 300%, 500%까지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송전 증거조사(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과 함께 하급심 판결문까지 공개하는 법률안이 발의 돼있다. 윤 변호사는 “하급심 판결문이 공개됨으로써, 기업의 내부 정보가 외부에 쉽게 공개되고 문제제기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ESG규제 위반행위에 관한 처벌도 강화될 수 있다. 환경범죄에 대해 예전에는 일정액의 과징금만 내면 됐다면, 매출액의 5% 이내 금액 및 정화비용을 과징금을 부담하는 등 처벌액수를 매출액과 연동하는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품 표시나 공시 자료에 기재된 ESG 정보의 오류·누락을 이유로 한 소송 △불성실공시에 따른 증권사기 소송(투자자 집단소송) △ESG 요소 관련 기업의 불법행위·채무불이행 등을 이유로 한 소송 등 미국에서의 논의를 한국에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한국에서도 ESG 정보 관련 법 위반 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어 공시자료나 제품 표시할 때에도 회사 내부 R&R(Role and Responsibility) 개선 및 법률전문가의 사전 검토 프로세스 수립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ESG에 대한 기업의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주제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홍현종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 사무총장과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실장,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민호 율촌 ESG연구소장은 토론에서 "한국 기업이 ESG 경영의 성공을 위해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면 치열한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다"며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ESG 프리미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홍현종 사무총장은 ▲시장자율화 및 바텀업 접근방식의 ESG공시 제도화 ▲ 녹색채권 발행 확대 제도 개선 ▲CEO 및 이사회 구성원의 ESG 경영 리더십 제고 중요 등을 강조했다.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 실장은 “ESG 이슈의 법제화가 매우 강화되고 있고, 국내 기업들은 몇 달 간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등 투자자를 고려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며 “이사진 및 고위경영진의 ESG 대응 및 내재화의 필요성과 ESG 가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덕교 연구위원은 “ESG 평가 업종에 따른 지표별 중대성(중요성)과 관련, IT기업과 같은 비제조업종의 경우 에너지 사용량 절감,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IT기기의 에너지 효율성 등을 면밀히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한편 율촌은 글로벌 환경안전보건·지속가능성 컨설팅사인 ERM과 2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