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최고치 경신하는 EU 배출권 가격
지난 2월 4일, 파이낸스타임스(FT)는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38유로(약 5만1000원)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초에 비해 66%나 오른 가격이다. 헤지펀드와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배출권 가격이 꾸준히 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EU의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돼 상승세가 꺼지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EU의 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상승해왔다. 매달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2017년 7유로에 불과했던 톤당 가격은 12월 30유로 선을 돌파, 1월 톤당 34.25유로, 2월 38유로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배출권은 톤당 100유로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감축 목표가 강화되면서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업종이 많아져 공급 불균형 사태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2월까지 오름새가 심상치 않다 컨설팅 업체 레드쇼 어드바이저스는 “강세장 흐름이 오고 있다”며 상승세는 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화석연료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으로 수혜를 보고 있는 투자상품도 있다. ‘KFA 글로벌 탄소(Global Carbon) 상장지수펀드(ETF)’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이 ETF는 유럽연합 배출권 선물 등에 투자하는 HTS마킷 글로벌 탄소 인덱스(IHS Markits Global Carbon Index)를 추종한다. 지난해 7월 주당 20달러 선에서 출발한 주가는 최근 25달러를 넘어섰다.
탄소국경세 부과에 ‘가격체계’ 비교... 한국은 우위?
한국의 배출권 가격은 시장이 개장한 2015년 1월12일 톤당 8640원에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해 평균 2~3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세계 2위 탄소 거래 시장인데도 유럽과 가격 차가 꽤 나고 있는 것이다.
차이 나는 배출권 가격은 EU가 도입할 탄소국경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탄소국경세 도입시 교역국과 EU의 탄소 배출권을 비교해 가격체계가 동등하면 탄소국경세를 면제하고 낮으면 차액을 부과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간접배출’을 포함하고 있어, 탄소 배출량을 더 넓은 범위에서 집계하고 있다는 우위를 강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간접배출이란 화석연료 등 탄소 배출을 유발하는 에너지원으로 만든 전기를 사용하기만 해도 내는 비용이다. EU는 화석연료 등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주체에게만 비용을 부과하는 ‘직접배출’만 적용하고 있다.
EU 배출권 거래제와 똑같이 ‘직접배출’만 적용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 기업은 배출권 거래제에 간접배출을 포함하고 있어 이중규제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는 타 국가에 비해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배출권 거래제에 간접배출을 포함했지만, 연료비 연동제 개편으로 전기 요금 부과 체계를 변경했기 때문에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간접배출 명목으로 더 걷던 일종의 ‘환경세’를 전기 사용료에 편입된 기후·환경비용에 산입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