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새롭게 설립될 '녹색금융투자센터'./CGFI
영국에 새롭게 설립될 '녹색금융투자센터'./CGFI

 

TCFD를 세계 최초로 의무화한 영국이 기후금융에 관한 또 하나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될 유엔 기후정상회담에 앞서 1000만 파운드(약 150억)를 투자해 영국 녹색금융투자센터(CGFI·UK Centre for Green Finance and Investment)를 설립한다.

옥스퍼드대학이 주축이 된 이 이니셔티브는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이 기후 리스크에 많이 노출된 자산을 식별하거나 공급망에서 삼림 벌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데이터 개발을 목적으로 한다.

센터장을 맡은 옥스퍼드대 지속가능금융 벤 칼데콧(Ben Caldecott) 교수(유엔 정상회의 자문위원)는 “기후와 환경 데이터 분석에서 우리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와 현재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의 차이(Gap)은 매우 크다”며 “CGFI의 궁극적 비전은 금융기관이 과거, 현재, 미래 지구상의 어떤 지점에 대해서도 기후 및 환경데이터 분석과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옥스퍼드대는 최근 스위스 은행인 롬바르드 오디에와 지속가능한 금융 및 투자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영국 녹색금융투자센터는 오는 11월 열릴 유엔 기후회담의 주최국으로서 영국의 지위를 활용, 런던을 녹색금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려는 영국의 국가적 노력의 일환이라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이 센터의 주요 목적은 태풍과 같은 ‘물리적’(physical) 리스크에서부터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한 잠재적인 소송 등 ‘전환’(transition) 리스크까지 기후위험을 잘 맵핑하기 위한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올해말로 예정된 영란은행의 첫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앞두고 나온 조치다. 수많은 기관에서 리서치 자료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접근하거나 해석하기가 어렵고, 또 리스크 모델링을 하기에는 비용도 비싼데다 이용하기 복잡한 단점이 있었다.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금융기관대로, 보고를 해야 하는 기업은 기업대로 기후와 관련된 리스크를 보고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받고 있지만, 데이터 부족과 경험 미숙, 광범위한 보고 표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정부 관계자는 FT 등 현지 언론에 “과학적으로 강력한 데이터와 분석방법에 접근하는 것은 현재 매우 까다롭고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게다가 실시간 위성사진이나 인공지능(AI)과 같은 도구를 정교하게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기업들이 직접 공시하는 자료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한마디로 데이터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데이터를 통해 투자자들은 어떤 회사가 물 부족과 같은 다양한 리스크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지 파악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자본시장이 지속가능투자에 집중되면서, 재난리스크 모델링 기업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의 서비스는 비싸고 독점적 방법론 또한 투명하지 않다는 게 녹색금융투자센터의 판단이다.

민주화된 리스크 모델링과 측정에 관한 요구가 높아지고, 특히 독점 모델링을 구입할 수 없는 나라들의 경우 더 많은 오픈소스 도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녹색금융투자센터는 경제 및 기후 요인의 주요 부문에 관한 세계 기후 및 환경 데이터 수집을 추진한다.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공간 금융(spatial finance)’이다. 홍수나 태풍에 의한 발전소 위험 등과 같은 투자지역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발생하는 리스크를 의미한다. 갈수록 정교해지는 위성사진과 AI를 결합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지리공간 리스크에 관한 상세한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자체적인 공시에만 의존하지 않을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공장이나 발전소가 위치한 지도별 기후 리스크나, 특정 공급망이 삼림 벌채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분석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칼데콧 박사는 “CGFI는 과학적으로 강력한 기후 및 환경 데이터와 분석을 모든 금융 기관이 공개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영국은 지구 관측, 데이터 과학과 인공지능, 환경 과학, 금융 서비스를 포함하여, 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능력 범위를 독특하게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앨런 튜링 인스티튜트뿐 아니라 브리스톨, 리즈 앤 리딩, 임페리얼 칼리지 등의 각 대학들도 함께 참여한다. CGFI는 또한 Charterd Bankers Institute, Charterd Financial Analyzers UK와 같은 금융 전문가들과 협력할 예정이다.

센터는 오는 4월부터 문을 연다. 전문가들은 특히 센터의 데이터는 개정된 영국 연금법 적용에 특히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은 영국 연금법(Pension Scheme Act)는 개정해 2021년부터 상세한 기후 시나리오 분석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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