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이 주요국들의 초당적 지지를 받는 가운데, 초소형 원자로(MMR)가 주목받고 있다.

29일(현지시각) MMR 개발업체 라스트에너지(Last Energy)는 시리즈 B 투자로 4000만달러(약 537억원) 유치에 성공했다며, 2026년 첫 번째 초소형 원자로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MMR는 소형 모듈 원전(SMR) 보다도 작고 가볍다. SMR의 크기가 보통 폭 5미터, 높이 25미터 정도라면 MMR은 폭 4미터, 높이 3미터로, 대형트럭에도 적재가 가능하다. 다만 전력 생산량은 SMR 대비 낮다.

 

트럭에도 실을 수 있는 MMR... 원전도 이제 공장식 생산 시대 

2019년 설립된 라스트에너지는 탈탄소화 실현과 원자력 확대를 목표로 20메가와트(MW)급의 MMR를 개발하고 있다.  

PWR-20 조립 현장 / 라스트에너지 
PWR-20 조립 현장 / 라스트에너지 

투자자들이 라스트에너지의 MMR에 주목한 이유는 저렴할 뿐 아니라 설치도 쉽기 때문이다. 비결은 공장식 대량 생산이다. 라스트에너지의 MMR은 공장에서 사전 제작된 모듈들을 현장으로 운송해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대형 원전 건설보다 훨씬 빠르고 싸다. 제작, 운송, 조립까지 24개월 이내로 가능하다. 대규모 콘크리트 작업 및 철골 구조물 설치 등 전통적인 건설 과정을 요구하는 대형 원전과는 대조적이다.  

라스트에너지는 자사의 MMR이 소규모, 대량생산, 조립이 가능한 완전 모듈화, 최소한의 토지 사용, 재생에너지보다 훨씬 높은 전력 생산량, 별도의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구축 불필요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또 하나의 이유는 전력 판매 방식이다. 태양광, 풍력 등 많은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들의 전력 공급 시기가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전력망을 통한 간접 유통 방식 때문이다. 기존 송전 시스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리드 개발, 정부 및 관련 업체 승인 등 발전소 구축 외적으로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라스트에너지는 생산한 원자력 발전을 직접 공급하는 전력구매계약(PPA) 방식을 채택, 투자금 회수기간을 단축시켰다.   

라스트에너지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2026년 상업적 전력 공급을 위한 인력 구성 및 제품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며 데이터센터를 위한 39기를 포함, 현재까지 80개의 상업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라스트에너지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을 주요 타겟으로 삼고 있다.

라스트에너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브렛 쿠겔매스(Bret Kugelmass)는 “MMR은 데이터센터와 중공업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솔루션”이라며 향후 15년 내에 1만기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리즈 B 투자 라운드가 종료되면서 라스트에너지가 설립 이후 조달한 총 투자금은 6400만달러(약 860억원)를 기록했다.

 

미 에너지부, 친환경에 안전성까지 확보한 MMR 개발에 잰걸음 

민주당과 공화당의 초당적 지지 속에 미국 연방정부도 MMR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원자력발전전문 연구소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는 2020년부터 일명 마블(MARVEL)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톤에 세단 정도의 크기를 가진 MMR로, 빠르고 저렴한 공장식 생산 방식과 원전 원격 운영을 위한 자동화 기술 검증 등을 목표로 한다.

INL은 대형 원전의 가장 큰 약점인 안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체 억제 기능이 있는 우라늄-지르코늄 하이드라이드(uranium zirconium hydride) 연료를 채택한 것이다. 해당 연료는 원자로의 온도나 반응 정도가 증가할 때 자동적으로 이를 억제하여 원자로 통제 불능 상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냉각제에도 신경을 썼다. 마블 원자로는 냉각제로 물 대신 액체 금속을 사용하고 있다. 마블 원자로가 채택한 나트륨-칼륨 합금은 상온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해 열 전도성은 높으면서도 점도는 낮아 원자로 내에서 효율적인 열 관리가 가능하다.  

미 에너지부 MMR 프로그램 국가 기술 디렉터 존 잭슨(John Jackson)은 INL가 2023년 9월 이미 90%의 최종 설계를 완료했다며 “2025~2026년에는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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