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 메이저 통합…서비스업계, 생존 위해 몸집 불리기 나서
- 디지털 혁신과 비용 절감, 10년 만에 실적 반등
- 美 유전서비스업계,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

석유 시추부터 설비 유지보수까지 석유개발 전 과정을 지원하는 유전서비스업계가 대형 재편을 앞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와 메이저 석유사들의 잇단 합병이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딜로이트는 5일(현지시각) 발표한 2025년 석유⋅가스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대형 석유사들의 합병으로 유전서비스 업체들의 주요 고객이 줄어들면서 중소 서비스업체들이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업계는 지난해 1월에서 9월까지 197억달러(약 28조원)의 M&A를 기록하며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존 잉글랜드 딜로이트 글로벌 석유⋅가스⋅화학부문 리더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간 M&A가 어려워졌으나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며 "파편화된 시장구조와 규제 완화가 맞물려 업계 통합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딜로이트는 5일(현지시각) 2025년 석유와 가스 산업에 대한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딜로이트
딜로이트는 5일(현지시각) 2025년 석유와 가스 산업에 대한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딜로이트

 

석유 메이저 통합…서비스업계, 생존 위해 몸집 불리기 나서

유전서비스업계는 석유·가스전 탐사와 시추, 유정 완결, 생산설비 설치, 파이프라인 건설, 장비 유지보수까지 석유개발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산업이다. SLB(전 슐룸베르거), 할리버튼, 베이커휴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최대 고객인 석유 메이저들이 잇따라 합병되면서 서비스업계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엑손모빌이 600억달러(약 85조원)에 파이오니어를 인수한 데 이어 코노코필립스도 마라톤오일을 225억달러(약 32조원)에 합병하는 등 대형 석유사들의 몸집 불리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고객사가 줄어들자 서비스업계도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 SLB는 78억달러(약 11조원)에 챔피언X를 인수했고, 미국 최대의 육상 시추기업인 네이보스 인더스트리(Nabors Industries)도 시추 서비스 기업인 파커 웰보어를 품에 안았다. 

 

디지털 혁신과 비용 절감, 10년 만에 실적 반등

유전서비스업계는 10년간의 침체기를 벗어나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업계는 2015~2021년 1550억달러(약 220조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최근 3년간 500억달러(약 7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딜로이트는 실적 반등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저탄소 솔루션을 도입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문 정리, 구조조정과 같이 비용을 절감하는 다양한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SLB는 비용 절감과 효율 향상을 위한 전기식 해저 인프라를 개발 중이다. 시추장비 업체 노브(NOV)는 연간 7500만달러(약 1064억원)의 비용 절감을, 웨더포드는 160bp(1.6%)의 매출 총이익률 개선을 달성했다.

수익성 개선의 핵심은 비용구조 혁신이다. 업계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문 정리, 변동비 관리 프로그램 도입, 기업 구조 효율화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딜로이트는 이 같은 전략으로 석유업계가 수년 전에 성공했던 자본지출 증가 없는 수익성 성장을 재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美 유전서비스업계,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

업계는 또다른 생존 전략으로 에너지 기술 기업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고 딜로이트는 전했다. 예를 들어, 베이커휴즈는 NET파워의 저비용·무공해 탄소포집 발전 시스템용 초임계 이산화탄소 터보익스팬더를 개발하고 있다.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은 물 대신 이산화탄소를 가열해 발전용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SLB는 기존 방식보다 빠르고 자원 사용량도 적은 통합 리튬 직접 추출(DLE)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탄소포집과 수소생산 등 저탄소 사업으로 다각화해 에너지산업의 순환성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SLB와 베이커휴즈는 각각 젠비아, 에어프로덕츠앤케미칼스와 협력해 청정수소 생산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베이커휴즈는 2030년까지 60억달러(약 8조원)에서 7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저탄소 분야의 틈새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업계가 전통적인 석유가스 서비스에서 벗어나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는 기술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딜로이트는 평가했다.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맥킨지는 "유전서비스업계가 축적한 기술력이 저탄소 에너지 시장에서도 경쟁우위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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