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에서 가장 비싼 부품 중 하나가 배터리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2025년에는 전기차 배터리가 메모리 반도체보다 더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배터리 수요는 2030년 2333GWh(기가와트시)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배터리가 주목 받으면서 덩달아 시선을 모으는 자원이 있다. 바로 리튬이다.
최근 호주와 미국에서 새로운 리튬 생산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새로운 리튬 생산기술은 ‘리튬 직접추출(Direct Lithium Extraction, 이하 DLE)’이라고 불리는데, 일반 기업은 물론 미국 에너지부(DOE)까지 뛰어들고 있다. DLE에서 남은 과제는 상업적 규모로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상업적 규모로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면 광산업자들은 노천광산과 염전보다 적은 탄소발자국을 남기면서 세계적인 리튬 생산을 할 수 있다. 노천광산이나 염전은 여러 개의 축구장 크기여야 하고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DLE 기술은 필터, 막, 세라믹 구슬이나 기타 장비를 사용해서 소금물에서 흰색 금속을 추출해낸다. 그러나 이 방법은 종종 많은 물과 전기를 사용해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글로벌 배터리금속 회사인 IBAT는 성능이 좋은 흡수제와 엔지니어링을 이용해 고품질 리튬을 생산하는 DLE 기술을 발명했다고 한다. 이 기술은 리튬 제품을 기존 저가 리튬 생산업체와 비슷한 비용으로 추출해 생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IBAT의 리튬 추출과정은 아주 까다롭게 선택한 흡수제로 소금물에서 리튬을 추출한다. 그 다음, 소금물에서 추출한 용액의 불순물을 제거해서 고품질의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을 얻는다. 기존의 DLE 방식과 다른 점은 치명적인 불순물을 제거해서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점이다. IBAT의 독점적인 불순물 제거 기술은 이러한 불순물을 1ppm이하로 줄일 수 있다.
한편, 미국의 에너지부 산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이하 NREL)은 지하에 있는 소금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DLE를 연구한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지열지역이라고 알려진 캘리포니아 솔턴 호수에서만 미국이 필요로 하는 리튬의 10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2021년 NREL보고서에 의하면, 솔턴 호수 아래 지하에서 평균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리튬은 연간 2만4000톤이다.
미 에너지부(DOE) 장관 제니퍼 그랜홈(Jennifer Granholm)은 지난달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DLE에 대해서 “게임 체인저다.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미 에너지부는 캘리포니아의 솔튼 호수에서 DLE 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해 1500만 달러(183억원)를 투자했다.
세계 최대의 리튬 생산업체인 알베말(Albermarle Corp.)은 다양한 DLE 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알베말의 임원은 로이터에 "DLE 기술은 특정한 리튬 매장지역에서 가장 잘 작동하는 기술 같다"고 말했다.
물을 많이 사용한다는 치명적 단점 있으나, 핫 이슈로 떠올라
하지만, DLE 기술은 단점도 있다. 바로 물, 그것도 식수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거대 자동차 제조업체 제네럴 모터스(GM)가 캘리포니아 솔톤 호수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술은 리튬 1톤을 생산하기 위해서 물 10톤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독일 자동차 업체 BMW와 빌 게이츠가 지원하는 라일락 솔루션(Lilac Solutions Inc.)은 담수화 공장을 통해 소금물을 필터로 걸러내기 때문에 식수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DLE 기술에 중점을 두는 기업이 많다.
일본의 파나소닉과 DLE 기술을 개발 중인 슐럼버거(Schlumberger Inc)의 CEO 올리비에 르 페쉬(Olivier Le Peuch)는 "DLE이 핫 이슈가 되고 있다"며 "테슬라에 납품하고 싶지만 식수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벌컨 에너지 리소스(Vulcan Energy Resources Ltd)의 경우, DLE 기술을 사용해서 르노와 독일 블랙 포레스트의 기타 자동차 제조업체에 리튬을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벌컨의 CEO 호르스트 크로이터(Horst Kreuter)는 “전기차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어서 우리도 같이 성장할 수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한편, 루나 리튬(Luna Lithium Ltd)은 미국 네바다주에서 DLE 기술을 사용할 계획이고, 미국 유타주 그레이트 솔트레이크에 있는 컴패스 미네랄즈 인터내셔널(Compass Minerals International Inc)은 1년 가량 DLE 기술 채택을 검토 중이며, 오늘 여름쯤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한편, 미국 오클라호마 시티에 있는 갈바닉 에너지(Galvanic Energy LLC)는 "DLE 기술이 실용화된다면 아칸소에 있는 10만에이커(1억2241만평)의 염전을 팔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호주의 광산업체 리오 틴토(Rio Tinto Ltd)는 작년 12월 아르헨티나의 DLE 프로젝트에 8억2500만 달러(1조105억원)을 투자했는데 염전 방식보다 리튬을 훨씬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남미에서 활동하는 에너지엑스(Energy X)도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 중 하나인 우유니 염전을 개발하기 위해 볼리비아에 DLE 기술자들을 보냈다. 중국, 러시아도 볼리비아 프로젝트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바야흐로 전 세계에서 DLE 기술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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