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은 투자 비용에 발목…EU 재정보증과 규제완화로 돌파
- 유럽지열에너지위원회, 유럽이 지열 종주국…냉난방 수요 75% 해결

유럽연합(EU)이 러시아 가스를 대체할 카드로 지열에너지를 꺼내 들었다. EU는 넷제로 산업법에서 8대 전략기술로 지열을 지정한 데 이어, 회원국들은 다음 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에너지장관 회의에서 지열에너지의 개발과 활용에 대한 공동 정책을 채택할 예정이다.

지열에너지의 활용 방식/유럽지열에너지위원회(European Geothermal Energy Council, EGEC)
지열에너지의 활용 방식/유럽지열에너지위원회(European Geothermal Energy Council, EGEC)

 

높은 투자 비용에 발목…EU 재정보증과 규제완화로 돌파

9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EU 문건에 따르면, EU 27개국은 다음 주 브뤼셀 에너지장관 회의에서 처음으로 지열에너지를 공동 승인한다. EU는 이미 개정된 재생에너지지침에서 지열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목표를 설정했고, 산업 부문의 재생에너지 기준을 도입했다.

EU는 수천억 유로가 필요한 지열에너지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재정보증 제도를 도입하고, 복잡한 인허가 절차도 대폭 간소화할 방침이다. 지열에너지는 지하에 축적된 열을 건물 난방이나 전기 생산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스 공급이 제한되면서 EU는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빠르게 나서고 있다. EU는 이를 위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서두르고 있지만, 지열에너지는 까다로운 환경 규제와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 때문에 발전 속도가 더디다. 

EU의 에너지 생산량 중 지열에너지는 2022년 기준으로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유럽연합 회원국 대부분이 지열에너지를 이용한 지역난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만이 지열을 전기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유럽지열에너지위원회, 유럽이 지열 종주국…냉난방 수요 75% 해결

산업협회인 유럽지열에너지위원회(European Geothermal Energy Council, EGEC)는 발전이 더딘 지열에너지 산업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EGEC는 2040년까지 EU 주거와 상업용 건물의 냉난방 수요 4분의 3을 지열에너지로 해결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산지브 쿠마르 EGEC 정책담당관은 지난달 유럽 현지 미디어 유랙티브에 기고문을 통해 "유럽이 지열에너지의 발상지"라고 강조했다. 쿠마르 담당관은 "1912년 스위스의 하인리히 졸리가 세계 최초로 지열 히트펌프 특허를 획득했고, 1904년 이탈리아의 피에로 지노리 콘티가 지열발전을 발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유럽에는 230만 개의 크고 작은 지열 히트펌프가 가동되고 있다"며 "1100만 명이 지열발전 혜택을 받고 있으며, 4억 명의 시민이 지열을 이용한 지역난방과 냉방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마르 담당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프랑스 ▲독일▲헝가리 ▲아일랜드 ▲폴란드 등이 앞다퉈 국가 차원의 지열에너지 로드맵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그는 "새로 지명된 EU 에너지·주택 담당 집행위원인 댄 요르겐센이 지열전략을 즉각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지열에너지 산업연합의 구성과 유럽 재정위험 보증제도의 도입 등이 주요 과제"라고 설명했다. 유럽의회는 지난 1월 지열에너지 개발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한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EU 집행위원회도 2020년 '호라이즌 2020' 프로그램을 통해 12개의 지열에너지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쿠마르 담당관은 "지열에너지는 지역 일자리를 만들고 산업 발전을 견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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