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태양광 산업이 과잉 공급과 소비자 수요 감소로 인해 파산과 대규모 해고라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2일(현지시각) FT가 전했다.

유럽 최대 태양광 시장으로 꼽히는 독일에서 옥상 패널 설치와 관련된 많은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인수, 또는 전략적 변경을 강요받으며 업계 자체가 대규모 재편의 길로 들어섰다는 소식이다. 

독일 태양광 산업이 과잉 공급과 소비자 수요 감소로 인해 파산과 대규모 해고라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2일(현지시각) FT가 전했다./챗gpt 이미지 생성
독일 태양광 산업이 과잉 공급과 소비자 수요 감소로 인해 파산과 대규모 해고라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2일(현지시각) FT가 전했다./챗gpt 이미지 생성

 

독일 태양광, 과잉 공급과 소비 둔화로 이중고

독일의 태양광 패널 산업은 최근 몇 년간 급성장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LNG 수입이 중단되면서, 치솟는 에너지 요금에 직면한 소비자들이 태양광 발전 수요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솔라파워 유럽(SolarPower Europe)에 따르면, 독일의 태양광 용량 설치현황은 2022년 7.4기가와트(GW)에서 2023년에 15GW로 급증했다. 유럽 국가 중 최고 기록이었다. 그러나 2024년에는 성장세가 둔화되며 16GW의 용량이 추가 설치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의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내세우며, 2030년까지 연간 19GW 규모의 신규 태양광 용량을 설치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때문에 2024년의 태양광 시장 침체 흐름이 향후 목표 달성에도 지장을 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구조조정과 생존 경쟁

잘 나가던 독일의 태양광 시장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 금융 비용이 증가하고, 중국산 저가 패널의 범람으로 경쟁이 격화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마이어 버거(Meyer Burger)와 같은 유럽의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는 지난해 9월 인력의 5분의 1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옥상 패널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마진 압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게다가 정부 보조금까지 줄어드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설립된 독일 스타트업 졸라(Zolar)는 주택 소유주를 대상으로 한 태양광 패널 판매 사업을 중단하고, 직원 350명 중 절반 이상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헤이우드는 "태양광 시스템 설치 비용이 크게 줄었지만,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인해 고객들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유인이 줄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가 투자자로 나섰던 졸라는 독일 태양광 설치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는 수천 개의 소규모 현지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남부에 기반을 둔 ESS 켐플도 구조조정을 발표하며 태양광 산업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경고했다. 

 

사업 영역 확장하는 기업도 생겨 

하지만 다른 흐름도 있다. 독일 최대 태양광 스타트업 중 하나인 엔팔(Enpal)은 혼란 속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두 배로 늘리며 히트 펌프, 스마트 미터, 전력 거래 플랫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소프트뱅크와 TPG의 투자를 받은 이 기업은 2023년 22억유로(약 3조3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이 회사의 리더격인 볼프강 그룬딩거는 FT에 "많은 기업의 파산이 우리에게도 좋지 않다"고 지적하며, "시장 혼란이 투자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인 '1Komma5' 역시 인공지능(AI) 기반 에너지 최적화 도구를 통해 가정용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향후 인수합병(M&A) 규모를 축소하고 배터리 및 에너지 최적화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300만 가구가 이미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지만, 추가 설치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경기 부양책이 없다면 2022~2023년 전성기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2030년으로 갈수록 점진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벤처캐피털 투자자인 파비안 하일레만은 "에너지 전환이 역전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향후 12~36개월간은 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태양광 산업은 과잉 공급과 소비자 수요 둔화라는 도전에 직면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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