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주택용 태양광 기업 중 하나인 선노바 에너지 인터내셔널(Sunnova Energy International)이 89억달러(약 12조6400억원)의 부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시각), 선노바 에너지가 미 텍사스 남부지방법원에 연방파산법 제11조 절차를 신청했으며, 핵심 자산 매각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법원 제출 자료에 따르면, 선노바 계열사들은 현금 보유액 약 1350만달러(약 19억1700만원)를 보유하고 있으며, 총 부채는 89억달러(약 12조6400억원)에 달한다.

선노바 에너지 폴 매튜스(Paul Mathews) CEO는 “자산 및 사업부 매각을 통해 이해관계자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이번 파산보호 절차의 핵심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정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필수 단계”라며, “자산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매각하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 정리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금리·보조금 축소 등으로 회사 생존 불확실성 커져

2012년 설립된 선노바는 정부 보조금과 소비자 에너지 절감 수요에 힘입어 미국 내 태양광 보급 확대를 주도해왔다.

그러나 과도한 차입과 판매 둔화로 자금흐름이 급격히 악화됐다. 기준금리 인상 이후 자본조달 비용은 치솟았고, 현금 유동성 위기로 일부 파트너 시공업체들은 설치 작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선노바는 2023년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저소득층 주택 태양광 설치를 위한 30억달러(약 4조2600억원) 규모의 대출보증 일부를 확보했으나, 재무 상태가 악화되자 자금 대출 대부분이 취소됐다. 이후 신규 자금 유치를 위한 채권단과 협의도 이어왔지만 이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선노바는 2024년 연례 보고서에 “향후 최소 1년 동안 회사를 계속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회사 생존에 대한 불확실성을 공식화했다. 당시 선노바의 시가총액은 2750만달러(약 390억원)까지 하락하면서, 연초 대비 90% 이상 급락했다.

제퍼리스(Jefferies)의 애널리스트 줄리앙 뒤물랭 스미스(Julien Dumoulin-Smith)는 “선노바의 실패는 레버리지 구조가 치명적으로 작용한 사례”라며 “주택용 태양광 사업 자체가 본질적으로 높은 변동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chatgpt 이미지생성
사진=chatgpt 이미지생성

선노바는 향후 45일 동안 법원 감독 하에 경쟁입찰 방식으로 자산 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체결된 주요 매각 계약은 총 3건으로, 예상 매각 금액은 총 3100만달러(약 44억20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선노바 자회사들이 보유한 태양광 시스템 관련 고객 계약, 태양광 신규주택 부문 자산 등이 포함된다.

선노바는 두 건의 자산매매계약이 승인될 경우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고 직원 임금 지급 등 운영비용을 충당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 롭 바넷 애널리스트는 “주택용 태양광 수요는 점점 증가하지만, 선노바는 그 흐름에서 이탈했다”며 “산업 자체는 유지되더라도, 아직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美 주택용 태양광 업체 잇단 파산… "산업 전반 구조적 위기에 처해"

블룸버그는 “이번 선노바 파산은 지난주 태양광 금융업체 솔라 모자이크(Solar Mosaic)에 이은 것”이라며, “업계 전반의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지난 4월 글로벌클린에너지홀딩스(GCE)가 부채 20억 규모로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 지난 6일에는 태양광 설치 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 기업 솔라 모자이크(Solar Mosaic)가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회사 측은 “태양광 세액 공제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신규 투자 유치와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요 위축과 금리 상승,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기조 변화가 태양광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줬다”며 “특히 최근 의회 지도부가 각종 인센티브 축소를 추진하면서 업계의 불확실성이 한층 가중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향후 5년 간 미국 태양광 산업이 성장 둔화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미국 태양광산업협회(SEIA)와 에너지 리서치 업체 우드맥켄지(Wood Mackenzie)가 10일(현지시각) 발표한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태양광 신규 설치 용량은 2025년 48.6GW에서 2030년 43.5GW로 약 10.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지난 3년간 산업 성장을 견인해 왔으나, 최근 하원을 통과한 공화당 예산법안이 해당 세액공제를 폐지할 경우 산업 전반이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SEIA는 “현재 태양광 산업 호황은 IRA 세액공제를 기반으로 한 것이며, 해당 조치가 철회될 경우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사업 개발이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 분석가들 역시 정책 기조가 현실화될 경우, 고금리와 공급망 제약을 이미 겪은 주택용 태양광 산업이 한층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로스캐피털파트너스(Roth Capital Partners)의 필 션(Phil Shen) 애널리스트는 “연방 지원이 사라지면 전체 주택용 태양광 시장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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