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왕' 동아제약의 성차별 논란

‘템포’ 등 여성용품을 판매하는 동아제약이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지원자에게 성차별적인 질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실을 폭로한 한 지원자는 ‘여자는 군대에 안 가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여성이 주 고객층임에도 여성 지원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네티즌들은 더욱 분노했다.

지난 5일 공개된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 '네고왕2'엔 진행자 장영란이 동아제약을 찾아 해당 회사의 생리대 제품 할인 협상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장영란은 '네고왕'으로 최호진 동아제약 대표는 '생리대왕'으로 그려졌다.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 수 122만회를 넘기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해당 영상 댓글에 지난해 말 면접을 봤다고 주장한 A씨는 “인사팀 팀장이 유일한 여자 면접자였던 나에게 ‘여자들은 군대 안 가니 남자보다 월급 적게 받는 것에 동의하냐’고 물었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커졌다. 이에 네티즌들은 "여성은 뽑기 싫은데 여성용품은 팔고 싶으냐" "면접내용이 충격적이다. 앞으로 불매하겠다" "여성 혐오다"라며 분노했다.

실제로 기업정보 공유사이트엔 동아제약이 여성지원자에게 '여자는 군대 안 갔으니까 남자보다 월급 덜 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군대 갈 생각이 있나' 등을 물었다는 후기가 올라온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동아제약은 지난 6일 최호진 사장 명의의 댓글로 “작년 11월16일 신입사원 채용 1차 실무면접 과정에서 면접관 한 명이 지원자에게 면접 매뉴얼을 벗어나 지원자를 불쾌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원자에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이번 건으로 사과드리고 고객들께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회사는 결코 여성 면접자에게 차별을 두거나 채용상의 불이익을 주려고 해당 질문을 한 것이 아니다”며 “작년 11월 면접 당시 회사는 인사제도 개편을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었고 특히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군필자 신입 초임 가산 제도에 대한 이슈가 논의 중(군필자와 군미필자 동등 적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면접관이 면접자들의 의견을 듣고자 군대 관련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면접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채 면접자에게 성차별적 불쾌감을 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점에 대해 대표가 사과문을 게재했고 당사자에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며 “회사는 면접 시 성차별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질문, 인격 모독 등 하지 말아야 하는 내용이 담긴 면접 매뉴얼을 지키지 못한 면접관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징계 수위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측의 이런 사과문에도 당사자는 불쾌감을 내비쳤다. A씨는 카카오 브런치에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입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사과문 같지 않은 사과문을 보니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인사팀장이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자행했다는 것은 성차별이 조직 전체의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면서 여성들이 현실에서 겪는 성차별을 ‘불쾌한 경험’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시대에 걸맞은 행동이냐”고 덧붙였다.

A씨는 논란 이후 동아제약 측으로부터 ‘불쾌한 질문을 드린 것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사과문에 성차별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언급돼 있지 않은 이유가 그래서였냐”며 “성차별을 했다는 사실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중요한 내용은 전부 생략한 채 ‘면접자에게 불쾌한 질문을 해서 죄송하다’는 말로 마무리하려고 하면 제가 감사하다고 글이라도 쓸 줄 아셨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동아제약은 대체 어떤 시대에 살고 있길래 고작 저 따위 글을 사과문이라고 ‘기업 공식 입장’으로 내놓느냐”며 동아제약을 상대로 ‘제대로 된’, 그리고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재차 요구했다.

이 같은 당사자의 반응에 네티즌들은 동아제약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구인구직 사이트 기준 동아제약의 성별 인원 비율은 남자 직원 72%, 여자 직원 28%로 남성에 편중된 조직 구조를 지적하며 “이건 면접관 한 명의 일탈이 아닌 남초 중심 조직으로 꾸려진 동아제약의 구조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오로나민씨, 포카리스웨트 등 동아제약의 제품 목록을 나열하며 불매 운동 조짐도 보였다.

 

구직사이트서 동아제약 평가 살펴보니...

동아제약은 공시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실제 남녀 고용비율이나 여성 임직원 등 구체적인 수치를 알긴 어려웠다. 그러나 구직 사이트 후기에서는 대체로 A씨가 보였던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잡플래닛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사내문화 부문에서 2.6점을 기록, 5점 만점에 3점을 받았다. 기업의 단점으로는 ‘가부장’, ‘수직적’ 등이 올라와 있었다.

남녀차별에 대한 리뷰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경영/기획/컨설팅 한 전직자는 “보수적이고 군대문화가 강하다, 수직적 문화가 강하다”고 평했고, 또 다른 전직자는 “여자가 다니기엔 가부장적 분위기라 힘들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홍보 전직원은 “수직적인 군대식 기업문화에 남녀차별이 심하다. 성희롱적 발언을 들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연구 개발 전직원도 “남성중심의 수직적, 강압적 분위기”라며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바뀌기는 어렵다”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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