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코카콜라가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투자 현황을 공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작년 12월, 환경 관련 지속가능성 목표를 축소한 이후 행동투자자들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나온 조치다.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음료 판매의 25%를 재활용 용기를 통해 제공하고, 2025년까지 신규 플라스틱 사용량을 300만 톤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하지만 2024년 12월, 해당 목표들을 철회하고 관련 내용을 공식 웹사이트에서 삭제했다.
이어 포장재의 재활용 소재 사용 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높이겠다는 기존 계획도 2035년까지 35~40%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코카콜라는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 개발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향후 인프라가 갖춰진 시장에 한해 투자를 제한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카콜라, 주주총회 앞두고 재활용 플라스틱 투자현황 공개 약속
이와 관련, ESG 주주행동주의 기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코카콜라는 매년 1000억 개 이상의 플라스틱 병을 배출하는 세계 최대 플라스틱 오염 유발 기업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 센추리 캐피털 매니지먼트(Green Century Capital Management)와 애즈 유 소우(As You Sow)는 코카콜라의 플라스틱 문제가 재무적 리스크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있음을 강조하며, 재활용 플라스틱 투자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2022년에도 유사한 내용의 주주제안 초안을 준비했으나, 당시 코카콜라가 지속가능성 목표를 강화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코카콜라는 4월 30일에 열릴 주주총회를 한달 여 앞두고, 주주 제안을 수용하며 재활용 플라스틱 투자 현황과 성과 지표를 정기적으로 공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그린 센추리 측은 “코카콜라가 플라스틱 저감 및 재사용 목표를 철회한 것은 유감이지만, 이번 약속을 통해 이들이 플라스틱 관련 리스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코카콜라, 지속가능성 목표 축소 이후 ESG주주 제안 수용…
ESG주주행동기관의 전략 유효할까?
코카콜라가 2024년 말 다수의 환경 관련 목표를 철회 및 하향조정한 결정은 최근 기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ESG전략 후퇴 흐름과 맞물려 있다. 미국에서 반(反)ESG 움직임이 확산되고 유럽은 지속가능성 규제를 간소화하면서 유니레버, BP, HSBC 등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이 잇따라 지속가능성 목표를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전략적인 주주 행동을 통해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환경이나 사회적 피해 자체보다는,해당 이슈들이 초래할 수 있는 재무적 리스크와 영향을 주주제안의 근거로 제시함으로써 기업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ESG주주행동주의기관의 전략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대응 양상과도 일치한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조지슨(Georgeson)의 2025 글로벌 기관투자자 설문에 따르면, 87%의 응답자가 “전략적이고 재무성과가 뒷받침된 행동주의 캠페인에 찬성할 수 있다”고 답했으며, 85%는 “이슈 대응을 위해 행동주의 투자자와의 직접 대화에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77%는 지속가능성 이슈 중 친환경 전환, 공급망 위험 등 재무적 중요성이 명확한 사안에 대해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답했다.
ESG 공시 확대 요구 역시 전략적 대응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응답자의 85%는 ‘ESG 규제’가 앞으로 기업 행동의 핵심 유인이 될 것이라 보았으며, 상당수의 투자자는 자율 공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의결권 행사, 주주행동 확대, 지분 철회 등 후속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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