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 전쟁 속 교착 국면…‘미국 우선주의’ 대응 해법 모색
- IMF·세계은행 향한 미국의 시선…탈퇴 vs 전략적 이용
글로벌 금융 리더들이 워싱턴에 집결한 가운데, 올해 IMF·세계은행 춘계회의는 관세 협상이 핵심 의제로 부상하며 전례 없이 통상 이슈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4월 21일(현지시각) 이번 회의가 전통적 현안인 기후변화,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금융지원 등을 뒤로한 채 ‘트럼프발 고율 관세’ 조정 문제로 재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그룹(World Bank Group)의 반기별 회의는 통상적으로 다자간 고위 정책 협의뿐 아니라 각국 재무장관 간의 개별 미팅을 통해 프로젝트 금융, 투자 유치, 부채 재조정 등의 현안을 조율하는 장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양자 협상이 참가국들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관세 전쟁 속 교착 국면…‘미국 우선주의’ 대응 해법 모색
이번 회의의 주목 인물은 트럼프 정권 재무장관으로 새로 임명된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다. 그는 미국의 관세 협상 총책임자로, IMF·세계은행에 대한 향후 지지 여부도 불확실해 각국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두 기관에 대한 예산 축소 또는 탈퇴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 지오이코노믹센터의 조쉬 립스키(Josh Lipsky)는 “이번 주는 무역전쟁과 이를 둘러싼 양자 협상이 대부분의 시간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한 가지 이슈가 회의를 압도하는 전례 없는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관세 혼란이 미국 국채 매도세를 자극하면서 달러화의 안전자산 역할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경기 침체는 아니지만, 확실한 하향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그 배경에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을 지목했다. 실물경제는 작동하고 있으나, 부정적 인식과 경기 둔화 우려가 실제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자동차·철강 25% 관세와 최대 24%에 달하는 상호 관세로 인해 미국과의 신속한 관세 협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일본 재무장관 가토 가쓰노부는 회의 기간 중 베센트와의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한국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번 주 베센트와의 회담에 초대됐으며, 25% 관세 시행을 연기하고 에너지 및 조선업 등 상호 관심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IMF·세계은행 향한 미국의 시선…탈퇴 vs 전략적 이용
트럼프 행정부의 다자개발은행(MDB) 지원 여부는 회의 참가국들에게 또 다른 관심사다. 트럼프의 정책 방향에 큰 영향을 준 공화당 내 강경 보수 노선 ‘프로젝트 2025(Project 2025)’는 미국의 IMF·세계은행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의의 또 다른 핵심은 베센트 장관이 이러한 기조를 따를지, 전략적 관점에서 기관 참여를 유지할지를 가늠하는 것이다.
전 미국 재무부 고위 관계자이자 글로벌개발센터 낸시 리(Nancy Lee) 선임연구원은 “이번 회의에서 베센트가 던질 메시지는 매우 상징적일 것”이라며 “미국이 MDB 지원을 자국의 이익으로 보는가에 대한 답변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 총재 아제이 방가(Ajay Banga)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건설적 논의를 했음을 밝히며,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40억달러(약 5조6000억원)의 최빈국 기금 출연이 실제 집행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방가는 이번 회의에서 세계은행의 에너지 금융 전략을 재생에너지 중심에서 원자력·가스·기후적응 사업으로 확장하는 내용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산업 중심 에너지정책과도 일정 부분 궤를 같이한다.
베센트는 이미 아르헨티나의 경제 개혁을 지지하며 IMF의 200억 달러 신규 대출 프로그램을 공개 지지한 바 있다.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식 약탈적 양자 대출의 대안으로 미국 주도의 대출 모델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IMF 집행이사이자 재무부 관리 출신인 메그 룬드세이거(Meg Lundsager), 엘리자베스 쇼티노(Elizabeth Shortino), 마크 소벨(Mark Sobel)은 미국 일간지 '더힐(The Hill)'에 공동기고를 통해 “IMF는 미국에 실질적 비용 없이 상당한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미국이 IMF에서 발을 빼면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