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23일 금융위원회 주최로 열린 ‘ESG 금융추진단’ 제5차 회의 결과를 분석한 논평을 통해, 현 정부가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2029년(회계연도 2028년)부터 검토하고 있는 정황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금융위가 이날 열린 'ESG 금융추진단' 제5차 회의 이후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EU 역외기업 공시 의무화 등을 감안하여, 투자자 정보 제공 요구가 높은 기업들의 최초 공시 시행 시기를 논의해 나갈 필요”라는 문구가 포함되었다.
EU의 ‘옴니버스 패키지(Omnibus Package)’는 최근 지속가능성 규제에 대한 완화 조치로서, EU 역외기업에 대해 2029년부터 공시를 의무화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는 이를 “국내 최초 공시 도입 시점을 2029년으로 간주할 수 있는 발언”이라며 “국제 경쟁력과 해외 자본 조달 능력을 심각히 저하시킬 중대한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Kosif, "제조업 비중 높고 수출 의존도 높은 한국, 공시 의무화 앞당겨야"
KoSIF는 국내 산업 구조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오히려 공시 의무화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19.5%, 미국 18.7%, EU 10.0%, 일본 4.3%에 달하는 주요 시장 의존도를 고려할 때, 글로벌 ESG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주요 투자자 및 바이어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특히 KoSIF는 크게 세 가지 대외적 환경을 근거로 조속한 공시 의무화를 제언했다. 첫째, 트럼프 2.0 행정부는 반(反)ESG 정책을 펴면서도 미국 우선주의에 부합할 경우 기후·인권 이슈를 선택적 무역장벽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민주·공화 양당이 지지하는 청정경쟁법(CCA)과 외국오염수수료법(FPFA)이 입법 절차를 밟고 있는 점이 그 예다.
둘째, EU는 옴니버스 패키지를 통해 역외기업 공시 시행 시점을 2029년으로 늦췄지만, 이미 법·제도·정책을 완비해 지속가능경제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다. KoSIF는 “EU 기업들의 ESG 경쟁력이 패키지 조치로 약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국내 공시 유예 논리로 삼아서는 안 될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셋째, 글로벌 주요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이미 공급망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성 요구를 강화하고 있다. GSIA(2022년 말 기준)에 따르면 전 세계 지속가능투자 규모는 30.3조 달러, 책임투자원칙(PRI) 참여 기관은 5천여 곳에 달하며, CDP 서명 금융기관의 자산 운용 규모만 142조 달러에 이른다.
KoSIF는 “2029년부터 의무공시가 시작된다면 국내 기업은 국제 지속가능투자 자본으로부터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될 것”이라며, “금융위는 기업협회와 일부 대기업의 단기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2027년부터 공시 의무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