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 진영에서 탈탄소 전환의 새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 전문 비영리 매체 카나리미디어(Canary Media)는 29일(현지시각) 친화석연료 기조가 강했던 공화당 내에서 커뮤니티 솔라(Community Solar)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커뮤니티 솔라는 태양광 패널을 직접 설치하지 않고도 구독 형태로 청정 전력을 공급받는 모델로, 전기요금을 평균 5~20% 절감할 수 있어 실질적 체감 효과가 크다.

 

보수층에 각인된 '전력 자유화 모델'… 설치량 35% 급증

2024년 미국 내 커뮤니티 솔라 누적 설치량은 전년 대비 35% 증가해 누적 8.6GW에 도달했다. 25개 주가 관련 제도를 도입했으며, 에너지 컨설팅기업 우드 매켄지(Wood Mackenzie)는 이를 “역대 최대 성장”으로 평가했다.
프로젝트 1건당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뚜렷하다. 5MW 규모 커뮤니티 솔라는 평균 1400만달러(약 200억원)의 경제 효과와 1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누적 1GW 기준으로는 28억달러와 1만8000여 개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의 커뮤니티 솔라를 주제로 만든 이미지./챗gpt.
 미국의 커뮤니티 솔라를 주제로 만든 이미지./챗gpt.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법안 발의 주체다. 아이오와, 오하이오, 미주리주에서는 공화당 의원이 직접 관련 법안을 제출했고, 조지아주에서도 ‘2025 홈그로운 솔라법’이 다음 회기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미주리주 법안은 최근 주 하원 규칙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하며 탄력을 받고 있다.

보수 정당이 커뮤니티 솔라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자유시장 원칙과 사유재산권이라는 정치적 기반이 있다. 제3자 민간 개발자가 참여하는 경쟁 구조는 유틸리티 독점을 견제할 수 있고, 농가는 유휴 토지를 임대해 20~30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정책 추진에는 보수 성향의 단체와 대기업도 발을 담그고 있다. 자유주의 성향의 정치단체 ‘미국을 위한 번영(Americans for Prosperity)’과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Walmart)는 아이오와 법안(HF 404)을 지지하고 있으며, 보수 입법 모델을 제공하는 ALEC(American Legislative Exchange Council)도 커뮤니티 솔라와 농업을 결합한 ‘애그리볼타익스(agrivoltaics)’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공화당 내부 '기후 정치' 균열… “요금만 줄면 인식 바뀐다”

다만 반대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일부 보수 강경 지역에서는 태양광이 ‘친중국·친바이든’으로 낙인찍혀 있으며, 기존 유틸리티 기업들의 조직적 로비도 정책 확산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몬태나주에서는 공화당이 장악한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커뮤니티 솔라 법안이 주지사의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어 제도화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치적 인식 변화도 관측된다. 아이오와주 공화당 하원의원 한스 윌츠(Hans Wilz)는 “모든 소비자가 태양광에 참여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는 게 핵심”이라며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태양광 설치 여력이 없는 소비자도 전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설득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콜로라도주 보수 인사 로리 세인(Lori Saine) 역시 “전기요금이 줄기 시작하면 반대하던 이들의 입장도 순식간에 바뀐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솔라가 단순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넘어, 보수 진영의 실용적 대안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책 추진 속도는 각 주의 정치 일정에 따라 다르지만, 커뮤니티 솔라를 계기로 공화당 내 기후·에너지 이슈가 ‘정치적 금기’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카나리미디어는 “공화당 일각의 커뮤니티 솔라 지지는 일종의 각성(a kind of awakening)이며, 청정에너지가 더 이상 정파의 문제가 아니게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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