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목표는 항공과 해운 산업 모두에 커다란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e-fuel 기술의 완전한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두 산업 모두 바이오연료를 현실적인 과도기 연료로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문제가 존재한다. 

두 산업이 의존해야 할 핵심 자원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바로 농업·임업을 통해 생산되는 ‘바이오매스’로, 그 공급에는 명확한 제약이 따른다. 환경 보전과 식량 안보 문제로 자원 확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항공과 해운은 동일하고 한정적인 자원에 대한 우선순위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정책적 자원 배분을 둘러싼 ‘공급 경쟁’으로 이어지며, 해운업의 단기 생존 전략에도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항목 SAF (항공) 바이오선박유 (해운)
원료 폐식용유, 팜유 부산물, 동물성 지방 등 폐식용유, 팜유 부산물, 동물성 지방 등
정제 방식 HEFA, HVO, FT-SPK HVO, FAME, UCOME
정책 상태 혼합 의무화, 세액공제, 인센티브 일부 국가 인센티브, 자율 혼합
공급망 여건 고정 수요, 정책 기반 수요 예측 시장 자율

도표 1. SAF vs 바이오선박유 주요 특성 비교

 

항공 분야, ‘정책 기반 고정 수요’

항공과 해운, 두 산업 모두 탈탄소화를 위한 바이오연료 활용이 논의되고 있지만, 그 정책적 접근과 산업 구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특히, 해운업계가 향후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관점이 된다. 

항공산업은 국제 규격을 만족하는 바이오연료 기반 SAF(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거의 없다. 항공기 운항에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극한 환경에서도 작동 가능한 안전성이 필수적인데, 현재로서는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연료가 SAF이다.

이러한 기술적 배경 아래, 각국 정부는 SAF 보급을 강제하거나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EU는 ‘ReFuelEU Aviation’ 규정을 통해 2030년까지 SAF 혼합 비율을 6%로 확대할 계획이며, ▲미국은 2030년까지 SAF 연간 생산량을 30억 갤런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대해 SAF를 1% 내외로 혼합하도록 의무화하였다.

이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 이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항공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조치다. 

즉, 항공 산업은 정책을 통해 고정된 SAF 수요를 확보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해운 분야, '시장 기반 유동 수요' 

반면, 해운 산업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암모니아, 메탄올, e-fuel, 수소 등 다양한 대체연료 기술이 병렬적으로 개발되고 있어, 각 선사는 연료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운항, 암모니아 연료 개발 프로젝트, 바이오연료와 e-fuel 병행 검토는 이러한 기술적 다양성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유연성은 역설적이게도 해운이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을 내포한다. 정책 입안자의 관점에서, 선택지가 많은 해운보다 사실상 대안이 없는 항공 부문에 한정된 바이오매스 자원을 우선 배분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Renewable 2024”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바이오연료 수요의 약 60%가 항공 부문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림. 1 도로·항공·해운 부문의 바이오연료 수요 증가 변화/IEA Renewables 2024

물론, 해운 부문에서도 탈탄소화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 중기조치에 따라 2027년부터 전 세계 선박에 온실가스 배출 부담금이 부과할 예정이며, 바이오연료 30% 혼합유에 대한 사용도 이미 승인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강제성이 아닌 자율적 선택에 기반하고 있으며, 실제 상용화 측면에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부 항만에서 바이오선박유가 시험적으로 공급되고 있지만, 높은 가격 프리미엄, 품질 인증 체계의 미비, 공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확산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항공은 정책에 의해 수요가 구조적으로 고정된 산업이며, 해운은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시장이 수요를 형성하는 유동적인 산업이다. 이러한 정책적 구조의 차이는 바이오연료 보급 속도와 규모에 있어 항공과 해운 간 뚜렷한 비대칭성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해운업계는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공존 전략의 핵심, 통합적 접근

SAF와 바이오선박유의 균형 있는 공존을 위해서는 산업 간 통합적 대응 전략이 필수적일 것이다. 단순한 경쟁 관계를 넘어 상호 보완적 공급망 구축이 양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이다.

첫째, 바이오매스 원료의 전략적 확보와 공용 인프라 구축이다. 현재 국내 바이오매스는 8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거 및 정제 체계 또한 민간 주도로 분절화되어 효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원료 수거·정제 전략과 함께, 항공과 해운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정제 인프라를 구축해 산업 간 중복투자를 최소화하고 공급망의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해운에 대한 정책적 우선순위 재조정이 필요하다. SAF에 혼합 의무제를 도입하는 정책 구조라면, 해운에도 일정 수준의 사용 인센티브 혹은 단계적 혼합 의무제를 검토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항공은 의무, 해운은 자율' 구조는 장기적으로 정책 불균형과 해운업계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2027년 IMO 중기조치에 따른 탄소 부담금 시행에 맞춰, 바이오연료 사용 선박에 대한 부담금 감면 혜택 제공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수요 연계형 투자 구조의 설계가 중요하다. 해운 분야로 정유사의 투자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해운사와 정유사 간 장기 연료 구매계약을 유도하고, 이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바이오선박유의 안정적인 생산은 예측 가능한 수요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Maersk), CMA CGM 등 글로벌 해운사들이 추진하는 녹색 항로(Green Corridor) 프로젝트와 연계한 정책 설계도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 인증 기준의 통합과 호환성 확보다. SAF와 바이오선박유 간 인증 체계 호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주요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고려한 통합 인증 전략은 국내 정유사들의 생산 유연성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선택이 아닌 전략의 문제

물론 바이오연료를 무조건적인 해답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해야 하며, 보다 정교한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 

IMO 중기조치로 인해, 해운업계는 ‘단기 생존’과 ‘장기 전환’이라는 이중 과제 앞에 놓이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바이오연료를 단기 경제적 전략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차세대 연료로의 전환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이중 전략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바이오 연료에 대한 논의는 단순한 사용 여부가 아니다. ‘언제까지’, ‘어떤 조건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정량적이고 조건 기반의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결국 해운업계가 직면한 과제는 정책의 방향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문제가 아니라, 자체적인 전략적 선택을 주도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문제다. 따라서 해운은 SAF 중심의 국제적 흐름을 냉정하게 인식하면서도, 바이오선박유의 기술적·경제적 경쟁력을 점진적으로 확보해 나가야 한다.


☞지혜련 연구원은

지혜련 연구원은 에너지 정책 연구기관인 플랜잇(PLANiT)에 소속되어 활동 중이다. 플랜잇은 에너지 전환경로를 식별하는 모델 기반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정량적 연구 기관이다. 지 연구원은 CFD 기반 연구를 수행해 온 조선• 해운 분야 연구자로, ESG 실무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2006년 한국과학기술원(KORDI, 현 KRISO)에서 연구를 시작했으며, 2008년부터 대우조선해양 선박해양연구팀에서 15년간 CFD를 활용한 선박 기술 연구를 수행해왔다. 2022년 부터 ESG 실무를 담당했으며, 현재는 해운• 조선산업의 탈탄소 전략, LCA 기반 온실가스 감축 평가, 국제 규제 대응 등을 주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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