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해상 탄소저장 규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본헤럴드는 9일(현지시각), 미국 내무부 산하 해양에너지관리국(BOEM)과 안전환경국(BSEE)이 해상 이산화탄소 저장을 규율하는 초안 규칙을 2026년 5월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규정은 연방해역에서 진행되는 CO2 저장 활동에 대한 최초의 법적 틀이 될 전망이다.
해상 탄소저장, ‘통합 규제계획’ 핵심 과제로 부상
미국 정부는 지난주 에너지 생산 확대를 위한 ‘통합 규제계획(Unified Agenda)’을 공개했으며, 이 계획에서 해상 탄소저장 규정 제정이 핵심 과제로 지목됐다. 이는 석유·가스 생산업체가 연방해역에서 탄소저장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탄소 격리 활동을 안전하고 환경적으로 책임 있게 수행하기 위한 안전·환경 절차 및 기준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탄소저장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임대 절차, 저장 지층의 입지 선정, 환경 계획 및 완화 조치, 시설·인프라 설계 및 설치, 모니터링, 재정적 보증, 안전 관리 등이 포함된다.
최종 확정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초안에 대한 의견수렴은 2026년 7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규제는 산업계 요구와 연방 차원의 기후·에너지 정책 방향이 맞물려 추진됐다. 최근 몇 년간 엑손모빌, 셰브론 등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텍사스 주 관할 해역에서 대규모 이산화탄소 저장부지를 확보했으며, 연방해역 투자를 고려했다. 그러나 업계는 명확한 안전·환경 규정 없이는 대규모 투자가 어렵다는 입장을 주장해 왔다.
여기에 연방 차원의 45Q 세액공제 제도도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는 탄소포집 및 저장(CCS) 활동, 특히 석유회수증진(EOR) 방식까지 지원한다. 즉, 저장된 CO2를 유정에 주입해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석유 개발 활동에도 혜택이 적용되는 구조다. 다만,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2032년 이전 착공이 필수다.
업계는 세제 혜택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며, 행정부에 조속한 규정 확정을 요구했다.
탄소포집연합(Carbon Capture Coalition) 크리스천 플린 공공정책 매니저는 “2021년 제정된 초당적 인프라법(Bipartisan Infrastructure Law)은 대륙붕을 탄소 저장 용도로 개방하고 내무부에 2022년 말까지 연방해역 탄소저장 규정을 마련하도록 했으나, 정치적 이유로 여러 번 지연됐다”며 “이번 규정은 업계가 대륙붕에서 CO2 저장을 추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반쪽 짜리 계획? 파이프라인 안전 규제 빠져
미국 정치·정책 전문지 폴리티코는 이번 계획에 해상 저장 규정만 담겼을 뿐, 정작 핵심 사안인 파이프라인 안전 규제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탄소포집·저장(CCS) 프로젝트의 경우 포집된 CO2가 저장 부지로 운송되기 위해서는 파이프라인은 필수적이다.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운송되는 과정에서 압력이 높아지고, 물질이 기체·액체·초임계(supercritical) 상태를 오가는 만큼 누출이나 폭발 위험에 대한 안전 대책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는 이러한 위험을 고려해 파이프라인안전청(PHMSA)이 CO2 파이프라인 안전기준 강화를 추진했으나, 이번 행정부에서는 연방 관보에 게재되지 못한 채 현 정부 들어 ‘장기 검토 과제’로 밀려난 것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파이프라인 세이프티 트러스트의 에린 서덜랜드 정책 국장은 “앞으로 대규모 CCS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파이프라인 건설이 급증할 것”이라며 “안전 규제가 계속 지연되면 지역사회가 불필요한 위험에 방치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업계는 지나친 우려라는 입장이다. 액체에너지파이프라인협회(LEPA) 앤디 블랙 대표는 “CO2 파이프라인은 강력한 안전 기록을 유지해 왔다”며 “다만 과거 사건에서 얻은 교훈을 반영해 규정을 점진적으로 개정하는 방향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PHMSA에 따르면 미국 내 약 8529km 규모의 초임계 CO2 파이프라인이 운영 중이며, 지난 20년간 인명피해를 포함한 중대 사고는 단 1건에 불과하다. 업계는 이를 들어 CO2 파이프라인이 이미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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