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농업 산업과 기후목표 사이의 균형이 시험대에 올랐다.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산에 대한 관세를 피하기 위해 브라질산 대두 의존도를 높이며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2006년 이후 신규 개간지에서 재배된 대두의 매입을 금지하는 대표적인 업계 협약인 ‘아마존 대두 모라토리엄(Amazon Soy Moratorium)’은 정부의 조사를 받으며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물류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대두 재배는 아마존 깊은 곳까지 확산됐다.
아마존 대두 모라토리엄 흔들…카르텔 조사 시작
대두 농업의 아마존 침투는 수년간 진행됐고, 지난 10년 사이 급속히 확대됐다. 아마존 최서단 아크리 주에서는 2017년까지 대두 재배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국립농산물공급공사(Conab)는 올해 농민들은 축구장 2만 개에 달하는 면적을 재배했다고 밝혔다. 불과 8년 전까지만 해도 대두 생산이 없었던 아마조나스 주도 비슷했다. 혼도니아 주의 대두 재배 면적은 지난 10년 동안 거의 세 배로 늘었다.
아마조나스, 아크리, 혼도니아 주를 아우르는 ‘아마크로’ 지역에서는 2019년 이후 약 138만헥타르의 정글이 사라졌다. 한국 전체 면적의 10분의 1이 넘는 규모다. 그린피스의 활동가 크리스티아네 마제티는 “이 지역은 토지 강탈, 목축, 그리고 대두 재배 확산이 모두 나타나는 곳”이라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2023년 취임 이후 환경당국을 강화하며 불법 벌목 억제에 나섰다. 그러나 농업 로비는 모라토리엄 철회를 요구하며 카르텔 조사를 촉발했다. 세계 주요 곡물 메이저인 ADM·번지·카길·루이드레퓌스가 동참한 모라토리엄은 유럽연합(EU) 등 해외 바이어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시장 조치이기도 하다. EU은 이미 ‘산림 파괴지에서 나온 대두는 수입 불가’ 규정을 도입했다.
브라질 반독점 당국은 8월 모든 주요 곡물 기업을 대상으로 카르텔 조사를 개시했다. 이는 농업 로비 단체와 국회의원들의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다. 농민들은 모라토리엄이 브라질 법이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들의 토지 활용을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토지 이용 결정은 해외 바이어나 환경단체가 아니라 국가 법률에 의해 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마투그로수 등 일부 주는 모라토리엄 준수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철회했고, 이 조치는 현재 브라질 대법원 심리 중이다. 환경단체 WWF 브라질은 “모라토리엄을 흔드는 것은 브라질산 농산물의 국제 신뢰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물류망 확충, 득인가 독인가…벌목·토지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곡물 수송을 위한 항만·수로·도로 투자도 늘고 있다. ADM, 카길, 번지, 루이드레퓌스는 터미널과 바지선에 수십억 달러를 공동 투자하여 브라질 대두와 옥수수의 약 40%를 운송하는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애초 이들 신규 운송 경로는 중서부 농지의 곡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졌다. 2021년 보우소나루 정부 시절 준공된 혼도니아-아크리 연결교량은 농기계·비료·곡물을 이동할 수 있게 하며 새로운 경계를 열었다.
현재 파라와 아마파에는 신규 항만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으며, 바지선 운영사인 히드로비아스 두 브라질은 확장을 검토 중이다. 포르투벨류의 5개 터미널은 올해 1100만톤의 대두를 처리할 전망이다. 카길은 최근 혼도니아에 새로운 시설을 가동했고, 연방정부도 수로 민영화 입찰을 준비 중이다.
수출업자 단체 ANEC의 법률 고문 프레데리쿠 파바슈는 “항만 확충은 단순히 남부 항만의 한계 때문에 불가피한 것”이라며 “대두 재배 확산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물류 개선이 곧바로 벌목·토지 압력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최근 최대 쟁점은 혼도니아와 아마조나스를 연결하는 BR-319 고속도로다. 농민들은 이 도로가 물류비 절감에 필수라고 주장하지만, 환경단체는 이는 원시림을 무차별적으로 개방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마리나 실바 환경장관은 상원 청문회에서 “공사 가능성만으로도 이미 불법 벌목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일부 상원의원은 실바 장관이 추가 연구를 요구하며 개발을 가로막는다고 비난했다. 실바 장관은 퇴장 직전 농민들에게 “농업은 생물다양성에 의존한다. 브라질이 오늘날 농업 강국인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