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AI와 반도체 산업 유치를 위해 데이터센터와 공장 건설을 서두르면서, 탄소중립 목표와 전력 수급 간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 재팬타임스는 28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산업 전략 차원에서 AI 기업과 반도체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으며, 구마모토현에 건설 중인 대만 TSMC 대규모 공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일본은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2년 기준 전체 전력 생산의 약 22%에 그쳐, 단기적인 전력 수요 증가는 탄소 배출 증가와 맞물릴 수 있는 구조다.
데이터센터 급증…일본 탄소중립 목표 시험대
일본에는 현재 275개의 상장 데이터센터가 있으며, 이 중 약 20%가 최근 10년 내 신설됐다. 올해에도 프린스턴디지털그룹(Princeton Digital Group), 에퀴닉스(Equinix), 데이원(DayOne) 등이 도쿄에, 아시아퍼시픽랜드가 후쿠오카에 신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착공했다.
대부분의 데이터센터는 통신망과 전력망이 잘 갖춰진 도쿄와 오사카 인근에 집중돼 있다. 일본데이터센터협의회 마스나가 나오히로 국장은 “지리적으로 안전하고 인프라가 충분히 발달한 국가가 많지 않다”며 “이 때문에 일본이 아시아 내 데이터센터 최적지로 꼽힌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이 급증해 2030년까지 글로벌 에너지 소비의 3%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역시 아시아 내 대표적 데이터센터 허브로 이러한 추세에서 예외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데이터센터는 전력뿐 아니라 냉각을 위한 막대한 물 자원도 소모한다. 100MW급 데이터센터는 약 6500가구의 물 사용량, 10만 가구의 전력 사용량에 해당하는 자원을 소비한다. 이미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영국 전체를 32% 웃돌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환경·에너지연구소(EESI) 다니엘 브레세트 소장은 “석탄·천연가스 기반 전력에 의존하는 데이터센터 증가는 탄소중립 달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효율성-재생에너지 연계가 해법 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에너지 효율 개선과 신기술 활용이 데이터센터의 환경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재생에너지연구소 이시다 마사야 연구이사는 “지난 10~15년간 일본의 전력 사용 감소는 주로 효율성 향상 덕분이었다”며 “데이터센터 확대에도 에너지 효율 개선과 인공지능 활용이 오히려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이끌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과학 매거진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올해 6월 AI가 교통, 에너지, 식량 생산 효율을 높이면 연간 최대 54억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를 인용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수소 기반 데이터센터, 해상 부유형 ‘그린 데이터센터’ 등 신기술 도입도 본격화되고 있다. 닛폰유센, NTT, 미쓰비시상사 등이 요코하마항에 부유식 데이터센터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혼다는 재활용 배터리를 활용한 수소 데이터센터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일부 지방에서는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도쿄 히노시와 지바현 이나자이시 주민들은 미관 훼손과 전력 사용 급증을 이유로 반발했다. 이나자이시 후지시로 겐고 시장은 “도시와 주민 모두 데이터센터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도심 핵심부 건설에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