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의회 예산안 합의에 실패해 1일(현지시각)부터 셧다운에 들어갔다. 셧다운은 의회가 임시 지출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정부 기능의 일부가 정지되는 사태로, 필수 기능만 유지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자 단속이나 관세 협상 정책과 같은 우선 과제들을 그대로 추진하는 반면, 기후·환경 관련 정책 집행과 연구 활동을 사실상 중단시켰다.

블룸버그는 이날 홍수 보험 발급과 갱신이 중단되고, 환경보호청(EPA) 직원의 90%가 무급휴가에 들어가면서 기후 대응 역량이 크게 위축됐다고 전했다. 국가해양대기청(NOAA)은 기상 예보와 재난 경보는 유지하지만, 연구와 현장 활동은 대폭 축소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 태양광, 풍력발전을 주제로 챗GPT가 만든 이미지.
 트럼프 행정부, 태양광, 풍력발전을 주제 챗GPT 생성 이미지/임팩트온

 

셧다운 직격탄, 홍수 보험·EPA 기능 정지

국가홍수보험제도(NFIP)가 멈추면서 가입자와 시장에 직접적 타격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 보험에는 약 470만 명이 가입해 있으며, 보장 규모는 총 1조3000억달러(약 1821조원)에 이른다. 보험 만료 시점이 다가온 가구와 부동산 거래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조사국은 2010년 벌어진 유사한 상황에서 한 달 평균 4만 건의 주택거래가 지연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더그 퀸 미국 보험계약자협회(American Policyholder Association) 전무는 “보험 갱신이 지연되면 향후 훨씬 높은 보험료를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최근 보험료 산정 방식을 바꾼 만큼, 공백이 발생하면 갱신 시점에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PA도 사실상 기능이 멈췄다. 전체 직원의 90%가 무급휴가에 들어가면서 연구, 보고서 발간, 신규 규제 제정과 지침 마련이 모두 중단됐다. EPA 웹사이트의 정보 업데이트도 멈췄다. EPA 노조는 성명을 통해 “기후 위기와 극단적 기상 상황이 심화되는 시점에 대응 인력을 줄이는 것은 대응 역량을 약화시키는 행태”라고 반발했다.

NOAA는 공공 안전과 직결되는 예보와 경보를 위해 절반가량의 인력이 근무를 이어간다. 허리케인과 산불 예보는 유지되지만, 연구와 데이터 수집은 중단되거나 축소된다. NOAA는 조사선과 항공기를 복귀시키고 있으며, 일부 장비는 수 주일간 운용을 멈추는 절차에 들어갔다. 블룸버그는 NOAA 연구진이 셧다운과 관련한 내용을 이메일 등 공식 기록에 남기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민주당 주 기후예산 80억달러 삭감

트럼프 행정부는 셧다운 첫날, 민주당 성향 16개 주에서 진행 중인 기후 프로젝트 예산 80억달러(약 11조원)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백악관 예산국장 러셀 보트는 소셜미디어 X에 “좌파 기후 의제를 위한 ‘신종 녹색 사기(Green New Scam)’ 자금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취소 대상에는 캘리포니아, 뉴욕, 워싱턴 등 주요 주가 포함됐다. 이들 지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곳으로, 결정에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같은 날 뉴욕에서 추진 중인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두 건에 대한 180억달러(약 25조원) 규모의 연방 자금도 동결됐다. 대상은 허드슨 터널 재건사업과 2번가 지하철 확장사업으로, 뉴욕 교통망의 핵심으로 꼽히는 사업들이다. 뉴욕 주지사 캐시 호컬은 “경제와 일자리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뉴욕주 검찰총장 레티샤 제임스는 자금 동결의 불법성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가 DEI(다양성·형평성·포용) 기준에 근거한 자금 배정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로이터는 2일(현지시각) 이번 삭감 조치의 구체적 세부 사항은 미국 에너지부가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셧다운으로 행정 기능이 이미 마비된 상황에서 기후 예산까지 대거 삭감되면서, 미국의 기후 대응 체계 전반이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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