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Equinor)가 비용 급등을 이유로 주요 해상 석유·가스 플랫폼의 전력화 계획을 철회했다. 로이터는 10일(현지시각) 에퀴노르가 노르웨이 에너지부에 서한을 보내 스노레(Snorre), 하이드룬(Heidrun), 아스가르드(Aasgard B), 크리스틴(Kristin) 등 5개 플랫폼의 육상 전력 연결 프로젝트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에퀴노르가 제공한 이미지./홈페이지.
 에퀴노르가 제공한 이미지./홈페이지.

 

에퀴노르, 해상 플랫폼 전력화 계획 중단...비용 급등이 발목

해상 석유·가스 플랫폼은 자체 가스터빈으로 전력을 생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천연가스와 디젤이 연소되며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석유·가스 산업은 노르웨이 전체 배출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며, 그중 80%가 해상 설비의 가스터빈에서 나온다.

에퀴노르는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해상 설비의 가스터빈 가동을 중단하고, 육상에서 생산한 전기를 해저 케이블로 끌어와 공급하는 전력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 방식은 연소 과정을 없애 플랫폼의 직접 배출(스코프 1)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탈탄소 전략의 핵심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 원자재와 건설비 상승으로 전력화 비용이 높아지면서 해당 계획은 무산됐다. 에퀴노르 대변인은 “스노레 및 할텐 지역의 전력화 비용이 너무 높아 더 이상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며 “이 사업을 계속 지속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에퀴노르는 구체적인 비용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감축 단가가 2030년 기준 톤당 2400크로네(약 34만원) 정도로 예상되는 노르웨이의 탄소세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스노레 유전의 파트너사 하버 에너지는 “전력화 비용이 톤당 최대 5000크로네(약 71만원)에 달한다”며 “아무리 중요해도 무조건 추진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퀴노르 철회 여파...노르웨이 2030 감축 목표 ‘빨간불’

에퀴노르는 이번 결정으로 당초 계획했던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전력화가 완료되면 연간 71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것으로 예측됐으나, 프로젝트 중단 후에는 38만 톤 감축에 그칠 전망이다. 회사는 다만 그라네(Grane)와 발더(Balder) 유전의 전력화 프로젝트는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에퀴노르의 발더와 그라네 프로젝트의 파트너사 바르 에네르기(Vaar Energi)는 이번 결정에 동의하며 “발더와 그라네 프로젝트도 여전히 도전적인 상황에 있지만, 계획대로 전력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철회로 노르웨이 정부의 해상 석유·가스 부문의 탄소 감축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 석유·가스 부문 배출량을 50% 줄인다는 비구속적 목표를 세웠지만, 에퀴노르의 결정으로 감축률은 약 4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노르웨이 의회 에너지위원회 부위원장인 라르스 할트브레켄(Lars Haltbrekken)은 “국가 최대 배출원이 감축을 멈춘다면 우리의 기후 목표는 달성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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