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퇴출 수순을 밟는 산업의 종사자와 경제적 타격을 입는 지역의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위해 5년간 약 13조7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경북도, 전남도, 충남도, 경기도, 인천시가 관련 재원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희대학교 오형나 교수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로부터 용역을 받아 최근 ‘그린뉴딜 관련 산업의 공정한 전환방안 마련’ 연구용역을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오 교수는 1일 녹색전환연구소가 주최한 ‘한국사회 정의로운 전환 지도 그리기’ 토론회에 참석해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정의로운 전환은 탈탄소 경제로 가는 산업 전환 과정에서 탄소 경제에 의존하던 산업 종사자와 지역이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번 연구는 EU의 ‘공정전환 메커니즘(Just Transition Mechanism)’을 사용해 여기에 드는 비용 규모나 할당 비율이 대략적으로 추정했다. EU의 공정전환 매커니즘에는 △지역 차원에서 실행될 것 △(공정한 전환이) 지역의 경제·탈탄소화 장기 전략의 일부일 것 △공정 전환 프로젝트의 성과를 장기적으로 평가할 것 △노동정책과 후생정책을 포함할 것 등이 포함돼 있다.

연구진이 심층면접(FGI)을 통해 전문가 33인에게 ‘그린뉴딜 예산 중 몇 %를 공정전환기금으로 배정해야 하느냐’고 물은 결과 응답자 32명 중 16명이 “10~20%값이 적정”하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이 가중평균은 18.69%로, 5년간 약 13조7000억 규모”라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해 7월 73조4000억원 규모의 그린뉴딜 예산을 발표하면서 ‘신재생에너지 확산기반 구축 및 공정한 전환 지원’ 항목에 2020~2025년 9조2000억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정의로운 전환에 필요할 것으로 본 것이다.

연구진은 유럽연합(EU)의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JTM)’을 활용해 예산이 지역별로 얼마나 할당돼야 하는지도 분석했다. 탄소집약도, 고비용 전환업종 종사자수 등 경제적 기준, 지역 낙후도 등 사회적 기준을 고려해 지역별 재원 할당 비율을 도출했다. 경제적 기준에선 객관적 기준이 모호한 고비용 전환업종의 선정 기준에 따라 4개 시나리오가 도출됐는데, 가장 많은(43%)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은 것은 ‘업종별 탄소집약도가 전 산업 탄소집약도의 2배보다 높은 경우’(시나리오 2)였다.

시나리오 2를 기준으로 지역별 배분을 계산한 결과 경상북도 1조6385억원(전체의 11.6%), 경기도 1조5830억원(11.55%), 인천광역시 1조4392억원(10.5%), 전라남도 1조4263억원(10.40%), 충청남도 1조840억원(7.91%) 순으로 재원이 할당됐다. 연구진은 “(다른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해도) 다소 차이는 있으나 경북, 전남, 충남, 경기도, 인천광역시의 재원 할당 비율(8~16%)이 높게 산정됐다”고 밝혔다. 경북, 전남, 충남은 산업 부문의 지역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연구진은 소멸되는 산업 종사자들의 직업훈련과 관련해 “인위적으로 일부 업종을 줄이는 것인 만큼 100% 중앙정부 재원을 사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제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 교수는 “유럽연합은 계층별, 직군별, 회원국별 회의와 공청회를 통해 공정전환 지원 수요를 파악하고 지원 방식을 업데이트한다”며 “지자체는 지역의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실행 가능한 안을 만들고, 중앙정부에서 그것을 한 번 거를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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