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수출국 1위인 호주에서 ‘경제’냐, ‘환경’이냐를 둘러싼 치열한 다툼이 현실화되고 있다.

호주 퀸즐랜드주 내륙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카마이클 탄광 개발을 추진중인 ‘아다니(Adani)’그룹의 가장 큰 계약자 중 한 곳이 보험사를 찾는데 실패했다고 abc, 로이터 등이 14일(현지시각) 밝혔다.

BMD Constructures는 호주에게 가장 큰 건설회사 중 하나로, 이번 사업에서 광산에서 항구로 석탄을 수송하는 철도 연결망 공사를 위해 3억5000만달러(3900억원)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BMD사는 아다니 프로젝트에 대한 보험사를 찾을 수 없어, 계약을 위반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BMD사는 “호주 건설공사를 수행해온 41년 동안 이렇게 크고 즉각적인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다”며 “전 세계적으로 보험사를 찾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적책임보험, 환경보호보험, 이사 및 임원보험을 가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아다니 프로젝트는 매달 2000만달러(225억원)의 진척금 지급을 법적으로 의무화하지도 않은 채 600명의 근로자들을 고용해야 하는 리스크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38개 금융기관 투자 중단

기후변화와 ESG투자가 강조되면서, 전 세계 연기금은 좌초자산이 될 위험이 높은 석탄발전 투자에서 자금을 빼거나 추가투자를 중단하고 있다.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38개 금융기관은 더이상 카마이클 탄광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호주에서도 지난 4월 호주 금융규제당국인 APRA(Australian Prudential Regulation Authority)는 금융권에 관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하면서, 기후 위험이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쳐 미치는 전례 없는 광범위한 영향에 대해 경고했다. 썬코프(Suncorp)와 QBE를 포함한 호주의 대형 보험사들마저 석탄 투자가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특히 호주의 기후활동가들은 아다니 프로젝트의 계약자들과 보험사들을 타깃을 삼아 공격하면서, 전 세계 보험사들은 이 프로젝트에 하나 둘씩 발을 뺐다. 석탄을 수출하기 위한 항만시설인 애봇포인트 석탄터미널(AAPT)에 투자했던 국내의 금융기관 4곳(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IBK기업은행)도 모두 투자를 철회했다.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현지 청소년들과 환경단체가 호주 시드니의 삼성전자 매장과 한화큐셀 사무실을 항의방문하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제출서류에서 BMD사는 “호주의 석탄산업은 합법적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호주와 다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유럽의 정책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고 있다”며 “보험 제공업체들이 선택권조차 거의 남겨두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제 남은 선택권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아다니 그룹이 직접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껴안아 보험금 지급보증을 서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주정부나 연방정부 중 하나가 호주의 석탄산업을 보험에 가입시키기 위해 개입하는 것이다. 호주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호주 자원부 장관 "합법적인 석탄산업이 기업 행동주의에 발목잡혀"

호주 정부의 입장도 갈린다. 이번 조사가 나온 데는 키이스 피트(Keith Pitt) 호주 자원부 장관은 은행과 연기금을 ‘기업 행동주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피트 장관은 “어떻게 소, 곡물, 사람과 많은 물품을 운반할 수 있는 철도 선로를 건설하는 회사가 석탄을 운반한다는 이유로 보험이 거부되고 있는 것이 가능한가”라며 “국가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수천명의 호주인을 고용하는 탄광업과 같은 합법적인 산업이 기업 행동주의(corporate activism)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발목 잡혀 있는 것은 큰 우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아다니 프로젝트가 수많은 보험사에 의해 블랙리스크에 올라있는 상황에서 다른 계약업체들도 카마이클 광산에서 일하는데 필요한 보험금 지급보증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번 사안은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석탄 수출 1위인 호주의 난감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호주는 아직까지 2050 탄소중립을 약속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석탄 수출은 294억달러(33조2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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