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이 벌목 현장을 취재한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고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칼럼을 썼다. 산림을 초토화하듯 나무를 베어내는 것이 과연 환경을 위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사에 나온 앙상하게 드러난 민둥산 사진에 충격을 받았다.

당초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논란이 『오마이뉴스』의 보도를 계기로 전국민적 관심사로 확대되더니 『조선일보』까지 가세하며 이데올로기 대립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그럼에도 산림청의 해명과 함께 많은 전문가들이 논쟁에 참여하며 산림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로 이어지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논쟁적인 주제에 다시금 펜을 든 것은 나무의 연령에 따른 탄소흡수능력이나 ‘영급구조 개선’ 같은 주요 쟁점에 대해 새로운 의견이 있어서는 아니다. 전문가들의 안목과 식견을 접하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많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도 있었기 때문이다.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산림청과 『IMPACT ON』 독자들에게 사과의 말씀들 드린다. 『오마이뉴스』 기사만 보고 산림청의 정책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산림청의 해명에 따르면 『오마이뉴스』기사에서 지적한 벌목 현장은 산림청의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전략'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사유지'라고 한다. 싹쓸이 벌목에 대한 고발과 문제제기 차원에선 의미가 있었지만, 정작 산림청의 추진전략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하니 기본적인 팩트에 오류가 있었다. 잘못된 팩트를 기초로 비판한 점을 반성하고 앞으로는 사실 확인에 더욱 유념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나무를 베는 것은 무조건 환경 훼손인가?

당초 자연을 인간의 편의에 따라 이용하고 개발하는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생태계를 존중하고 숲을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칼럼을 썼고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지만, 어떤 논객이 ‘나무를 베는 것은 무조건 환경을 훼손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적잖이 당황했다. 생활 속에서 수많은 목재로 된 가구나 물품을 사용하면서도, 늘 종이와 책을 끼고 살면서도 그것이 나무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은 애써 외면했던 것일까? 마르타 자라스카의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들이 육식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써 소, 돼지, 닭과 같은 동물과 ‘고기’를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는지도 모르겠다. 

전상훈 ㈜이지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이케아 '목재'가구의 가성비를 찬양하는 분들에게’라는 글에서 "벼를 수확한 논을 보면 풍요로움을 느끼는데 목재를 수확한 산을 보면 처참함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을 했는데, 나는 이케아 가구를 사용해본 적도 없고 그 가성비를 찬양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벌거숭이 민둥산을 보면 몹시 불편하다. 목재를 ‘수확’한다는 표현조차 생소하다. 이 분의 말씀에 따르면 임업인들은 자신이 소유한 임야에 벼처럼 수확을 위해 나무를 심고 벌목을 할 때는 수확을 하는 감격을 누린다고 한다.

그런데, 목재 수확에 대해 생경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또 다른 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최재관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의 글이다. 해당 부분을 원문 그대로 인용한다.

"우리 숲은 근본문제가 무엇일까요? 우리 숲의 근본문제는 나무의 나이가 거의 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단층숲을 이루고 과밀화로 나무가 밀식되어 자랄수 없는 환경이 되도록 방치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관리의 문제입니다. 좋은 숲은 나무의 나이가 한살부터 백살까지 공존하는 다층숲이고 100년 숲입니다. 우리는 백년숲으로 나가기 위해 숲을 적극적으로 가꾸어야 하는 시기에 도래한 것입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연간 벌목량은 0.5% 수준으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작은데도 논란이 되는 이유는 바로 '모두베기'에 있다고 지적한다. 모두베기는 앞서 언급한 '싹쓸이'식 벌목의 바른 표현이겠다. 지속가능한 산림을 경영하는 나라들은 우리보다 몇 배가 많은 매년 3% 정도를 벌목하는데 모두베기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다 자란 나무만 선별적으로 벌목하는 '솎아내기'를 한다고 한다.

산림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보면 바로 한살부터 백살의 나무가 공존하는 ‘다층숲’과 솎아내기 벌목이 우리가 가야 할 길로 보인다. 모두베기 벌목 현장을 보고 수확의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건 '목재 수확'의 개념을 몰라서이기도 하지만 일시에 숲을 '모두베기' 하는 데 따른 불편함이었던 것이다.

 

한살부터 백살까지 공존하는 ‘다층숲’과 ‘솎아베기’가 해답

공장식 대규모 동물사육에 소요되는 대두 재배를 늘리기 위해 지구 반대편에서는 오늘도 아마존 산림을 훼손하는 야만이 버젓이 일어나는 마당에 싹쓸이 벌목을 지적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숲은 바다와 함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지구의 허파이자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더 많은 산림을 보존하고 목재 사용을 줄여 나가야 하겠지만, 인류가 육식을 끊을 수 없듯이 나무를 베어 목재로 사용하는 일도 완전히 멈출 수는 없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산림청의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전략'도 ‘탄소 중립’에만 치우치기보단 산림의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심도 있는 검토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다층숲 조성 노력과 함께 산림 훼손없이 솎아내기 벌목을 위한 임도 확보와 기계화도 동시에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ESG 측면에서도 산림의 중요성은 재조명되어야 한다.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면서 기업들도 숲을 조성하거나 보존하는 조림사업으로 탄소 배출을 상쇄하려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BP(브리티시페트롤리엄)나 셸(Shell)이 대표적이고, 국내에서는 SK나 한화 같은 민간기업을 비롯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발전 자회사들이 탄소상쇄를 위한 숲 조성 사업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사업을 통한 직접적인 탄소 저감 노력은 게을리하고 손쉬운 조림사업에 나서는 것만 아니라면 환영할 일이다.

앞으로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고 탄소상쇄 사업이 확산되면 목재를 벌목해 판매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이익보다 숲을 보존해서 탄소 크레딧으로 얻는 이익이 더 커질 수 있으므로 ‘수확’을 목적으로 나무를 심는 경제림이라 할지라도 벌목보다는 산림을 보존하고 확충하려는 선택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인사(hindsight)님은... 
 하인사님의 캐리커처

'하인사(hindsight, 필명)'는 뒤늦은 깨달음, 뒤늦은 지혜라는 뜻입니다.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모두 인류의 뒤늦은 깨달음이라는 의미이지요. 하인사님은 대기업 홍보팀에서 20년 가량 일했습니다. 회사의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기획하면서 CSR 업무와 인연을 맺게 됐으며, 회사 CSR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ESG 이슈에 대해 직접 부딪히며 고민했습니다. 2021년부터 <임팩트온>에서 【하인사의 이슈리뷰】를 매주 연재, ESG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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