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연기금인 GPIF
세계 최대 연기금인 GPIF

 

ESG 투자의 버블과 수익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정부연기금(GPIF) 전 이사회 의장인 히라노 에이지(Hirano Eiji)씨는 “ESG 투자에서 버블 지표가 보인다”며 “ESG 자산이 수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밝혔다.

에이지 전 의장은 2017년부터 올해 초까지 일본 GPIF 이사회 의장을 지낸 인물로, GPIF가 ESG 투자의 세계적인 선두주자가 되기까지 기금의 격동기를 직접 경험한 바 있다. 그는 “이제 GPIF는 ESG에 대한 접근방법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ESG가 정말로 수익성에 기여했는지 분석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하며, ESG 평가 및 표준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ESG 버블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우리는 항상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함께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7년 출범한 일본 GPIF 이사회는 179조엔(1820조원) 규모로, 3월 회계연도 마감 이후 7월 2일까지 운용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지난주 발표된 수익을 보면, GPIF는 25%에 해당하는 37조8000억엔(388조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공적연금이 ESG 투자를 이끄는 데 굳이 맨 앞에 서는 것은 덜 중요하다”며 “기금의 자산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 맞춰서 수익률도 함께 높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카하시 노리히로 전 대표와 미즈노 히로미치 전 투자책임자 밑에서 GPIF는 ESG에 대해 많은 과감한 조치를 취했는데,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조치와 기후변화 이슈 대응 등은 굳이 공적연금이 앞장서지 않아도 확립될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FT, "ESG 수익률은 끝물인가"

한편 최근 파이낸셜타임즈에는 ESG 관련 학술논문을 통해 “ESG 수익률은 끝물인가”라는 도발적인 문제를 던졌다. 논문의 저자는 프랑스의 그랑제꼴 중 하나인 ‘에드허 경영대학원(Edhec Business School)’ 에이브러험 리우이(Abraham Lioui) 교수와 공동저자들이다.

이들은 “ESG 요소가 투자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계는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며 “ESG와 수익성이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이르게 될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리우이 교수는 “지난 몇 년 동안 ESG와 임팩트 투자가 급성장하고, 중요한 ESG이슈에 포커싱한 기업이 수익개선을 이끈다는 증거가 늘어나면서, 패시브 투자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우선, 뉴욕 스턴경영대학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발간된 250여편의 논문을 메타분석한 결과, 8%만이 기업 ESG와 재무실적 간에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데이터 집합에서 ESG의 E(환경)와 S(사회) 부문에서 누적 알파값(최적의 투자성과를 내는 값)이 연간 1%p 이상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기업이 ESG를 잘하면 투자성과가 높다는 것까지 입증한 것이다. 

Chart showing that outperformance associated with ESG factors has declined. Monthly ‘abnormal’ returns to investors of top-rated, high-rated and lowest-rated ESG companies (shown in percentiles), 2003 - 2020

하지만, 여기서 이들이 또 하나 발견한 것은 그 성과의 하향 패턴이다. 이들은 추가 연구를 위해 3개 기관의 데이터를 추가로 살펴봤다. 리피니티브 에셋4(Refinitiv Asset4)에서는 ESG 투자성과가 이미 변곡점에 와있었고, 기후변화 대응을 잘하는 기업에 투자해 기후 프리미엄을 얻고자 하면 초과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다. KLD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반면, MSCI 데이터는 좀 달랐다. ESG 평가등급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면 수익이 줄어들지 않았다. 이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 가지 의견을 내놓았다.

옥스퍼드 리스크(Oxford Risk)의 그렉 데이비스 책임자는 “초기 ESG 투자자는 혜택을 봤지만 앞으로는 기업이 ESG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비용부담이 커서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FT에 설명했다.

모닝스터 유럽의 케네스 라몬트 선임 패시브펀드 애널리스트는 “ESG평가등급이 높은 주식으로 자금이 몰려들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기대수익률이 하락했다”며 ESG투자도 시장의 기본적인 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양질의 주식을 선호하는 ESG펀드의 특성상, 장기적으로는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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