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시대를 맞은 글로벌 정유회사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정유시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다. EU에서는 이미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는 정유시설들이 하나둘씩 시범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가장 앞서 나가는 곳은 EU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독일이다.
글로벌 정유회사 로얄더치쉘과 EU는 독일 쾰른 근처 라인란트 정유공장에서 유럽 최대 규모의 수소 전기분해 생산공정시설을 설립한다고 현지미디어인 유로액티브가 5일(현지시각) 밝혔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해질 규모는 10MW인데, 2024년까지 10배 더 큰 규모로 전해질 공장을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전원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하는 저탄소 수소를 말한다. 재생에너지 전력이 풍부한 독일이 향후 그린수소의 주도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아르민 라셰트 장관 겸 기민당 대표는 2일(현지시각) 출범행사에서 “유럽 최대 규모의 PEM(Polymer Electrolyte Membrane, 고분자 전해질막) 전기분해 공장의 위탁을 계기로 이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PEM 수전해 기술은 전류밀도가 높아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방법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유럽 청정수소 프로젝트인 ‘리파이네(Refhyne)’ 프로젝트로, 유럽 최대 규모의 수소 생산기술을 적용함과 동시에, 풍력과 태양광에서 나오는 가변적인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는 시범 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EU의 민관파트너십(PPP) 리더인 바르트 비부크(Bart Biebuyck) 국장은 “이 공장은 원유 정제공장을 탈탄소화를 이끌고 전력망의 균형을 맞추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수소유럽(Hydrogen Europe), 수소유럽연구회 등으로 구성됐으며, 사업비 50%에 해당하는 1000만유로(134억원)를 지원했다.
전해질 공장은 충분한 양의 재생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연간 약 1300톤의 녹색 수소를 10MW 용량으로 생산하게 될 전망이다.
"2030년이면 정유공장들 사업모델 바꾸거나 폐업해야"
유럽은 녹색 수소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독일 수소 전문가협의회에 따르면, 2030년까지 독일의 연간 수소 수요는 17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유공장들은 그때까지 사업모델을 바꾸거나, 폐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유로액티브는 밝혔다.
때문에 이번 공장 출범에 앞서, 독일 지방정부는 정유공장에서 전기연료(e-fuel) 생산을 시작하는 프로젝트를 5억유로(6700억원) 규모로 출범한 바 있다.
이번 로얄더치쉘의 ‘케미컬 파크 라인란드(Chemicals Park Rheinland)’ 정유공장의 전환 프로젝트는 화석연료 기반 사업모델 전환의 중심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휘버트 비제바노(Huibert Vigeveno) 쉘 다운스트림 이사는 "오는 2050 년까지 넷제로 배출 에너지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쉘은 정유 시설을 5개 핵심 에너지 및 화학 단지로 전환하고, 당장 2030년까지 기존 연료 생산을 55%까지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쉘은 향후 전해질 용량을 10MW에서 100MW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한편, 포르투갈의 ‘갈프 에네르기아(Galp Energia)’ 사장은 지난달 100MW급 전해질 공장을 설치, 2025년까지 정유공장을 녹색수소 생산시설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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