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넷 제로 선언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을까.

MSCI(모건스탠리캐피탈 인터내셔널)가 상장기업 9000여개를 대상으로, 넷제로 공약 검증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각) ‘MSCI 넷제로 트래커(Net-Zero Tracker)’ 보고서에 따르면, 넷제로 공약이 난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상장기업들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3년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MSCI는 파리협정의 지구온난화 목표인 1.5도를 넘기지 않으려면, 5년 8개월 안에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강력 통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사 결과, 탄소 다배출기업 중 전혀 공시를 하지 않는 ‘최악의 기업’ 일부를 파악했다.

이 목록에는 석탄인디아(Coal India), 산시석탄화학공업, 중국국가건설 엔지니어링 등 인도와 중국에 기반을 둔 국영상장기업과 미국계 정유사인 PBF에너지 등이 포함됐다. 명단에는10대 기업 중 7개 기업이 중국계로, 가장 많이 포함됐다. 

헨리 페르난데스 MSCI CEO는 “MSCI는 기업들의 기후공시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이 회사들을 선정하게 됐다”며 “(최악의 기업으로) 공개된 기업들이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예의를 갖춰야 할 때가 아니라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할 때”라고 밝혔다. 

 

P&G, ASML, 에퀴노르 등 기후공시 리더그룹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15개 기업은 기후 리더그룹에 포함됐다. P&G,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 양조회사 앤하이저 부쉬(Anheuser-Busch), 노르웨이 최대석유회사 에퀴노르, 중국자동차회사 BYD 등이다.

하지만 기후 리더그룹 사이에서도 기후 공시에는 매우 큰 격차가 존재했다. P&G와 ASML의 경우 기업이 자체적으로 공개한 온실가스배출량과 MSCO 추정치가 100% 똑같았다. 직접 배출량뿐 아니라 공급망까지 포함한 간접 배출량인 스코프3(Scope3)까지도 공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의 경우 그들이 보고한 배출량은 MSCI가 추정한 실제 배출량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에어버스는 간접 배출량인 스코프3(Scope3)의 대다수를 보고하지 않아, 트래커 자료에 따르면 단지 배출량의 3%만을 공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호주 연방은행, 웨스트팩(Wsetpac)을 포함한 리더그룹의 몇몇 은행들도 그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배출량, 즉 간접배출량을 보고하지 않아 점수가 깎였다.

MSCI는 “이번 조사를 통해 말만 떠들썩한 기업과 실제 행동 사이에 큰 갭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는 MSCI ACWI IMI(MSCI의 대표적 글로벌 지수) 지수에 포함된 9260개 모든 기업의 직접 및 간접배출량을 모델링했으며, 이 데이터를 트래커의 기초자료로 사용했다. 이들 기업은 전 세계 기업의 99%를 차지하며, 이들 기업의 직접 배출량은 올해 전 세계 총 배출량의 19%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MSCI는 탈탄소를 이끄는 기후 리더그룹과 기후 악당그룹을 부각시키기 위해, 앞으로는 트래커 보고서를 분기별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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