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하천계획과와 지방국토관리청 하천국 기능을 내년 1월 환경부로 이관한다. 예전에는 국토부에서 하천 관리를 맡고 환경부에서 수질 관리 및 오염방지를 맡았지만, 물 관리 정책을 환경부에서 일원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전출 신청을 받은 결과, 하천과 상관 없는 부서에서도 전출을 희망한 직원이 수십명 있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었다. 특히 전출 희망자 중 상당수가 20-40대 젊은 직원이었고, 그 이유에 대해 ‘국토부와 환경부의 위상 변화’라는 이야기까지 전해졌다. 탄소 중립이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기후와 에너지, 환경에 관한 역할이 커지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다는 것이었다.
국내에서 최근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주요 관심사항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기본법’에는 ‘정의로운 전환’을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해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정의한다. 전기차 시대에 일자리를 잃게 될 중소 부품업체 직원을 비롯해 수많은 직종에서 실업과 재교육에 관한 이슈가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옥스퍼드대, 로얄더치셸 진로 대담 초청장 보냈다가
학생들 71명으로부터 항의 메일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탄소중립 시대로의 전환기를 맞이한 전 세계가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정유사 등 에너지기업들엔 당장 인재 채용이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9일(현지시각) “석유와 가스 전공은 보다 친환경적인 미래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인재를 모집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0월 말 COP26을 앞둔 옥스퍼드대 지리학부가 사례로 등장했다. 로얄더치셸이 주최하는 진로 대담(career talk)에 학생들을 초청하는 메일에 “석유와 가스를 전공한 직원들이 직접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셸의 넷제로 계획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이 메일은 10시간도 채 되지 않아 71명의 학생들로부터 항의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학생들은 “대학의 지리학부가 화석연료기업인 로얄더치셸을 ‘일하기 좋은 일터’인 것처럼 홍보해주고 있다”며 이러한 홍보를 금지할 것을 요청했다.
FT에 따르면, 유럽의 모든 메이저 정유사들은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BP는 2025년까지 20기가와트, 2030년까지 50기가와트의 재생전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대규모 채용과 재교육이 필요하다. 학생 캠페인 네트워크인 ‘피플&플래닛(People&Planet)’의 퍼거스 그린(Fergus Green)씨는 “잠재적 취업후보군인 젊은 층에서 정유사들의 에너지 전환 역할에 대해 갈등하고 있다”고 밝혔다.
BP는 전 세계적으로 6만300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로얄더치셸은 8만명 이상의 직원이 있다. “에너지 전환의 가장 큰 도전은 (투자철회하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적자본”이라는 업계 베테랑의 말처럼, 향후 10년 간 직종의 변화는 수많은 전통 산업군에서 부딪히게 될 이슈일 수밖에 없다.
BP, CEO가 12만5000명 소셜플랫폼 소통하며 채용 관심
BP는 인력 채용과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BP는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을 발표한 후 2022년 3월부터 사업을 시작하게 될 가스·저탄소 사업 책임자로 전 RWE 리뉴어블(Renewables)의 에너지 부문 대표였던 안자-이사벨 도젠라츠(Anja-Isabel Dotzenrath)를 비롯, 고위직에 외부 후보 10여 명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에만 BP가 채용공고를 낸 일자리가 200개가 넘으며, 1만명 이상의 지원서류를 받았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BP는 버나드 루니 CEO를 중심으로 인스타그랩, 링크드인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12만5000명의 팔로우와 정기적으로 소통하면서, 채용에 특별히 관심을 쏟고 있다. 루니는 최근 링크드인 타임라인에서 TV 인터뷰를 인용하며 “112살 된 회사가 하루 아침에 방향을 틀 수는 없고, 우리 같은 회사가 솔루션을 찾도록 하기 위해 해야 하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5-6년 후에는 대학원 채용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BP는 예상하고 있다.
FT는 또 “최근 내부적으로 ‘개조 프로젝트(Project Reshape)’라고 알려진 18개월 간의 조직 개편을 완료한 로얄더치셸은 핵심 에너지 전환 산업에 14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쟁력있는 인재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보상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한다. 지난 2월 BP는 남아공의 펌프 작업과 아제르바이잔의 시추 엔지니어 등 모든 직원들에게 회사의 지분을 주는 새로운 주식 보상 계획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이 얼마나 효과적일 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