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폐기물로 가득찬 인도 뉴델리 지역의 상수도/ Mainichi
 플라스틱 폐기물로 가득찬 인도 뉴델리 지역의 상수도/ Mainichi

플라스틱 폐기물은 국제사회에서 꾸준하게 거론되는 국제환경문제다. 대부분의 폐플라스틱은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는데, 이는 지역사회의 토양·수질오염을 초래하고 국민보건과 생태계를 위협한다. 이에 2019년 열린 바젤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약 187개국이 국가간 폐기물 이동통제 개정안을 채택해 폐플라스틱 수출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해당 개정안은 작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발휘했지만, 실제 폐플라스틱 수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 2월 25일, 바젤 행동네트워크(Basel Action Network)는 폐플라스틱 무역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며 "선진국들이 폐플라스틱을 개발도상국에 수출하는 행위가 여전히 만연하다"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EU의 이중적 행태를 지적하며 "이들은 강력한 플라스틱 규제를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협약을 무시한 채 플라스틱 폐기물을 무단 수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젤협약 통해 엄격한 폐플라스틱 수출 기준 수립했지만...

실질적인 이행 뒤따르지 않아

바젤 협약 개정안의 주요 내용/ 환경부
바젤 협약 개정안의 주요 내용/ 환경부

바젤협약 개정안은 폐플라스틱을 폐기물 수출입 통제품목으로 지정하고 이를 엄격히 관리한다. 해당 개정안에서는 17종류의 단일 소재 혹은 페트(PET)·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3종이 혼합된 폐플라스틱만 수출이 가능하다. 이 또한 유해물질을 포함하거나 오염되었을 경우 수출이 불가능하며, 수출시 수입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보고서는 2020년에 비해 지난해 폐플라스틱의 국제 수출량이 소폭 감소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폐기물 감소 영향도 있기에, 바젤 협약 개정안의 효과는 사실상 미미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으로 폐플라스틱을 무단 수출하는 행위를 여전히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미국의 폐플라스틱 수출현황/Basel Action Network
2021년 미국의 폐플라스틱 수출현황/Basel Action Network

일례로, 미국은 작년 한 해에만 5억4000만kg에 달하는 폐플라스틱을 해외로 수출했다. 문제는 이렇게 수출되는 폐플라스틱의 대부분이 바젤 협약의 기준에서 벗어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바젤행동네트워크의 대표 짐 퍼켓(Jim Puckett)은 "미국 자국에서조차 경제적인 이유로 단일소재 플라스틱을 따로 분류하고 오염된 플라스틱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라며 "때문에 재활용업체들조차 대부분의 폐플라스틱을 매립지에 폐기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이 개발도상국에 수출하는 폐플라스틱 또한 적절한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방치된다는 의미다.

특히, 미국은 바젤 협약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이에 대한 행정 조치를 취하지 않은 8개국 중 하나이며, 플라스틱 사용 및 폐기에 대한 규제 또한 시행하지 않고 있다. 

반면, 유럽은 바젤 협약 개정안 이행을 선언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과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바젤행동네트워크의 조사결과, 이들 또한 개발도상국에 대량의 폐플라스틱을 수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여전히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의 아시아권 개발도상국에 폐플라스틱을 대량 수출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의 월간 평균 폐플라스틱 수출량은 2020년 약 815만kg에서, 2021년 약 1860만kg으로 무려 2배 이상 증가했다.



폐플라스틱 운송하지 않겠다... 발 벗고 나선 해운업계

선진국들이 폐플라스틱 수출을 지속하는 가운데, 해운업체들은 폐플라스틱 운송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해당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7년, 국제 폐플라스틱 수입의 56%를 담당했던 중국은 폐플라스틱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해당 조치를 무시하고 선진국들이 계속해서 중국에 폐플라스틱을 수출하자, 2020년 머스크, MSC, 하파그로이드 등의 주요 해운업체들은 중국으로 향하는 폐플라스틱 운송을 거부했다. 

그러자 선진국들은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폐플라스틱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2020년,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폐플라스틱 수입 제한조치를 시행하며 대응했지만, 선진국들은 여전히 해당 국가들에 폐플라스틱을 무단 수출하고 있다.

이에 해운업계가 칼을 빼들었다. 세계해운업계 3위 업체인 CMA CGM은 지난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전세계의 모든 폐플라스틱 운송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4월 15일부터 모든 폐플라스틱의 적하를 중단하고, 6월 1일부터 운송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CMA CGM의 회장 로돌프 사데 (Rodolphe Saadé)는 "많은 시민단체들이 폐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조속한 조치를 요구했으며, 우리는 이를 위해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적절한 분류, 재활용, 처리가 보장되지 않는 곳으로 폐플라스틱을 운송하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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