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거의 매일 사용하는 컴퓨터 마우스, 키보드 등은 고장나면 그냥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같은 컴퓨터 주변기기는 세계에서 가장 크게 증가하는 가정용 쓰레기다. UN에 의하면, 2030년까지 매년 7400만 톤의 전자제품 폐기물이 버려질 것이라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즈는 5일(현지시각) 컴퓨터 주변기기 제조업체들이 온실가스 배출, 특히 스코프3와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보도했다.
가장 흥미로운 기업은 스위스의 컴퓨터 주변기기 제조업체인 '로지텍'이다. 마우스와 키보드 등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로지텍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즈와 통계데이터회사 스태티스타(Statista)가 공동으로 선정한 기후 리더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로지텍, 전년 대비 47%나 온실가스 줄여
'FT-스태티스타 기후리더스(FT-Statista Climate Leaders)'는 2015년부터 2020년 동안 스코프 1과 2의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를 가장 많이 줄인 기업들을 선정해 지난달 발표했다. 수천 개 기업을 조사했는데 전년 대비 47%를 줄인 로지텍이 1위를 한 것이다.
스코프 1과 2의 경우 기업 운영과 에너지 사용에서 각각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식이다. 매출 100만 유로당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했는지로 측정하는데, 재생에너지로 공장을 돌리거나 재생 플라스틱을 더 많이 사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컴퓨터 주변기기 제조업체의 경우 스코프 1과 2의 배출은 전체 탄소발자국의 10% 미만이라고 크랜필드 경영대학의 시드 야크잔(Syed Yaqzan) 교수는 FT에 밝혔다.
로지텍은 "스코프 1과 2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인 47%를 감축했으나, 스코프3의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의 99.8%나 차지한다"고 밝히며, "스코프 3 배출은 가장 감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로지텍을 제외한 다른 컴퓨터 주변기기 제조업체들은 아예 감축 목표도 없거나 배출량을 측정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CDP의 덱스터 갤빈(Dexter Galvin)은 "컴퓨터 주변기기 제조업체들의 경우 주로 영세업체들이 많아 공급망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권이 없는 경우가 많아, 스코프3 배출을 줄이는 것은 더 힘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형업체들의 경우 구매력을 무기 삼아 주요 공급망 협력업체들에게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권유할 수도 있지만, 영세업체들은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지텍은 어떻게 탄소를 감축했을까. 우선 제품 수명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다. 영국 딜로이트 컨설팅의 연구원 벤 스탠톤(Ben Stanton)은 "제품 수명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면 탄소발자국에 엄청난 임팩트를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하나는 재생에너지 사용이다. 로지텍은 2030년까지 스코프3의 배출을 2019년 수준의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로지텍의 스코프 1, 2의 배출은 전체 에너지의 92%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했는데, 2030년까지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로지텍은 협력업체의 공장에 재생에너지를 벌크로 공급할 수 있도록 포털까지 직접 만들었다. 로지텍의 글로벌 운영 및 지속가능성 대표인 프라카쉬 아룬쿤드럼(Prakash Arunkundrum)은 "일반적으로 대형 협력업체들은 ESG에 대해 잘 정비된 정책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영세업체들은 우리가 함께 권유해나가야 하는데, 이것은 단순한 동기부여의 문제가 아니라 협력업체가 자사의 배출량 데이터를 이해해야 하는 문제"라고 포털 제작 배경을 밝혔다.
아룬쿤드럼은 "장기적으로 버섯이나 삼베와 같은 생물 자원으로 만든 재료가 향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코프3 배출을 줄이기 위해 로지텍은 제품 개량 및 재판매를 통해 제품의 수명을 늘리고, 저탄소 소재를 더 많이 사용할 계획이다.
레노보, 제조과정부터 폐기까지 배출량 숫자로 보여주는 플랫폼 이용
한편, FT-스태티스타(FT-Statista) 리스트에 오른 또다른 컴퓨터와 주변기기 제조업체 '레노보(Lenovo)'는 자사 제품의 환경에 대한 임팩트를 계산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다.
지속가능성 컨설팅 회사 콴티스(Quantis)와 MIT공대가 개발한 플랫폼으로, 레노보의 메리 자크(Mary Jacques) 이사는 "이 플랫폼은 제품의 제조 과정, 소비자의 사용 과정 및 폐기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배출을 하는지에 대해서 숫자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럽위원회(EC)는 전자제품에 대한 에너지 라벨 요건을 업데이트하고 IT장비에 대한 최소한의 효율 요건을 제안했다.
EU의 전기전자장비 폐기물 지침에는 소형 IT장비의 75%는 제조업체가 회수하고 55%는 재사용과 재활용에 대비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EU의 전자폐기물 중 40% 미만이 재활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계자는 "제조업체가 장비를 회수하고 소비자가 장비를 반품할 수 있도록 추가 인센티브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