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공동설립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구글을 퇴사한 이후 전기로 비행하는 대형 비행선 제작에 몰두, 이르면 올해 말 처음으로 시험비행을 한다고 파이낸셜타임즈가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에서 2019년 사임하기 전인 2014년 LTA(Lighter Than Air Research and Explorer)라는 비행선 제작회사를 설립했다.
브린은 LTA사를 창립하기 이전부터 비행기에 관심이 많았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함께 구글의 자가용 제트기인 보잉 767-200을 개조하기도 했고 2012년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본인이 직접 스카이다이빙을 즐기기도 했다.
브린은 구글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의 구글 마운틴 뷰(mountain view) 인근에 위치한 에임스(Ames) 연구센터를 2014년에 방문한 뒤 자체적으로 비행선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에임스는 1930년대 미 해군이 만든 대형 비행선인 USS 마콘(Macon)호의 본거지로도 유명하다.
LTA는 브린으로부터 1억 달러(1253억원) 이상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지금까지 브린이 비행선 제작에 얼마를 썼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 LTA의 본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소유한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Bay Area)에 있는 모펫 비행장(Moffett airfield)에 있는데, 이 비행장은 구글이 미항공우주국으로부터 2015년부터 임대한 지역 안에 있다.
LTA는 구글에 모펫 비행장을 사용하는 임대료를 지불하는데 지난 3년 동안 임대료가 10배 이상 증가했다. LTA와 구글은 어떠한 법적 관계가 없는 서로 독립된 회사다. FT는 "임대료는 13만1000달러(1억6425만원)에서 시작해서 2022년 3월에는 1090만 달러(136억원)로 늘어났다"며 "이는 LTA가 비행선 개발을 가속화하면서 더 많은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LTA의 첫번째 비행선은 보잉747보다 크다
LTA의 첫 번째 대형 비행선은 이름이 패스파인더(Pathfinder) 1호인데, 길이가 400피트(121미터)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운항거리가 긴 비행기인 보잉 747-8의 길이가 250피트(76미터)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대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계획 중인 비행선 패스파인더 3은 훨씬 더 커서 약 600피트(182미터)라고 한다.
이는 패스파인더 기종이 1931년 굿이어(Goodyear)가 미 해군을 위해 785피트(239미터) 길이의 USS 매콘과 USS 애크론을 완성한 이래 미국에서 제작하는 가장 큰 비행선이다.
LTA에 의하면 첫 번째 비행선 패스파인더 1호는 28톤을 들어올리고 60노트(시속 111킬로미터)로 순항하며 항속거리가 2500해리(4630㎞)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패스파인더 1호는 가벼운 탄소 섬유로 디지털 프린팅해서 만든다고 한다. 기체를 수평 축으로 회전시킬 수 있는 특허받은 지그(롤러 코스터)를 사용하여 전례 없는 속도로 조립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전의 모든 비행선은 천장에 부품을 매달아 놓은 다음 사다리와 발판을 사용하여 부품을 접합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 방식은 느리고 노동 집약적이며 위험하다고 한다.
비행선을 만드는 목적은 오지에 인도적 지원 제공
브린이 비행선을 만드는 목적은 인프라가 거의 없는 오지에 비행선을 보내서 인도적 지원을 하고 항공과 화물 운송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LTA의 비행선은 비행선은 착륙하기 위한 전통적인 공항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비행선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 도달할 수 있어, 오지에 사는 사람들을 지원하기에 적합하다.
LTA가 위치한 지역의 미디어 SFGate의 매들린 웰즈(Madeline Wells)에 따르면, LTA의 비행선은 화물선보다 속도가 빠르고 기존 항공기보다 80-90% 적게 탄소를 배출한다. LTA는 최종적으로 배기가스 제로 항공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비행선은 헬륨으로 작동하며 장차 수소연료전지로 구동할 예정
굿이어(Goodyear) 비행선과 같은 비행선은 힌덴부르크 참사 이후 헬륨으로 채워져 왔다. 힌덴부르크 참사는 1937년 5월 6일 목요일, 독일의 여객 비행선 힌덴부르크가 미국 뉴저지주 레이크허스트 해군항공기지의 계류탑에 정박을 시도하던 도중 화재가 발생해 전소한 사건이다. 힌덴부르크는 수소를 지상에서 끌어올리기 위해 수소에 의존했지만 수소는 매우 가연성이 높다.
그러나 LTA는 항공기에 수소를 사용하는 것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전문 미디어 테크크런치(TechCrunch)가 발견한 최근 LTA 구인 목록에는 이 회사가 수소 프로그램 매니저를 찾고 있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LTA는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무게가 작고 비행선이 바다를 건널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자체 대용량 수소 연료 전지를 개발하려고 한다.
LTA의 비행선은 여전히 리튬이온 배터리로 작동하며, 12개의 전기 모터를 갖추고 있다. 또 14명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다.
FT는 "패스파인더 비행선은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으로 작동될 전망인데, 헬륨은 불연성이며 힌덴부르크에서 사용된 위험한 인화성 수소보다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라며 "패스파인더 호의 전기 추진 시스템은 처음에는 배터리로 구동되지만, 미래에는 수소 연료 전지로 구동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소 연료 전지로 구동될 경우 탄소 배출량은 제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