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휘발유 가격이 갤런(약 3.8L) 당 5달러(6400원)를 넘고,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정유 회사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 시장에 더 많은 휘발유 생산을 늘리지 않는 이유를 요구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유회사들에게 자세한 정보 제출을 요구했다.
백악관은 미국 정유회사 마라톤 페트롤리엄(Marathon Petroleum), 발레로 에너지(Valero Energy)와 엑손모빌(Exxon Mobil)의 경영진에게 서한을 보내 이익을 충당하기 위해 정유 생산을 줄였다고 비판했다.
이 서한은 필립스 66 리미티드(Phillips 66), 셰브론(Chevron), BP와 로열더치셸(Shell)에도 전달되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 중인 상황에서 정상가보다 훨씬 높은 휘발유 가격으로 인해 미국 가정이 피해를 입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정제 부족이 유가보다 가스 가격을 더 빠르게 상승시켰다”라고 말했다.
미 에너지부 장관 제니퍼 그랜홈(Jennifer Granholm)은 "정유업체가 더 높은 가격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긴급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사전에 석유 회사의 대응을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유기업들이 지난 2년 동안 정제 시설을 축소한 이유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정유를 늘리기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LA에서 진행한 인플레이션 공급망 관련 연설에서 "엑손모빌이 올해 신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라고 말하며 “새로운 시추 및 정제 시설에 비용을 지출하는 대신 투자자에게 그 이익을 제공하는지” 물었다. 이어 엑손 모빌의 1분기 이익이 전년도보다 두 배 증가한 54억8000만 달러(7조 149억 5000만원)를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에너지 기업들, "지금 이게 최선이다"
에너지 기업들은 원유 가격을 배럴당 100달러(12만8000원) 이상으로 끌어올린 수요 증가에 러시아 침공이 더해져 휘발유 가격이 기록적으로 올랐음에도 연료 공급을 늘리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의 정제 설비 능력은 2020년 4월 기준, 하루 1900만 배럴(bpd) 미만으로 정점에 달했다. 이는 정유업체가 팬데믹 기간 동안 수익성이 없는 여러 시설을 폐쇄함에 따라 발생했다. 시설 보수를 위한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면서 정제 설비가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3월 기준 정제 용량은 1790만 배럴이었다.
셰브론의 전략 및 지속 가능성 담당 부사장인 브루스 니마이어(Bruce Niemeyer) 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유업체들은 현재 용량의 94%에 달하는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대부분 피크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를 신속하게 충족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라고 전했다.
셸의 대변인은 "정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석유 및 가솔린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옵션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엑손모빌은 “중간 규모의 정유소에 해당하는 25만 bpd의 정제 능력을 확장하기 위해 투자했다”라고 대변인 토드 스피틀러(Todd Spitler)를 통해 말을 전했다.
이어 스피틀러는 “미국 행정부가 단기적으로 '존스법'(미국 내 연안운송을 미국이 소유, 등록, 건조된 선박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법안) 조항을 해제하거나 휘발유 혼합에 스모그가 유발되는 ‘서머 블렌드’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철폐하는 방안이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필립스 66, 발레로 에너지, 마라톤 페트롤리엄은 미국 행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셰브론과 BP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IEA의 최신 전망, 2023년 세계 석유 수요 2% 이상 증가할 것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5일, ‘6월 석유 시장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세계 석유 수요는 2% 이상 증가하여 사상 최고치인 1억 160만 배럴(bpd)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IE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면서 "2023년 수요는 2022년 대비 220만 배럴(2.2%) 증가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 미 달러화 급등, 금리 인상이 신흥국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은 리스크가 하방에 집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선진국들이 2022년 석유 수요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중국은 코로나로 인한 봉쇄에서 벗어나면서 2023년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유가는 배럴당 139달러(한화 약 17만 8000원)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기구 산유국과 비OPEC 산유국의 협의체, OPEC+이 증산량을 50% 늘리기로 했지만 유가를 잡지 못했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의 석유 애널리스트 맷 스미스는 “러시아의 생산 차질이 지속되고, 중국의 석유 수요가 다시 늘면 국제 유가는 지난 3월 기록한 배럴당 139달러라는 최고가 기록이 다시 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IEA는 “공급이 곧 수요와 일치해질 것”이라며 "7분기 연속 대규모 재고 소모가 있은 후 수요가 줄고 연말까지 세계 석유 공급이 증가하면 세계 석유 시장은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IEA는 “러시아에 대한 더 강력한 제재, 중국 수요의 급격한 회복, 리비아의 공급 중단, OPEC+ 국가의 제한된 예비 생산 능력으로 인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OPEC+ 생산국 그룹이 생산량을 제한을 완화함에 따라 올해 생산량이 26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 석유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2023년에는 52만 배럴로 감소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