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약속과 자원개발 양면성, 내부 직원들도 반발나와
빅테크 기업은 앞다퉈 넷제로 목표를 제시하고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후 약속을 내놨다, 일견 탈 탄소 체제를 선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빅테크 기업이 화석연료 시대를 연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글로벌 IT 기업이 빅오일(거대 석유기업)의 자원 생산 효율화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탓이다.
올해 석유기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이슈가 터진 가운데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다. 엑손모빌(ExxonMobil)과 쉐브론(Chevron)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시행될 기후 법안도 석유 및 가스 회사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일정 부분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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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기업의 수익 확대로 빅테크 기업도 수혜를 입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아마존(Amazon)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기업이 거대 석유회사의 배후에서 자원 생산 효율화를 돕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손모빌의 유전 데이터 분석을 지원하며, 아마존은 유전의 생산량을 최대화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실행한다.
석유 기업의 자원 생산 지원 사업은 빅테크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 선언과 상반된다는 비판을 낳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보다 많은 탄소를 대기에서 제거하겠다는 '탄소 네거티브'를 선언했다. 아마존은 2040년까지 사업 내 온실가스를 제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측은 석유 기업의 효율화가 화석연료 부문 지속가능성 계획의 일부라는 입장이다. 현행 사업은 석유 기업의 노후 데이터 센터 및 소프트웨어로 인한 불필요한 탄소배출을 없앤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친환경 전환보다 생산량 확대 도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와의 계약으로 인해 주요 에너지기업의 생산량은 증가하거나 안정화됐다. 한편 프로젝트의 성과 또는 화석연료 생산 증가로 인한 배출을 상쇄했다는 내용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아마존의 AWS(Amazon Web Service) 에너지 판매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석유 산업 고객이 배출량 감소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고 있지만 정확한 수치는 없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제공업체의 석유 산업 계약이 화석연료 시대를 연장한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석유 생산 지원을 계기로 지난해 퇴사한 엔지니어 데이비드 카터(David Carter)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우려를 표했다. 카터는 “사업을 효율화하면 그 사업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가능성 관련 투자자도 빅테크 기업의 명암을 인식하는 양상이다. 지속가능성 중심 사모펀드인 스프링 레인 캐피털(Spring Lane Capital)의 공동 설립자인 롭 데이(Rob Day)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태양광 및 풍력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의 공로는 인정한다”며 하지만 “석유와 가스의 생산 수익을 늘리는 데 일조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3위의 클라우드 업체인 알파벳(Alphabet)의 구글(Google)에서는 구성원의 행동주의로 이러한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빅테크와 석유기업이 말하지 않는 더러운 작은 비밀
빅테크 기업은 지난 몇 년간 수익성이 높으면서 기술적으로는 낙후된 산업과의 계약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석유 기업과의 계약도 같은 이유다. 한편 석유회사 임원들은 데이터 제공으로 인한 영업 기밀 노출을 경계했다.
한편 업계 내부에선 프로젝트가 비효율적이고, 빅테크 기업이 화석연료 사업을 통해 이윤을 추구한다는 폭로가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에너지 담당 부사장인 대릴 윌리스(Darryl Willis)는 "석유 기업이 수집한 정보의 약 90%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추정했다. 유럽의 에너지 회사인 ENSE의 탐사 부서에서 2016년까지 일한 조나단 카터(Jonathan Carter)는 “모델에 사용되는 99%의 정보는 허구”라며 “큰 수익 때문에 석유 산업이 비밀을 숨긴 것”이라고 밝혔다.
빅테크 기업과 석유 기업 내부에서 친환경 전환을 의심하며 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은 석유 및 가스 거래에 반대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비스로 쉐브론이 카자흐스탄에서 석유 생산을 늘릴 때 직원들은 탄소 제거 목표의 약 5000%까지 배출량이 증가했다는 수치를 전달하기도 했다. 아마존 직원들도 AWS의 석유 기업과의 계약에 반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윌리스는 석유 산업이 신재생에너지로 빠르게 나아간다는 생각은 순진하다고 말한다. 윌리스는 “에너지에 대한 비판은 쉽지만, 에너지 없이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며 “점차 정확한 분석으로 화석연료를 생산하기에 좋은 곳을 찾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직원들의 반발 이후 구글은 지난 2020년 석유 탐사를 위한 도구 판매 중단을 약속했다. 에너지 기업인 슐럼버거(Schlumberger)의 회장인 라지브 손탈리아(Rajeev Sonthalia)는 구글은 석유 기업와의 협력을 피하고 있지만,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업계와의 관계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손탈리아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5년 후에는 석유 기업 IT 예산의 7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