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폐유리의 순환 경제를 위한 해외 스타트업들
MZ세대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읽고, 직업 선택과 소비에 ESG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는 '그린워싱 탐사대'라는 이름으로 ESG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는 대학생 기자단을 꾸렸다. 임팩트온은 기후변화센터와 협력해 청년 기자단을 직접 멘토링하고, 이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도한다.
노루페인트는 2022년 4월 15일 폐자동차 앞 유리를 활용한 도료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폐자동차 앞 유리 라미네이팅 필름을 추출·재가공하여 도료의 원료로 사용하는, 국내 최초 폐자동차 앞 유리 활용 기술이다.
포카리스웨트도 지난 7월 재활용 유리병에 담긴 포카리스웨트를 출시했다. 사용 후의 유리병을 세척하여 다시 사용할 계획이다. 비슷하게, 코카콜라도 지속가능 음료를 위하여 새로운 유리병을 만들고 있다. 유리병을 재활용 유리로 제작하고, 유리병 반환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이처럼 유리병 재활용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인도의 시장조사 업체(Analytical Research Cognizance) 분석에 따르면, 세계 유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26억달러(약 3조5688억원)에서 2024년 37억달러(약 5조789억원)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021년 11월, 유리는 재활용 시에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분석했으나 국내 폐기물 협회에 따르면 폐유리의 60~70%만이 재활용되고 나머지의 폐유리병은 매립된다. 폐유리의 매립량을 줄이기 위해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를 목표로 폐유리를 재사용 및 재활용하는 해외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폐기물 수집·분리·운반·관리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슬록(SLOC)
분리는 유리 제품 재활용의 핵심이다. 특히 병을 수집해 다시 사용하는 것은, 유리를 녹여 재활용하는 것보다 환경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유리에 붙어있는 라벨과 함께 섞여있는 실리콘이나 고무 같은 소재들, 폐유리의 다양한 색상은 유리병의 분리를 어렵게 한다.
오스트리아의 슬록은 600개의 전문 센서, 지능형 플랫폼, 인공 지능과 무선 기술을 이용한 하이테크 시스템을 사용해 유리 분리 기술을 높이는 기업이다.
폐기물 처리 과정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 용기의 처리 효율을 30% 이상 높일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또 처리 과정에서 소음과 이산화탄소를 적게 방출한다. 슬록의 사물인터넷(Iot) 기술은 운반할 때 적용되는데, 컨테이너의 적재 정도와 과다 적재, 트럭의 최대 운반 무게 등을 함께 고려하는데 도움이 된다.
슬록의 쓰레기통은 빠른 조립과 원격 관리가 특징이다. 방진 및 물, 극한 환경을 견딘다고 슬록은 밝히고 있다. 소형 센서와 폐기물 측정을 위한 기술을 탑재하고 있으며, 화재 경보도 갖춰져 있다. 쓰레기통 뚜껑을 여는 횟수와 시간, 비우는 시간, 알람 기능, 이동패턴 정보 등은 폐기물 처리를 효율적으로 도와준다.
슬록의 쓰레기통은 다른 쓰레기통에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있는데, 80~240리터의 가정용 용기, 660~7500리터 상업용 컨테이너, 1500~3000리터 폐기물 유리 용기, 헌 옷 용기, 3000~5000리터 지하 컨테이너에도 사용할 수 있다.
슬록은 폐기물 수집 포털을 제공한다. 차량, 쓰레기통, 수거장 정보를 연중무휴로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고, 폐기물이 채워진 수준과 수집 지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운전자 최적의 경로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슬록은 폐기물이 채워진 수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비효율적인 트럭의 이동을 방지할 수 있다. 이 정보는 안드로이드 기기로도 전송이 가능하며, 가정용 쓰레기, 유리용기, 상업 폐기물, 헌 옷 용기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유리를 재활용해 경량 건축자재로 만드는, 글래블(Glavel)
유리병은 재활용 횟수에도 제한이 없고, 본래의 모습으로 재가공할 수 있다. 하지만 재활용되지 않는 유리는 땅에 매립되므로 유리병의 매립량을 줄이는게 중요하다. 미국과 유럽은 1960년대 말부터 유리를 아스팔트로 만들었으며, 해외의 여러 나라에서는 유리병을 콘크리트, 시멘트, 벽돌과 같은 건축자재로 활용한다.
미국 북동부 버몬트주의 스타트업 글래블(Glavel)은 2021년 재활용 유리를 경량 건축자재로 바꾸는 공장을 열었다. 글래블은 재활용 유리로 건축자재인 '폼 글라스 글래블(foam glass glavel)'을 만든다. 20세기 초에 처음 만들어졌으며, 2022년 유럽에서 성숙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글래블은 이 저탄소 폼 글라스 글래블의 선두주자이다.
글래블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리의 종이, 플라스틱 등 기타 오염 물질 제거가 필요하다. 세척된 유리는 미세한 분말로 분쇄되고, 기포제와 혼합된다. 혼합물을 2cm 두께의 체인 메쉬 벨트에 놓고 천천히 따라 가마로 이동하며 가열시킨다. 가마에서 나온 후, 냉각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가마에서 나온 폼 글라스 글래블은 충격과 열 응력으로 4분의 1의 크기 조각으로 분해된다.
폼 글라스 글래블은 10% 변형 시 116psi 압축 강도를 가지며, 방수성, 불연성, 단열성을 갖는다. 설치류나 흰개미, 박테리아에 의한 부패를 방지할 수 있으며, 자체 연동으로 하중을 고르게 분산한다. 세제곱피트당 9.8파운드로 가벼운 무게 또한 강점이다. 배수층 역할도 가능하다.
폼 글라스 그래블은 콘크리트와 같은 유사 건축 자재보다 훨씬 더 적은 탄소를 포함한다. 폼 글라스 글래블은 일반 작업 현장에서 경질 폼보드 단열재와 쇄석 골재(crushed stone aggregate) 대체가 가능하며, 작업 현장도 단순화·간소화 한다.
EU의 유리병 재활용률은 2019년 기준 76%인데에 비해, 한국은 64%이며, 그 중 0.3%가 건축자재로 재활용된다. 국내에서 재활용 비율이 낮은 이유는 경제성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고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하여, 글래블에서 수학적 모델 사용 분쇄 시스템 개발, 폐유리 건축자재 생산 인프라 구축 등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유리를 분쇄하여 모래로 되돌리는, 글래스 하프 풀(Glass Half Full)과 버트리(Buttrey)
글래스 하프 풀(Glass Half Full)의 설립자인 트라우트만(Trautmann)과 맥스 스타이츠(Max steitz)는 버려지는 유리병의 재활용 시설이 필요함을 느껴, 몇명의 친구들과 함께 유리를 손으로 부수는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작은 프로젝트는 연간 100만 파운드 이상의 유리를 수집하여 갈아 모래 주머니에 넣어 홍수를 방지하는 회사가 됐다.
글라스 하프 풀은 거리에 무료 수거 허브를 두어 유리 폐기물을 수집한다. 사용자가 폐기물을 내놓을 때는, 기계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리병을 세척하고 코르크 마개와 뚜껑을 제거하고, 색에 따라 분류해 달라고 요청된다.
수집된 유리는 색상별로 분류되고, 모든 플라스틱 및 금속 부품을 제거한다. 그 후, 해머 밀 크러셔(hammer mill crusher)로 유리를 분쇄한다. 해머 밀 크로셔로 분쇄를 하면, 모래, 유리 파편, 라벨, 3가지로 분류된다. 이 분쇄된 유리는 바닥재, 새로운 유리제품, 홍수 피해 완화를 위한 모래 주머니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이러한 유리 재활용은 집에서도 가능하다. 3.5피트의 작은 GLS2.0 기계의 작은 사각형 입구에 유리병을 넣으면, 분쇄가 된다. 이 기계는 익스플레코 리미티드(Expleco Limited)에서 설계한 것으로, 전 세계에 단 60대 뿐이다.
완전한 유리병 순환을 위해 노력하는 뉴트럴(Neutrall)과 그린글라스(Greenglass)
한편, 뉴트럴(Neutrall), 그린글라스(Greenglass), 램머 가이어(Lammergeier), 클로즈 더 글라스 루프(Close the Glass Loop) 등 닫힌 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뉴트럴의 유리 제품은 완전히 버려진 유리로 만들어지고, 지속 가능한 포장으로 그릇과 컵을 판매한다. 포장 제품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어지기에 생분해성이며 퇴비화가 가능하다. 크래프트 상자 폐기는 재활용 쓰레기통에 처리 가능하며, 전과정이 완전히 업사이클되고 지속가능하다. 가격은 컵 한개 당 10달러(1만 4000원) 정도이다.
그린글라스는 2013년에 설립된 유럽의 유리 폐기물 재활용 시설로, 루마니아에서 가장 중요한 유리 재활용 업체이다. 올해 1000만유로(약 136억원)를 투자하여 쿠레슈티 인근에 새로운 유리 폐기물 재활용 공장을 지었으며, 기존 시설 또한 업그레이드 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린글라스는 기존 공장에서 연간 11만톤 용량의 폐유리 포장재 재활용 작업을 수행했다. 최첨단 광전자 선별 공장 시설로 99.99% 순도의 유리를 얻어냈다. 매년 2억 개 이상 유리병을 수십억개의 유리 제품으로 변환한다.
공정은 자기장을 이용하여 철 금속을 분리해내고, 유리 입자의 크기를 조정하여 파쇄한다. 철이 아닌 물질을 분류하고 건조하는데, 유리를 추가적으로 분류하여 건조한다. 광전자 분류로 세라믹 스톤과 도자기(CSP, Ceramic stones and porcelain) 유형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색상별로 정렬한다.
그린글라스 홈페이지에서는 재활용 계산기를 제공한다. 샴페인 병과 같이 매우 큰 품목은 유리 용기 수를 2개로, 이유식 병과 같이 작은 용기는 절반으로 계산하면 더욱 정확히 추정이 가능하다. 재활용을 함으로써 아낄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LED 전구 사용 시간, 소형 형광등 조명 사용 시간, TV 이용 시간, 컴퓨터 이용 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린글라스는 유리 재활용의 친환경성을 강조한다. 매립지에 도달한 유리병 분해시간은 최대 100만년인 반면, 재활용 유리병이 상업적 새 유리 용기로 다시 나타나는데는 며칠밖에 걸리지 않는다. 재활용 유리 1톤은 1톤 이상의 원자재를 절약하며, 590kg의 모래, 186kg의 공업용 탄산소다(soda ash), 173kg 파운드의 석회석을 절약한다고 말한다. 6톤의 재활용 유리는 1톤의 CO2를 줄일 수 있고, 유리를 부숴 재활용 유리 제품을 만드는 것은 새 유리를 만드는 것에 비해 40%나 적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임려진 그린워싱 탐사대 청년 기자
임려진 청년 기자는 고려대학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며 인간과 동식물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공부하고 있다. 기업의 ESG 경영 중 E 필러에 초점을 맞추어, 생태계를 위한 기업의 새로운 도전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