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사실일까요? KPMG 영국이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ESG 요인이 사무직의 절반에 대한 고용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밀레니얼 세대와 젊은 근로자들은 보다 환경 친화적인 직업을 찾는 ‘기후 퇴사’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조사는 6000명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했는데, 5명 중 1명인 무려 20%가 회사의 ESG 기여가 자신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을 때 채용 제안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공유 가치(Shared Values)’가 조직을 선택하는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82%인데, 18~24세 연령층에선 이 비율이 92%였는데, 35~44세에선 84%입니다. 
ESG가 과연 그렇게 비전이 있나요? ESG 이야기만 쓰다보면 어느 정도 확증 편향의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ESG에 도움이 되거나 ESG 방향에 부합하는 이야기만 더 크게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그래서 저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도 “임팩트온 너무 훌륭하다”고 칭찬하는 이야기를 되도록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 버리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ESG 생태계 바깥을 한 발자국만 벗어나도, 그게 뭔지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코카콜라 상무님이었던 분한테 들었던 인상적인 이야기는 “세상에 코카콜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싶지만, 아직도 코카콜라는 세상에서 마케팅비를 몇십억달러씩 쓴다. 브랜드란 이처럼 알리기도 어렵고 지키기도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2020년 코카콜라의 광고비가 40억달러, 약 4조원이 넘네요. 
그래서 저는 업계 바깥의 분들이 저한테 하는 말, “어! 니가 ESG 한다며? 탄소배출권인가 뭔가 복잡하더라, 그래도 뭐 있어보이던데” 라든가 “ESG 그거 순 사기야”라든가 하는 종류의 다양한 이야기를 유심히 새겨듣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직관적인 표현은 어쩌면 확증 편향이 아닌 사람이 가진 가장 일반적인 의견이기 때문이지요.  

 

ESG 커리어패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 ESG 업계에 있는 후배들이 간혹 저한테 물어보는 게 있는데, 그건 바로 “커리어패스를 어떻게 갖고 가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것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글로벌 수출대기업은 아직 ESG부서가 해야 할 과업이 몇년 치 쌓여있을만큼 할 게 많은데, 그렇지 않은 수많은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ESG부서의 업무 직종이 어떤 직무전문성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조직의 어떠한 선행직무, 후행직무와 연계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갖게 마련입니다. ESG위원회 만들고, 컨설팅 받아서 전략체계 구성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과 평가대응을 하고 나면, 이제 그 다음에는 내재화하고, 그 다음에는 뭘 해야 하느냐는 것이지요. IR인지, 전략기획인지, 홍보인지, 리스크 관리(대관)인지 등 이러한 직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것입니다. 
돈을 벌지 않는 부서이지만 파워가 있는 재무나 전략기획 부서처럼 힘이 있는 부서가 버티고 있지요. 하지만 ESG부서는 윗선에서도 그렇게 힘을 실어주지 않다보니, 내부에서 역량있는 팀원들을 모으기도 어렵습니다. 조직 바깥을 둘러봐도, ESG부서의 업무가 하는 일이 고만고만해서 결국 조직 내에서 직무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도무지 벤치마킹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입니다. ESG 평가대응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만이 ESG 업무는 아니지 않겠습니까? 참 어렵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후배에게 몇 가지 제 생각을 들려주었지만, 개인적인 생각이니 여기서는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여하튼 ESG 직종이 국내에서 생겨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인지라, 이러한 직무에 대해 글로벌에서는 어떠한 과정을 거쳤고 현재는 어떤 상황인지를 좀 리서치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기후인재 쟁탈전

이런 상황에서 파이낸셜타임즈에 나온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제목은 ‘기후 인재 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인즉, 그린피스 고위 캠페인 전략가이던 유진 매튜(Eugenie Mathieu)씨가 아비바 자산운용(Aviva Investors)에서 천연자본 투자 펀드 운용을 돕기 위해 자산운용사로 이직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금융회사에서 놀라운 속도와 가격으로 환경 비영리단체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에너지 전환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유명 엔지오인 ‘카본트래커(Carbon Tracker Initiative)’의 창립자인 마크 캄파날은 “우리는 미친 연봉으로 인해 은행에 사람들을 빼앗겼다”고 FT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50명의 직원 중 적어도 10%가 지난해 은행이나 펀드매니저로 이직을 했으며, 이 중 한 명은 40만파운드(약 6억3000만원)를 받고 있다고 하네요. 어마어마합니다. 유명 주주행동주의 비영리단체인 셰어액션(ShareAction) 또한 직원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도 2021년 블랙록이 세계자연기금(WWF, World Widllife Fund)의 기후과학 전문가와, 로키마운틴연구소(Rocky Mountain Institute)의 대표를 채용했다고 합니다. 
물론 카본트래커나 셰어액션은 워낙 유명한 기관이라서, 거꾸로 금융권의 고위임원이나 책임자들이 비영리에 몸을 담기 위해 건너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추세가 거의 끝물이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링크드인에서는 지난달 ‘지속가능성 매니저(Sustainability Manager)’가 영국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성장하는 직책이라고 밝혔는데, 지난해는 7번째로 빠르게 성장하는 직책이었음을 감안하면 녹색 인재와 기술 수요가 분명 공급을 앞지르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업 바깥에서 벌어지는 이런 요란스러운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내부에서 들려오는 ESG 담당자들의 목소리는 좀 우울합니다. 기업에서는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전문성을 빠르게 학습하기는 어려우니, 일단 외부 전문가를 데려다 놓았을 뿐, 내부에서 이에 대한 학습이나 고민이 없이 “니가 다 알아서 하세요~”라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ESG는 재무지표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방대한 비재무지표이기 때문에 ESG부서가 아니라 회사 전체가 이 지표를 관리해야 하는데, 이 생각의 차이(Gap)을 이해시키기가 참 어렵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외부에서 아무리 날고 기던 사람이 스카우트되어 회사로 들어가도, 조직 안에서는 존재감이 사라져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지요. 
결국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시간일까요, 사람일까요, 외부의 압력일까요. 어쩌면 아직 변화의 필요성을 잘 못느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SG 직무를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이 시장이 매우 초창기임을 깨닫고 계란으로 바위쳐서 이겨낼만큼 강한 멘탈과 의지력, 소명의식이 필요함을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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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란희 대표 &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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