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와 임팩트온은 올해 '그린워싱 탐사대 2기'를 운영한다. ESG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는 청년 기자단을 중심으로, 이들을 직접 멘토링하고 이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도한다.
전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지속가능성 및 기후 관련 공시 표준을 최종 발표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생물다양성, 생태계와 생태계 서비스 등으로 공시 분야를 확대할 것으로 밝혔다. 자연관련 공시인 TNFD 프레임워크의 최종안은 다가오는 9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연기반해법(NbS)를 이용하여 생물다양성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자연기반해법은 조림사업 등 생태계를 보호하거나 복원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자연을 지속가능하게 이용 및 관리하여 사회와 경제, 환경 문제등을 해결하고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접근 방법이다.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면서, 이 부문의 기업 활동을 지켜보는 눈도 많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신재생 에너지 투자를 줄이고 NbS에 투자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냐며 그린워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NbS로 생물다양성은 보호, 그러나 화석연료 사용은 변화 없어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NbS의 일환으로 나무심기와 같은 사업에 투자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화석연료 사업을 확장하여 결과적으로 에너지 부문을 상쇄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NbS로 친환경적인 이미지는 확보하지만, 실질적인 배출량 감소는 없다는 점에서 그린워싱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작년 3월 정유회사 셰브론(Chevron)이 새로운 재조림 프로젝트를 NbS라고 발표한지 15일 만에 향후 7년 동안 새로운 유전 개발에 670억 달러(약 86조원)를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독일 환경단체 우르게발트(Urgewald)의 분석에 따르면, 숲 보호를 주장하는 석유회사 셸(Shell)은 지난 3년간 석유 및 가스 탐사에 대한 연간 투자에서 전 세계 기업 중 상위 4위 안에 들었다. 국제 환경보호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역시 입장문을 통해 기업들이 오염 활동을 확대하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NbS에 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NbS 활용 부족한 국내 석유화학 기업, 이제 생물다양성도 신경 써야
생물다양성에 관한 그린워싱 논란은 아직 국내 기업에는 미치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아직 해외 기업들만큼 Nb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단계에 돌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린워싱탐사대>는 세계 벤치마킹 연합(WBA)이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등에 미치는 기업의 영향을 평가한 ‘Nature’ 부문에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한화솔루션과 롯데케미칼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확인했다.
WBA의 Nature 벤치마크에서 한화솔루션은 100점 만점 중 17.3점으로 389개 기업 중 105위를, 롯데케미칼은 13.8점으로 147위를 달성했다. 해당 벤치마크는 25개의 자연 관련 지표에 대해 평가한다.
두 기업은 모두 공통적으로 수질 관리, 대기오염 물질 관리, 스코프 1과 2의 감축 부문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삼림 벌채를 포함한 생태계 전환 및 복원에 대한 노력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기업의 영향을 받는 핵심 종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 위기 요소로 지적되었다. 실제로 해당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확인했을 때, 기후위기 대응 및 오염물질 배출 저감 노력에 비해 NbS를 포함한 생물다양성에 대한 노력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한화솔루션은 한국형 RE100을 선언하고 녹색프리미엄과 REC구매를 통해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도입을 추진 중이다. NbS의 경우 국립공원공단과의 MOU 체결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자연생태보전 활동이 있다. 지난 해에는 계룡산국립공원의 숲 복원 사업도 진행했으나 이러한 활동 내용 및 목표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롯데케미칼 역시 RE100에 가입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전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60%까지 늘리고자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태양광 발전 설치와 수소연료전지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확보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생물다양성에 집중한 사업의 경우 별도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생물다양성 보전과 온실가스 감축,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온실가스 배출량 상쇄는 어려울 것
두 기업과 유사하게 WBA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 바스프(Basf)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동시에 NbS를 활용한 여러 생물다양성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바스프는 ‘Grey-to-green’ 전략으로 2.3 TWh의 재생 가능 전력을 생산하여 약 1840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뿐만 아니라 브라질에서 750헥타르의 숲을 복원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적용하는 등 생물다양성 보전 성과도 이루고 있다. 바스프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공급망을 전환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되어 WBA의 Nature 벤치마크에서 28.3점으로 389개 기업 중 27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에 더하여 생물 다양성에도 함께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다만, NbS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쇄가 이뤄지는 주요 방법은 조림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상쇄 크레딧을 거래하는 것인데, 이 크레딧에 대한 기준과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있으며 넷제로 목표를 과학에 기반해서 세우도록 돕는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도 상쇄를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주연 그린워싱 탐사대 청년기자
이주연 청년기자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며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등 환경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특히 ESG 경영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노력과 개선점을 전달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 조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